"유진룡 문화장관 퇴임 후 16차례 지원 탈락 쓴맛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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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문화장관 퇴임 후 16차례 지원 탈락 쓴맛 봤다"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7.03.01 2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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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오른 대표 문화인 이윤택 씨, 시빅뉴스 특별대담서 '격정토로' / 정혜리 기자
지난달 28일 경성대 건학기념관에서 진행된 특별대담에서 이용관 교수(오른쪽), 이윤택 연출가가 대담하고 있다(사진: 촬영기자 최준성).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태 최대 피해자로 최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유명 연극연출가 이윤택 씨는 본지 시빅뉴스와의 대담에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물러난 2013년 이후부터 국고 지원 탈락이라는 융단폭격을 맞았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당시 16차례 지원 신청을 했다가 모두 탈락했다고 밝혔다.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이명박 정권 때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본지 시빅뉴스는 지난달 28일 문화계 거목 이윤택 연극연출가와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초청해 국정농단과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계 미래전망에 관한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여러 주제로 대담이 오간 이 자리에서 특히 블랙리스트 문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사태가 주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 연극계 독보적 연출가인 이윤택 씨와 부산국제영화제 전 집행위원장 이용관 교수는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 탄압'의 대표적인 표적으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이윤택 씨는 지난 대선에서 고교 동창인 문재인 후보에 대한 TV지지 연설을 한 것이 빌미가 돼 박근혜 정권의 탄압이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이 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한 2년간은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 다음해 숭례문 복원 기념 공연 연출 의뢰가 들어왔을 때 '나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인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당시 모철민 정무수석과 문화체육비서관이 "괜찮다",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답해 연출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런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이 시작돼 이후 내가 정부에 지원 신청한 16건이 전부 탈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블랙리스트 사건이 표면화된 이후엔 일부 지원 신청한 것이 통과되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구조작업의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 상영 문제로 정부, 부산시와 마찰을 빚은 끝에 집행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고, 대표적 '좌파 영화인'으로 꼽혀 횡령, 배임 혐의로 기소돼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는 이미 이명박 정부 때부터 존재해 왔다"고 증언했다.

이 교수는 "블랙리스트가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미 만들어져 대표적 좌파 영화제로 정권 측이 꼽았던 부산국제영화제를 손보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에 놀란 당시 정권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탄압을 일시 중단했는데, 박근혜 정권 들어서 <다이빙 벨> 파문을 빌미로 대대적인 탄압에 들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대담에서 이윤택, 이용관 씨는 최근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에 항의해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해 우리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시민혁명의 단초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윤택 씨는 "4.19혁명이 이룬 민주화라는 하나의 물줄기, 그리고 5.16 쿠데타 이후 산업화라는 또 다른 물줄기를 변증법적으로 통합한 시민 자발적인 새로운 형식의 시민혁명이 지금 광장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관 교수도 "단군이래 5000년 이래 처음 보는 이 역동적인 움직임 앞에서 이제는 정치인들도, 어떤 누구도 감히 반동적 태도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번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시민 자발적인 문화 형식은 문화예술계와 지식인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새로운 틀의 '광장문화'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문화예술계는 물론 한국사회 전반에 시민 주체의 공동체 문화가 싹틀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택씨는 “사람들은 광장을 원한다. 광장은 어디에나 있다. 밖으로 나온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평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관 교수도 "광화문 광장이라는 특정 공간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있는 광장을 지향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커질 것"이라며 "SNS를 하며 방 안에 숨어 있는 인간, 디지털 시대의 인간을 다시 열린 광장으로 불러내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 문화계가 당면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빅뉴스는 오늘부터 두 사람의 대담록을 2회에 걸쳐 연재하는 한편, 대담 영상물도 곧 보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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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2017-03-21 00:14:53
유진룡님 진정한영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