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기자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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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기자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 칼럼니스트 유인경
  • 승인 2017.02.2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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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유인경
칼럼니스트/방송인 유인경

최근에 두 번이나 울었다. 슬프고 억울한 일을 당해서가 아니라 너무 감동스럽고, 그만큼 자신이 부끄러워 흘린 눈물이다. 직접 당한 일이 아니라 뉴스와 영화를 보고서다.

첫번째 눈물은 한 기자 덕분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장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방송사 카메라가 촬영하지 않는 ‘프레스 개글’(press gaggle, 비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LA타임스, 허핑턴포스트, BBC, 더 힐, 폴리티코 등 상당수 주류 언론사를 제외했다. 이들 언론사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역사상 찾아볼 수 없던 언론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데 미국의 한 언론인이 동료들을 대표해 행정부에 보낸 서한이 공개됐다. 이 언론인은 서한을 통해 “당신은 우리가 누구이며,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 의문을 다시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 점에서 우리는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이 서한을 자신이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통해 전하면서 손석희 앵커는 이렇게 말했다. 

“이 서한은 '언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답변서쯤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도할 것이지는 언론이 정합니다. 당신의 대변인과 대리인에게 얼마만큼의 방송시간을 쓸지는 우리가 결정합니다. 취재 제한을 좋아할 기자는 없지만 이를 또 하나의 도전으로 즐기려는 기자들은 많습니다. 우리는 세세한 것들을 집요하게 취재할 것입니다. 우리는 신뢰를 되찾을 것이고 정확하게, 겁 없이 보도할 것입니다. 언론은 연대할 것입니다. 이게 서한을 보낸 언론인 및 모든 언로인들의 의지이자 자세입니다.”

나는 32년간 기자로 일한 전직 언론인으로서 이 서한이 보여주는 바른 언론인의 자세와 태도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다.

두번째 눈물은 음악가, 첼리스트 요요마가 흘리게 했다. 문정희 시인이 추천해 주기에 <요요마와 실크로드 앙상블>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뒤늦게 TV에서 보았다. 중국인인 아버지가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미국으로 와서 성장한 요요마는 유년기에 이미 케네디 대통령 앞에서 연주를 한 신동 첼리스트다. 부와 명성을 다 갖춘 그는 어느날 음악의 본질과 역할은 무엇인가 고민하다 세계 각국에서 자기 나라의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초대하는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시리아, 터키, 이란, 중국 등 곳곳에서 모여든 이들은 전쟁과 정치상황 등으로 생명마저도 위태로운데도 조국의 악기와 음악을 계속 연주했다. 그리고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첼로와 비파, 파이프혼과 피리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악기들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앙상블을 이뤄 천상의 소리를 낸다. 

전쟁 때문에 고향을 떠나고, 더이상 전통악기를 만들지 않아 악기조차 구하기 어려운 이들은 그 악기 속에서 자신의 뿌리와 존재의 이유를 확인한다.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요요마의 의지가 진짜 환상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나는 부끄러워 눈물이 났다. 왜 난 기자란 직업을 그저 매일 기획하고 취재하고 원고만 쓰는 일로만 여겼을까. 팩트에 충실해야한다며 꼬치꼬치 캐묻고 자료를 뒤적이면서도 왜 정작 그 기사가 주는 영향이나 힘, 혹은 나도 모르게 피해를 보는 이들의 입장을 별로 헤아리지 못했을까. 

이젠 신문사를 떠나 강의나 방송 등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강의 장소가 너무 멀군요,” “출연료가 너무 적네요” 등등만 따지면서 진짜 내가 강의나 벙송으로 하는 말, 쓰는 글에 무엇을 담고 전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나의 일이나 재능으로 세상을 조금 더 환하고 즐겁게 만드는 일을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을까....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거나, 오랜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그 직업의 본질과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가, 연봉이 높을까 등을 더 따진다. 그러니 금방 회의와 불만으로 스트레스를 느끼고 이직과 퇴직을 하고 심한 스트레스로 병까지 얻는다. 하지만 어떤 일이건 그 의미를 본인이 확신한다면 자신과 주변이 행복할 것 같다.

그나마 부끄러움에 울 수 있는 양심이라도 가진 것에 위안을 갖는다. 자주 더 많이 울고 싶다. 그래서 덜 부끄럽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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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맘bin 2017-02-27 16:03:21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