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은 자연스럽게 앓아야" 예방접종 거부하는 '안아키' 육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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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자연스럽게 앓아야" 예방접종 거부하는 '안아키' 육아 논란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2.11 05:0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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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이 면역력 저하" 주장에 "검증 안된 논리로 결과적으로 아동학대" 반론 거세 / 정인혜 기자
약 없이 아이를 키우는 '안아키족'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약 없이 아이를 키우는 ‘안아키족’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안아키란 ‘약 안 먹이고 아이 키우기’의 줄임말이다. 

이들은 백신이나 항생제가 아토피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약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면역력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신에 함유된 수은과 페놀, 포르말린이 질환보다 오히려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고, 영아는 백신에 대응하는 힘이 약해 부작용 발생 우려가 더 크다는 것.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이같은 육아방식을 취한다는 부모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이를 ‘자연주의·생태주의 육아’라 칭하며 온라인 카페에서 경험담을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안아키족이라 밝힌 한 부모는 “병은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앓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역이나 수두, 볼거리 같은 병들은 가만히 둬도 자연스럽게 낫고, 어려서 앓을 수록 후유증도 적다”며 “병이 낫게 되면 평생 면역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 가능성보다 부작용 가능성이 더 큰 백신은 접종할 의미가 없다고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예방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신고한 건수는 1,268건, 이 중 사망 신고도 2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과 예방접종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논란은 199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다. 1998년 영국 앤드루 웨이필드 박사는 백신 접종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논문을 의학지 '란셋(Lanset)'에 게재했다. 해당 논문이 발표됨에 따라, 영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은 부모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후 해당 논문은 허위로 판명됐고, 웨이필드 박사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해당 주장이 허위로 판명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많은 부모는 약 없이 아이 키우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 부모 사이에서는 수두에 걸린 아이와 파티를 열어 자녀가 수두에 감염되도록 유도해 자연스럽게 수두 면역체계를 만든다는 ‘수두 파티’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 부모들은 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보이고 있다. 의사 결정권이 없는 아이들을 결과적으로 학대할 소지가 있다는 것. 

네 살 난 딸을 키우는 박지연(37, 부산시 중구) 씨는 안아키 모임을 반대한다. 박 씨는 안아키 회원인 지인이 열이 40도가 넘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며 “나중에는 애가 죽을 것 같아서 빼앗아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아키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자식을 학대하는 모임”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것이 ‘민폐’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가 학교에서 다른 아이에게 질병을 옮길 수도 있다는 것. 주부 김모(45) 씨는 “필수 예방 접종도 하지 않고, 아파도 약을 안 먹는 아이가 단체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민폐”라며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싶으면 다른 아이에게 피해 주지 않게 집에서 혼자 키웠으면 좋겠다”고 혀를 찼다.

일부 양의학 전문가도 안아키에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천안의 한 소아과 전문의 정모 씨는 "백신을 맞아야 하는 질병은 전염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소수의 감염이 다른 아동뿐 아니라 성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약물이나 예방접종은 아이 생장에 방해가 되는 유해물질이 아니라, 건강하게 자라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예방접종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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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티벳 2017-05-15 11:25:41
사스가 안아키스트들....

애한테왜그래 2017-05-03 14:19:35
캬; 의사인줄

애만불쌍하지 2017-04-28 06:54:06
의학을 부정하고 싶으면 자연과학 공부를 하고 하세요. 실험적 경험적 방식이긴 해도 의학은 사실과 과학적 원리만을 바탕으로 수천년간 구축되어온 학문입니다. 적어도 생물학 정도는 배우세요. 거짓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면요

붕스바운스 2017-02-17 23:46:49
물론 아이들에게 면역력을 높혀주기 위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병을 앓고 낫는 방식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건 아이들의 건강이잖아요. 미리미리 예방접종을 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도한 오남용은 지양해야하지만, 적절한 예방은 정말 큰 도움이 될거예요.

김연수 2017-02-16 09:55:56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은 똑같을꺼에요. 매체에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