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찾아가니, 주황빛 실내에 좁은 방 수십 개 다닥다닥
상태바
'키스방' 찾아가니, 주황빛 실내에 좁은 방 수십 개 다닥다닥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02.07 05:03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가 겪은 탈선 면접②..."샵에 있는 아가씨들은 다 효녀, 돈 많이 벌어 효도해라" 회유도 / 정인혜 기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기사 내용과 무관(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유사 성매매 업소가 아르바이트 중개 사이트에 공개 이력서를 등록한 구직자를 대상으로 구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개 이력서란 구인·구직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업체의 인사 담당자가 이력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이를 공개적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이들 성매매 업소는 면접 제의를 할 당시에는 평범한 가게인 척하다가, 면접이 시작되고 나서야 성매매업소인 것을 밝히기 때문에 구직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월 3일, 생애 첫 퇴폐업소 입성 ‘힐링샵’ 면접을 보다

세 번째 업체는 매장에서 면접을 보자고 했다. 구글 지도를 켜 어렵게 찾아간 목적지는 유흥업소 골목 입구에 위치한 큰 상가 건물이었다. 들어갈까 말까 10여 분간 고민을 거듭하던 기자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건물 밖으로 나온 한 남성은 기자를 해당 건물 2층으로 안내했다. 매장 입구는 도어락 잠금장치로 굳게 잠겨 있었다. 인신매매라도 당할까 걱정이 된 기자는 지인에게 “1시간 넘게 연락 없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이 주소로 찾으러 와라”는 문자를 남기고 남성을 따라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주황빛 조명이 도는 실내는 폭이 좁은 복도를 가운데에 두고 수십 개의 방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였다. 남성은 복도를 지나 가장 구석에 있는 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방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 두 개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남자의 뒤로 한 여성이 음료수를 들고 들어왔다. 짧은 시간 내 기자를 훑어본 해당 여성은 “귀엽네”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떠났다. 이어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됐다.

“매니저 일 해본 적 있어요?”

“아니요.”(연예인 매니저를 해봤느냐는 질문인 줄 알았는데, 후에 알고 보니 업계에서는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을 ‘매니저’라고 부른다.)

“그런데 도망가지도 않고 여기까지 따라오네요, 성격이 좋네요.”

“여자들 피부 관리받고 다이어트 하는 곳인 줄 알았어요.”

“그런 데는 최저 시급밖에 못 받아요. 우리는 시급 4만 원이에요. 이력서 보니 유학 경험이 있던데,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뜬금없이 유학 이야기를 꺼낸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젊어서 유학을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며 본인의 여동생이 유학 중이라는 말과 함께 기자에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조언했다. 기자가 본인의 여동생과 닮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동생 생각이 나서 일을 못 하게 하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공부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니, 여기서 일하면서 돈을 열심히 벌어서 유학을 다시 가라”는 말이 이어졌다. 해당 업소에서 일하는 직원 20명 모두가 ‘효녀’라며, 기자에게도 효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격적인 전개였다. “내일부터 출근하겠냐”는 그의 질문에 일단 선택은 차후로 미루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단속 상황 지지부진…"늦은 시간 면접 보자는 곳 피해라" 당부가 '끝'

상황이 이런데도 단속 상황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A사 관계자는 “사업자 등록을 한 업체를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포털 등록업체가 유사 성매매업소라라 해도 사전에 파악하기 쉽지 않고 구직자가 당하는 이런 종류의 피해를 모두 구제하는 게 어렵다”는 궁색한 대답을 내놨다. 면접을 보기 전 구직자 스스로 업체에 대해 검색해 알아보고 예방하는 게 최선의 대책이라는 것. 

그는 “늦은 시간 면접을 보자고 하거나, 최저시급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준다는 업체는 다시 확인해보기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민랠리 2017-02-15 17:16:44
시급한 단속이 필요한것 같아요~~고수익 미끼에 빠져 피해를 볼수 있으니
주의 해야 겠어요 구인구직 사이트에 공개이력서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할것 같아요

YSL 2017-02-08 22:21:38
예전에 카페알바가 시급이 높아서 모르고 전화했더니 저런 업소였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기분이 나빴었는데 불법인거 알면서 저런식으로 눈속임하는게 얄미워요

리라노 2017-02-08 16:38:50
아무리그래도 돈을 불법성매매로 버는건 아닌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