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만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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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만 남기다
  • 신세정
  • 승인 2013.01.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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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에 사는 김애자(43) 씨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충격을 금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녀는 재현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다가 연인 사이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가정 폭력은 많이 들어봤지만 젊은 애들 사이에서 이런 폭력이 일어나다니, 정말 기가 막히네요”라고 말했다.

이성 교제 속에서 행해지는 폭행, 성폭력, 스토킹, 정서적인 괴롭힘을 모두 포함하는 데이트 폭력은 더 이상 텔레비전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200명 가운데 30%가 데이트 도중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보도했다.

부산 가톨릭 대학교에 다니는 윤진아(25) 씨는 스무 살에 처음 사귄 남자친구가 다혈질이었다고 한다. 술을 먹고 트러블이 생길 때면 윤 씨의 남자친구는 윤씨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고 한다. 윤 씨는 “너무 충격을 받았었지만 친구들에게 말하기엔 너무 부끄러워서 혼자만 참고 견뎌야 했어요”라고 말했다.
경성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영희(가명) 씨는 마지막 남자라고 생각하고 만난 남자가 있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호불호가 분명하고 자기 감정표현도 바로바로 표현하는 남자였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의 친한 언니와의 전화 통화를 그녀의 남자친구가 듣게 되었다. 통화의 내용은 그동안 남자친구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그녀의 친한 언니에게 얘기했던 것이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얘기를 남에게 했다는 이유로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땅에 찧고 발로 몸을 차고 주먹으로도 얼굴을 때리고 얼음 팩을 해준다고 가져와놓곤 얼음 팩으로 얼굴 때리는 등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폭력이 이어졌다고 한다. 그녀는 “잘못했다고 빌어도 안 멈추더라고요. 결국 제가 번호를 바꾸고 지인들 번호를 지워야 남자친구는 때리는 것을 멈췄어요.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 ‘네이트’의 여성 게시판에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많은 글이 게재되어있다. 닉네임 ‘힘드네요’씨는 평소에는 너무 잘해주고 누가 봐도 멋있는 남자 친구지만 싸우다가 화가 나면 주위에 있는 물건을 던지며 심한 욕설을 퍼붓는다고 고민을 게시했다.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나서 그럴 거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갔지만 횟수가 많아지고 상처들이 늘어갈수록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그녀는 속상함을 토로했다.

경남 지방 경찰청 홍보 블로그에 따르면,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은 그 행동에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폭력을 행사하기 전에 여자에게 환심을 얻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며 이는 나중에 폭력이 이뤄진 다음 여자로부터 자기 스스로의 잘못으로 인해 데이트 폭력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한다. 폭력 행사 후에는 데이트 폭력을 한 상대는 ‘다시는 안 그러겠다’, ‘용서해달’며 달래주거나 ‘네가 잘 하면 나도 변할게’라며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를 주저하게 만든다고 한다.

한국 여성의 전화의 관계자는 2011년의 경우 이성의 폭력으로 인한 상담 489건중 현재 연인관계나 과거 애인이 폭력을 휘두른 경우가 189건으로 전체 상담건수의 38.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만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담 이후 상담자의 상황 개선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현재 데이트 폭력의 대안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한 ‘한국 여성 상담 센터’, ‘한국 여성의 전화’, ‘안녕 데이트 공작소’ 등의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인터넷 상담 혹은 전화 상담을 통해 데이트 폭력에 관한 상담과 폭력에 대한 대처를 받을 수 있다.

경성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동률(23) 씨는 데이트 폭력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파렴치한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트 폭력이 남녀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 빨리 사회적인 대안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이 씨는 말했다. 이 씨는 “남녀 간의 사랑은 폭력과 폭언이 아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와 절제된 행동과 자제력이 최우선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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