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종목 가라테 국가대표 선수가 길거리에 나앉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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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종목 가라테 국가대표 선수가 길거리에 나앉았어요"
  • 취재기자 한유선
  • 승인 2017.01.16 21:26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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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도 연맹의 대한체육회 퇴출로 훈련장·수당 뺏긴 안태은 선수의 절박한 호소 / 한유선 기자

지난해 8월 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29차 총회에서 가라테(공수도)가 '2020 도쿄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가라테 선수에게 비인기 종목, 비올림픽 종목이라는 설움을 떨쳐낼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그 동안 가라테 선수들은 남들 앞에서 가라테를 한다고 말하면 ‘쪽바리’ 운동을 한다고 면박을 받기가 일쑤였던 것. 

올림픽 종목 확정 소식에 가라테 선수들은 여태까지의 서러움이 한 번에 녹아내린 듯한 감정을 가졌다고 한다. 국가대표 가라테 선수인 안태은(28) 씨에게도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무대에 당당하게 태극기를 달고 나갈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이면서도 훈련할 장소도 없고, 훈련수당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가라테라는 운동은 일반인들에게 공수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널리 알려진 운동 종목은 아니다. 그럼에도 안 선수는 그 운동을 사랑하고, 그 운동에 인생을 걸고 노력해 왔다.

가라테 국가대표 안태은 선수(사진: 취재기자 한유선)

1990년 울릉도에서 태어난 안태은 선수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반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아는 선배로부터 가라테라는 운동을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게 됐다. 불쑥 자신에게 다가온 가라테라는 낯선 운동을 놓고 고민하던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선 무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라테를 시작하게 됐다.

안 선수는 처음부터 가라테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는 말을 듣지는 못했다. 심지어 “너는 가라테가 안 맞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재능이 없다, 못한다고 하니까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그는 “숙소에서 울면서 짐을 싸서 나갈 거라고 다짐했다가 나가면 지는 것이라는 생각에 되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가라테 국가대표는 1순위 선수 한 명만 뽑기 때문에 발탁이 되지 못하면 2순위 후보가 된다. 18세가 되던 해인 2009년, 그는 청소년 대표 선발전을 통해 2순위 선수가 됐다. 그런데 1순위 선수가 사정이 생겨 대신 그 자리에 들어가면서 가라테 국가대표 선수 생활이 시작됐다. 한 달에 20일 이상, 하루 10시간 이상 전문적인 맹훈련을 받는 가라테 국가대표는 그렇게 그의 직업이 되었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훈련의 양과 질이 일반선수일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힘든 과정을 거쳐 기량이 크게 성장하는 것. 그야말로 가라테 고수가 되는 것이다. 한번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그 선수가 은퇴하지 않는 이상 다른 선수에게 기회가 안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가대표와 다른 선수와의 기량 차이가 심하다. 안 선수는 “제가 국가대표로 계속 선발됐던 건 천부적인 재능 때문이 아니라 엄청난 훈련을 받을 수 있어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태은 선수는 국가대표가 된 지 1년만인 2010년 제16회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가라테 여자 55kg급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메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선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깨 부상으로 운동을 잠시 쉬면서 재활 훈련을 받고 있던 2013년 6월, 안 선수는 동료들과 함께 가라테 연맹의 비리를 대한 체육회에 내부 고발했다. 대한 체육회가 훈련 수당을 지원해 주었는데도 가라테 연맹은 수당을 선수들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대회 출전비를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등 비리가 많았다고 한다. 안 선수는 “그 때는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나이도 어렸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에는 용기가 안나 머뭇거렸다. 하지만 더 이상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 동료들이랑 용기를 내서 협회를 고발했다”고 말했다.

내부 고발 후에도 안 선수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냥 모르는 척하고 운동만 열심히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 이렇게 모르는 척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테니까 흔들리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고 그는 말했다.

용기 있는 선수들의 고발로 2013년 가라테 연맹은 대한체육회에서 제명을 당하고 새로운 관리 단체가 선수들의 소속이 되었다. 연맹의 비리 문제가 일단락된 2014년, 어깨 재활 훈련이 끝난 안태은 선수는 다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2016년 8월 4일, 가라테가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날을 안 선수는 잊을 수가 없다. 일반 국민들에게도 올림픽은 축제 기간이다. 국민들은 올림픽 무대에 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함께 기뻐하고, 안타까워한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꿈의 경기장이다. 안 선수는 “드디어 나도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라테 선수들이 누렸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에 따른 기쁨은 찰나였다. 한 달 후인 9월 5일, 가라테 연맹이 내부 비리로 인해 대한체육회에서 다시 퇴출당한 것. 설상가상으로 가라테 연맹에 소속됐던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도 자동적으로 박탈당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이란 꿈이 깨져버린 것이다.

국가대표 운동 종목은 태릉선수촌 안에서 훈련하는 종목과 선수촌 밖에서 훈련하는 종목으로 나뉜다. 가라테는 태릉선수촌 외 운동 종목으로 가라테 국가대표 선수들은 인천의 한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라테 연맹이 대한체육회에서 퇴출되고, 이 때문에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가라테 선수들은 훈련 공간이 사라진 데다 훈련 수당도 받을 수 없게 돼 실질적인 수입이 사라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안 선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가라테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과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운동할 수 없게 되니까 앞길이 막막해졌다”고 말했다.

안 선수는 지금 몇 명의 동료 선수들과 현재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가라테 체육관에서 자체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 훈련하고 있는 곳은 일반 체육관이기 때문에 일정이 빌 때만 우리가 쓸 수 있다”며 “국가대표일 때와 훈련의 질이나 강도는 차이가 크지만 이렇게라도 계속 운동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나마 더 이상 이곳 광주체육관에서조차도 훈련할 수 없게 된다. 훈련에 필요한 장소, 비용 등 모든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다.

문화관광체육부와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을 책임지겠다고는 하지만, 연맹이 퇴출되고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져 선수들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 양 기관이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대책 마련을 회피하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연맹의 관련자들이 남아 있던 예산을 다 쓰고 물러났기 때문에 가라테 관리 단체에서 선수들을 도와줄 방법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라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안 선수는 자신들의 절박한 처지를 담은 글을 지난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안 선수는 “페이스북의 글을 보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대한체육회나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선수들을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안태은 선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호소문(사진: 안태은 선수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올해 가라테 관리단체가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선출해 조직의 체계를 갖춘다면 심사를 통해 다시 대한체육회 소속 단체가 될 수 있다. 안태은 선수는 “올해 있을 대한체육회의 재심사가 마지막 희망이다. 그 때가 선수로서의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날이 될 것”이라며 “만약 현 가라테 관리단체가 대한체육회의 연맹단체 재심사에서 탈락하게 되면 나는 운동선수의 길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절박한 심경을 토로했다.

가라테 관리 단체가 대한체육회 소속 연맹이 될 수 있는 재심사는 1년에 한 번 있기 때문에 올해 재심사에서 탈락하면, 2018년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안 선수는 “2017년을 놓치면 2018년에도 심사를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훈련 공간과 비용도 막막하고, 가라테를 계속하기에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은 나이라서 시간도 얼마 없다. 확실하지 않은 시간을 마냥 기다릴 자신이 없고, 현실적인 문제들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 공수도 연맹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재심사는 오는 2월 치러진다. 그 시간까지 안 선수와 동료 선수들은 각자 개인적으로 생계를 꾸려야 한다. 안 선수는 “어떤 동료 선수는 택배 상하차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그나마 체육관에서 훈련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안태은 선수에게 가라테는 한마디로 인생의 전부다. 그는 “나랑 비슷한 경력을 가진 운동선수 중에서 나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시간이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서 가라테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안 선수는 가라테 선수들이 겪고 있는 이려운 사태를 국민들이 알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시빅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고 한다. 안 선수는 “가라테는 여러분이 잘 모르는 종목이지만, 저처럼 대한민국의 대표로서 운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유명한 다른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우리 가라테 선수들도 똑같이 열심히 목숨 걸고 운동하고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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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le 2017-02-12 01:33:43
스포츠에서 비인기 종목은 정말 힘들죠... 거기다가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없던 종목이라면 더욱더 힘들다고 봅니다. 이번 2020년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때문에 우리나라 가라테 선수가 희망을 볼 수 있었겠지만 비리가 연이어 터지니...매우 힘들겠네요. 선수가 무슨 죄일까요... 이번 2월에 재심사에 제발 통과되어서 선수들이 훈련에만 매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었으면 합니다...

ㅎㅎㅎ 2017-02-09 18:44:15
하소연 ㅋㅋㅋ
정직하게했으면 이런사태 안왔을건데 모른척하면서 남핑계대며 하소연하는거 참 거시기허내 이런게 기사구라구나
답없는 공수도
누군가 또 노력하여 정상화 하려고하면 욕심부리며 모사질이나 하지말고 지다려 보던지ㅎㅎㅎ

공수 2017-02-09 07:34:51
이런 선수가 인터뷰한 기사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믿겄지? ㅎㅎ

기사내용이 터무니없이 틀린건 누가 지시하여 작성하였나?
지금 공수도연맹이 관리단체냐? 암튼 조사도 안해보고 불러주는대로 받아적는 기자들도 문제 삭제

공수인 2017-02-07 18:54:51
한 마디만 더 드리자면 대한체육회의 재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어렵지만 운좋게 나온다 한들 앞으로 더 격한 공방이 일어날겁니다.
현재 절대 "선"이라고 어필하는 사무국과 그 세력이, 절반 가까이 되는 전국 시,도연맹과 소속 수십,수백명 공수인을을 맘에 안든다고 갖가지 이유를 붙여, 권한과 절차를 무시하고 제명 및 자격정지를 내린것들에 대한 후폭풍이 곧 몰아닥칠 것입니다.

공수도 2017-02-07 18:46:59
이 상황에서 책임이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국가대표선수들 역시도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걸로 알고있고 그 피해를 본 후배 선수들이 많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흠은 보기가 힘든 법입니다.
손바닥도 마추 쳐야 소리가 납니다. 누가 절대 "선"이고 절대 "악"은 없습니다.
진정 운동에만 열중하고 싶다면 누구 탓만 하기보단 사무국직원,지도자,선수 나아가 공수인 모두가 화해를 하길 바라시면 됩니다. 화해의 장 없이는 대한민국에서 공수도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