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테스트기는 여성의 소변을 통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기구다. 테스트기에 한 줄이 나타나면 비임신, 두 줄이 나타나면 임신으로 판단한다. 최근 온라인 중고 물품 사이트에 등장한 임신테스트기 거래는 사용하지 않은 신품이 아닌, 사용 후 '두 줄'이 나타나 이미 임신으로 판정받은 테스트기를 취급하고 있어 자칫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는 ‘두 줄 임테기 팝니다’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임신테스트기는 2만~3만 원에 거래된다. 일반 임신테스트기 가격의 6배인 셈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사용한 임신테스트기를 사들이는 이유를 의아해하면서도, 누군가를 속일 목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대학생 배윤희(24, 부산시 서구) 씨는 “남자한테 거짓말할 용도 외에 이미 사용된 임신테스트기를 사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며 “굳이 남자 친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속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난임,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이 찾는 경우도 더러 있다. 두 줄이 뜬 임신테스트기를 가지고 있으면 임신이 된다는 미신 때문이다.
이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주부 박모(39) 씨는 “늦게 결혼한 터에 임신이 어려워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사용한 임신테스트기를 사 본 적이 있다. 그 덕분인지 어쩐지 1년 만에 아이가 들어섰다"며 "이후로 주변에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에게 임신테스트기 구매를 권하기도 하고, 사용했던 것을 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자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사용한 임신테스트기가 이 경우 외에 다른 이유로 유통되는 이유를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나아가 협박 등 범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가능성도 있어 임신테스트기 거래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성년자, 특히 탈선 청소년 사이에서 악용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임신테스트기를 거래하는 행동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테스트기가 거짓으로 쓰일 경우 이혼 등 가정 불화가 생길 수도 있고, 이를 이용한 공갈이나 협박 등의 범죄 유발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에는 10대들이 남성들을 유인해 성매매를 유도한 뒤 임신했다며 거짓 임신테스트기로 협박해 100만 원을 뜯어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남성들은 미성년자와 성관계한 사실이 들통날까봐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하고 ‘중절수술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한다.
경찰 측의 언급처럼 의료기기인 임신테스트기를 임의로 거래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다. 임신테스트기는 지난 2014년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일반 편의점, 마트 등에서도 구입할 수 있게 됐지만, 허가받지 않은 민간이 판매하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임신테스트기를 거래하는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용했든 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법에 저촉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