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건축동아리 회원들, "우리가 짓는 건 미래 향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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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건축동아리 회원들, "우리가 짓는 건 미래 향한 꿈"
  • 취재기자 황혜리
  • 승인 2017.01.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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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꿈꾸는 중고생이 세운 가온건축,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 진행하며 공모전도 참가 / 황혜리 기자

지난 9월 20일, 부산 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1번 출구 부근의 한 음식점. 누군가가 무대 설치 인테리어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다. 음식점에서 개최하는 이벤트를 위한 무대를 만드는 일. 그런데 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고등학생들이었고 일부는 대학생이었다. 이들은 부산경남 학생건축연합회 ‘가온건축’ 회원들로 작업을 총지휘한 사람은 이 모임의 회장인 강태훈(20) 씨였다.

음식점 이벤트 행사에 필요한 무대를 만들고 있는 가온건축 고등학생 회원들(사진: 가온건축 제공)
부산경남 학생건축연합회 ‘가온건축’ 대표 강태훈 씨.(사진: 강태훈 씨 제공)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간단한 인터리어 공사를 직접 수주하고 시공할 정도의 내공을 갖춘 강태훈 씨. 1998년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어렸을 때부터 건축 현장을 감독하는 아버지의 작업 현장을 곧잘 따라다니곤 했다. 건물이 세워지는 모습을 보며 자란 그는 중학생이 되고부터 진짜 건축가의 꿈을 갖기 시작했다.

건축가의 꿈이 당장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이루지지는 않는다. 처음 그는 친구들과 취미생활로 영상을 제작했다. 강 씨는 고등학교 입학 후 교내 영상제작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는 동아리 부원들과 힘을 합쳐 영상을 제작해 공모전에 응모하거나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일에 심취했다. 그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문득 ‘남과 소통하는 영상과 건축을 합칠 수 있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소통하는 건축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죠”라고 말했다.

강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건축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건축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그 다짐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등학생 시절 그는 일반인들을 위해 건축가와 건축학과 교수, 실무 건축전문가들이 세운 ‘꿈다락 건축학교’를 비롯,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이 개설한 여러 건축캠프에 다니기 시작했다.

부산경남 학생건축연합회 ‘가온건축’ 회원들 모습. 집을 직접 짓기에는 어려 보이지만, 그들은 각자 맡은 일에 충실히 임하면서 주위의 부정적인 편견을 극복하고 있다(사진: 가온건축 제공)

그렇게 건축가의 꿈을 쌓아가던 중 2014년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건축 기술과 경험을 쌓기 위해 참가한 서울대 주최의 건축 캠프에서 자신과 생각이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똑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건축캠프에 두 사람 모두 점차 싫증이 나던 참었다. 그들은 아예 건축캠프와 건축학교 등에서 만난 여러 고등학생 친구들을 모아 건축을 연구하는 고등학생만의 단체를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2014년 12월 6일, 6명의 고등학생이 모인, 부산 가야고와 화명고 건축 연합동아리 가온건축이 탄생했다. 말하자면 고등학생들이 작은 건축회사를 차린 것.

그들은 첫 건축 프로젝트로 부산 전포동에 위치한 한 언덕에 마을 주민들을 위한 쉼터를 짓는 ‘FSC PROJECT’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국내 최초로 고등학생으로만 이루어진 건축 동아리 구성원들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진행한 건축 프로젝트였어요. 이건 지금의 가온을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그 후 그들은 2015년 3월, 35명의 고등학생을 추가로 영입해 가온의 규모를 늘렸다. 그저 건축을 좋아하던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진짜’ 건축가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가온건축의 로고. 건축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 넣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사진: 가온건축 제공).

가온건축의 ‘가온(加溫)’은 어떤 물질에 온도를 더한다는 뜻이다. 건물과 사람이 소통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는 그의 신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더해 주는 건축을 지향하기 때문에 ‘가온’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사람과 건축이 소통하고, 더 나아가 자연과 소통하는 건축을 하고 싶거든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온건축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지금도 세상의 건축에 온기를 더하고 있다. 그들은 비영리단체로서 일반 건축회사와는 다르게 건축을 대가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가온건축은 외부의 재정적인 지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다. 다만, 외부인과 함께 참가하는 공모전이나 기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축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재료비 정도를 받는다.

사실 가온건축이 세상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시작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고등학생들이 뭘 안다고 건축을 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적은 회비로 남의 건축 일을 맡아 해내는 것은 고등학생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새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마저도 그들의 작업을 반기지 않았다.

그는 부정적 시선들을 뒤로한 채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나이가 적건 많건 지금 상황이 어떻든 간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신념에 따라 부산 전포동 산복도로의 주민쉼터 만들기를 시작으로 건축 관련 공모전에 나가는 등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그는 또래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실전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2016년 3월, 당당히 국민대 건축학부의 학생이 되었다.

강 씨는 대학 입학 후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다. 가온건축은 어찌 되었을까? 물론 아직도 건재하다. 사실 가온건축의 작업은 부산이 아닌 전국 단위로 시행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강 씨는 서울, 부산, 그 밖의 현장을 수시로 오간다. 강 씨는 “건축 작업을 할 때는 당연히 그 지역에 가야죠. 비행기로 50분이면 서울과 부산을 오갈 수 있는 시대에 지역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가온건축을 운영하며 행복했던 순간으로 “하나의 건축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을 때”로 꼽았다. “그런데 사실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행복해 하는 표정을 짓는 친구들과 후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더 행복해요."

 

건축 프로젝트 설명회를 하고 있는 강태훈 씨의 모습(사진: 가온건축 제공)

그는 자신과 같은 꿈을 꾸고 있는 후배들에게 “주변에서 자신에게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도움이 되는 말도 많겠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의지니까요”라고 말했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전하기 전에 절대 겁부터 먹지 마세요”라고도 조언했다.

강 회장은 현재 가온건축의 대외 협력과 연합회원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럴 정도로 가온건축 조직도 커졌다. 부회장 김민준 씨, 총무 오영민 씨가 있어 강 씨를 돕고 있다. 산하 조직도 두었다. ‘TEAM 1719’와 ‘TEAM 2026’이 가온건축의 산하조직인데, ‘TEAM 1719’는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이루어진 팀으로서 팀에 소속된 연합원끼리 자율적으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TEAM 2026’은 대학 재학생으로 이루어진 팀으로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모든 회원은 평등하며 절대 위 아래 서열이 없다는 가온건축 내부의 규칙에 따라 모든 강 씨 역시 다른 회원들과 동일한 위치에서 모든 작업에 참여한다. 회장으로서 맡은 일이라곤 단지 실질적 운영을 이끌어 가는 것뿐이다.

현재 가온건축은 ‘제1회 까치고개 마을의 재탄생’이라는 공모전을 준비 중이다. 이는 부산광역시 사하구청과 부산광역시 도시재생센터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공모전이다. 이외에도 의자 만들기, 우리 동네 탐방 프로젝트, 한옥 프로젝트 등 크고 작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가온건축은 매년 분기별로 회원을 모집한다. 건축에 열정과 관심이 많은 부산·경남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든 신청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면 가온건축의 회원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가온건축 홈페이지(http://www.gaonarchi.net)에 들어가면 건축에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회원들의 활동 모습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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