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예술가가 한데 어울려 일상 속에서 문화를 꽃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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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예술가가 한데 어울려 일상 속에서 문화를 꽃피운다
  • 취재기자 박찬영
  • 승인 2016.12.0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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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를 주민 문화공간·예술가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한 '감만 창의문화촌' 5년의 실험 / 박찬영 기자
감만창의문화촌 1층 한 벽면 전체가 학생들의 판화 작품 모음인 <동천 추억시계>로 채워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2010년 부산시 남구 감만동에 있는 동천초등학교가 주변 환경 문제로 다른 곳으로 옮긴 후 이 학교 부지는 유휴 공간이 되었다. 이 공간에 부산문화재단이 들어오면서, 이곳은 ‘감만창의문화촌’으로 다시 태어났다.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도 옛날 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3, 4층은 미닫이문과 학교의 복도식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복도의 벽 곳곳에는 아이들의 작품으로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보통의 시계와는 달리 알록달록한 색깔에 가로가 긴 <동천 추억시계>라는 전시 작품은 ‘감만창의문화촌’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작품이다. 문화촌 관계자는 <동천 추억시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5, 6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작업한 판화를 모았어요. 이 곳에서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 추억을 연장시킨다는 의미에서 시계로 만들게 되었죠.”

감만창의문화촌은 지역의 예술가들과 감만동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2층은 부산문화재단과 감만창의문화촌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사무실로 이루어져있다. 3층은 회의실과 ‘배움방’이 있다. ‘배움방’은 회의실로 대여하기도 한다. 또 감만창의문화촌 입주 작가들과 감만동 주민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거나 예술 활동을 배우는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5층에는 부산공연예술연습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연습할 곳 없는 예술가들에게 연습공간을 빌려주는 장소다. 조명, 음향시설 및 여러 장비가 갖춰져 있다.

감만창의문화촌 입구에 들어서면, 허허벌판의 운동장을 꾸민 ‘감만문화놀이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작품들 사이로 주황색 컨테이너 박스들이 눈에 띈다. 담당자는 “감만동의 일상을 담고자 부두와 가까이 있는 감만동에서 바다를 보면 흔히 보이는 컨테이너로 만든 재생공간입니다”라고 말했다. 수출입 전초기지인 부두가 내려다보이는 마을을 상징하는 컨테이너들은 '가치의 재생 공간', '디자인 재생 공간', '기계적 재생 공간'이란 이름으로 나눠져 있다.

가치의 재생 공간, 디자인 재생 공간, 기계적 재생 공간으로 이루어진 컨테이너(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사진 찍기 좋은 날개 모양과 하트 모양의 벤치가 심심할 법한 컨테이너들을 보기 좋게 꾸미고 있다. 이 3개의 컨테이너들은 서로 바라보며 자리하고 있다. '가치의 재생 공간'은 다양한 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모임에게 제공된다. 작은 방 한 칸에 작은 테이블 하나를 두고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소박하다. 맞은 편 '디자인 재생 공간'은 웹툰이나 보드게임이 구비돼 있는 문화방이다. 흡사 좌식 카페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기계적 재생공간'은 ‘감만생활문제해결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감만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이 혼자 할 수 없는 보수공사 등을 도와주고 있다. ‘감만생활문제해결소’의 관계자는 “주민들이 전등이나 대문을 수리할 일이 꽤 생기는데 돈을 들여서 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직접 방문해서 도와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감만사랑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주민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감만문화창의촌의 1층에는 가장 많은 주민이 드나드는 ‘감만사랑방’과 ‘부산문학관 창작도서실’이 있다. 감만사랑방은 북카페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옛날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며 감만사랑방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곳은 감만동 주민이라면 누구나 와서 책도 읽고 차 한 잔을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쉼터다. 이 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72, 부산시 남구) 할아버지는 “복지관에 왔다가 시간이 남으면 차를 마시러 와요. 아저씨들이나 할아버지들이 자주 와서 책도 읽고 신문도 많이 읽어요”라고 전했다. 부산문학관 창작도서실은 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다. 두 곳 다 책을 외부 대출할 수는 없지만 누구든지 와서 읽을 수 있다.

틔움방들로 채워진 4층. 이곳에는 예술가들이 입주해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감만창의문화촌 입주 작가들의 창작공간인 ‘틔움방’이다.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창작의 싹을 틔우라는 의미에서 이 곳의 이름을 틔움방이라고 지었다고. 이 건물 4층 전체가 틔움방이다. 예술가들은 심사를 거쳐 입주한다. ‘상상편집소 피플,’ ‘오페라컴퍼니,’ ‘오지’ 등 현재 14팀의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이 입주해 이곳에서 자신들의 예술의 싹을 틔워가고 있다. 감만창의문화촌이 제공하는 이 틔움방은 입주 작가들의 안식처다. 상상편집소 피플의 김진희(39, 부산시 남구) 씨는 “저희는 원래 프로젝트가 있을 때만 모이는 팀이었는데 입주할 곳이 생긴 후 항상 모일 수 있어 활동이 편리해 졌다”고 말했다.

입주 작가와 지역의 아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감만창의문화촌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지역민들에게도 문화예술 교육을 체험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예술가들의 예술과 창작을 통해 주변 환경이 삭막한 감만동이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매년 네 가지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바로 ‘우리동네 문화사랑방,’ ‘고마 내가하까,’ ‘감만 오픈스튜디오,’ ‘감만 아트 페스티벌’이 그것들이다.

‘감만사랑방’에서 ‘우리동네 문화사랑방’ 프로그램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은 ‘감만사랑방’이 북카페에서 영화관으로 변신하는 날이다. ‘우리동네 문화사랑방’ 사업의 일환으로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고, 금요일 오후 1시 30분에는 주민들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서모(40, 부산시 남구) 씨는 “어린이집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뛰어놀기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어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전했다.

‘고마 내가하까’는 ‘내가 할까?’의 부산 사투리를 사업의 이름으로 착안했다. 이름답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끈다. 입주 작가들의 도움으로 주민들이 시민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2015년에는 마을 그림 그리기, 아카펠라 개인 앨범 만들기 등 지역 주민들이 소중한 삶의 기억을 음악, 사진, 영상 등으로 만들게 도와주는 활동을 했다. 2016년에는 주민들이 시나리오 수업을 통해 책도 만들고 극으로 표현하는 활동도 했다.

‘감만 오픈스튜디오’는 1년에 한 번 실시된다. 입주 예술가들의 틔움방을 공개해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문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감만 오픈스튜디오 사업의 관계자는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주민들이 체험할 수 있게 했지만 단순히 공개한다는 생각보다는 집들이한다는 생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만만감’ 전시회에서 ‘추억의 운동회 이야기’를 주제로 한 그림과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사진 : 취재기자 박찬영).

그 중에서도 올해 ‘감만아트 페스티벌’은 ‘감만예술운동회’라는 주제로 10월 1일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의 운동회를 진행했다. 또 이와 관련된 작품이 ‘감만만감’이라는 이름으로 감만사랑방에서 10월 30일까지 전시됐다. 이 작품은 ‘감만동 주민들의 기억 속 운동회 이야기’를 주제로 주민들에게 받은 옛날의 운동회 사진과 김경화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져 있었다. 감만창의문화촌 창작공간팀 프로그램 매니저 이일록 씨는 “매년 다르게 진행하던 행사이지만 이번 운동회 행사가 반응이 좋아 계속 이렇게 진행할지 고민 중이다” 라고 말했다.

이런 큰 사업 외에도 작은 행사들도 열리고 있다. 지난 11월 12일에는 상상편집소 피플과 함께한 ‘감만애 밥상회’가 진행됐다. 감만동의 일상 속 역사를 알아보는 ‘감만을 주름잡다’라는 큰 프로젝트 일환이었다. 컨테이너들이 모인 사이 공간에서 주민들이 식사를 같이 하는 밥상회를 열었다. 또한 감만동의 여러 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전시해 두었다. 상상편집소 피플 김진희 씨는 “밥상회의 준비물은 ‘자신의 이야기’예요. 식사를 하면서 옛날의 반상회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또 그 각자의 사연이 작품이 되는거죠”라고 말했다.

 

‘감만애 밥상회’에서 주민들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찬영).

“예전에는 저희가 직접 홍보도 많이 하러 갔었는데 요즘은 주민들이 다들 알아서 잘 찾아와 주시고 참여해주신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감만창의문화촌은 삭막했던 감만동의 쉼터이자 소통의 장이 되어주고 있다.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만나면서 도시 속의 시골 같았던 감만동 주민들이 ‘세련된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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