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의 우연, 9%의 습관, 1%의 노력...영상은 그렇게 탄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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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의 우연, 9%의 습관, 1%의 노력...영상은 그렇게 탄생하죠"
  • 취재기자 강유석
  • 승인 2016.12.0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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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산업 미래를 열겠다는 '부산남자' 최준성·김성건 씨의 창업 이야기 / 강유석 기자

“손님 여러분, 편안하게 오셨는교.” 한 여객기 기내방송에서 스튜어디스의 부산 사투리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 기내방송은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나온 스튜어디스의 이벤트성 멘트였다. 이 멘트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유는 페이스북에서 ‘부산남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페이지에 이 멘트가 담긴 영상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다며 좋아했고 곧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오두막 필름 창업자들이 촬영을 위해 녹화하던 고프로의 섬네일(사진: 김성건 씨 제공).

'부산남자'는 ‘오두막 필름 영상 프로덕션’이 운영하는 일종의 페이스북 홍보 페이지. 오두막 필름은 가끔 습작 영상물이나 주변의 일상에서 얻은 영상 소품을 이곳에 올린다. 물론 외주 영상을 수주해서 제작하는 것이 기본 생업이다. 오두막의 창업자는 김성건(30) 씨와 최준성(29) 씨. 전체 직원 단 2명. 부하직원 한 명 없이 직접 발로 뛰는 외주 프로덕션이다. 김성건 씨는 한 때 프로야구 구단인 ‘NC 다이노스’에서 영상 담당 직원이었고, 최준성 씨는 프리랜서 PD인 동시에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었다. 이들은 어떻게 만나서 잘 나가던 직장을 버리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게 되었을까.

오두막 필름은 김성건 씨와 최준성 씨가 올해 4월부터 준비해서 9월 2일에 사업자 등록을 마친 영상 프로덕션이다. '부산남자'는 오두막 필름을 SNS에서 널리 알려주는 하나의 홍보 수단인 동시에 비상업적 영상 소품을 올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공간이다. 

하필 페이지 이름을 '부산남자'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 김성건 씨는 “우선 우리 프로덕션 이름인 오두막으로 지으면 영상이 상업적 성격에 국한되죠. 그걸 피하기 위해 다른 이름을 찾다가 부산을 생각했어요. 부산은 저희들의 행동반경 안인 데다가 나고 자란 곳이라 애착이 강하죠. 그래서 부산남자라는 이름을 선택했죠”라고 설명했다. 오두막 필름은 사람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부산남자는 비상업적 영상의 감동을 사람들과 공유해보려는 순수한 목적을 채워주는 곳이다. 이들은 상업적 외주 영상과 비상업적 순수 영상, 두 가지를 동시에 만드는 셈이다. 최준성 씨는 “'부산남자'는 저희들의 영상 연습장이에요. 순수하게 영상을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드는 영상 연습장!"이라고 말했다.

부산남자에 게시하기 위한 영상을 위해 소재를 찾아 최준성씨와 김성건 씨가 거리를 헤매고 있다(사진: 김성건 씨 제공).

이들은 대학 시절 영상을 전공했다.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내에서는 영상을 한가닥 한다는 말을 들었다. 같은 스타일의 영상을 하는 두 사람이 영상을 시작한 계기는 사뭇 다르다. 최준성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교회 방송부에서 카메라를 처음 만졌다. 그것은 6mm 카메라였다. 그는 카메라를 잡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아무리 다른 일을 해도 카메라를 잡고 있을 때만큼 행복하지 않다고. “그때 느꼈죠. 나는 카메라를 잡아야 하는구나. 계기는 특별하지 않아요. 내가 이걸 계속했을 때 행복할 것 같아서 포기하지 않았죠". 그는 카메라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던 그는 계획에 없던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 “후회요? 저는 후회라는 단어를 제일 싫어해요. 현재 상황이 행복해요."

어릴 때부터 영상을 준비한 최준성 씨와는 달리 김성건 씨는 대학생이 되고서야 영상 맛을 봤다. 대학 입학 전 기사 쓰는 기자가 되고 싶었던 김성건 씨. 입학 후 영상보다는 기사를 쓰기 위해 학내 언론사 ‘디지털 경성’에 들어갔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스포츠 기자를 꿈꾸던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언론사 선배가 카메라를 잠깐 잡으라고 했고, 마지못해 잡은 그 때의 카메라가 계기가 되어 영상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NC 다이노스에 당당히 입사했다. 그가 오두막 필름을 창업하기 위해 퇴사를 계획했을 때, 지인들은 만류했다. 번듯한 직장을 버리고 불투명한 창업 세계에 뛰어드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NC 다이노스에서 4년을 일한 그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반복되는 일상, 쳇바퀴 같은 영상, 기계 같은 삶이 다 싫었어요“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영상을 만들지 못하고 도태되는 일상을 혐오했다. 나이 들어서 후회하고 싶지 않다며 퇴사를 결심했다.

이들은 영상 제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최준성 씨는 "친구들끼리 이야기하고 놀다가도 문득 ‘이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서 보면 재밌지 않을까? 그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곧바로 놀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 식으로 카메라를 들고 살다시피 하다보니 그게 자연스럽게 현재의 직업이 됐다.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면 습관처럼 카메라를 켜고 녹화한다.

김성건 씨와 최준성 씨는 자신들의 영상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대외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부산관광공모전’에 출품해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시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사람들이 '부산남자'라며 알아보는데 뿌듯함과 동시에 계속해도 되겠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입가에 웃음을 함박 머금었다.

소재는 영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은 소재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한다. 최준성 씨는 “예전부터 배워오던 영상과 지금의 영상은 정말 달라요. 모든 영상에 메시지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에요”라며 시대의 변화를 설명했다. 물론 메시지가 필요한 영상이 있다. 영화, 드라마 같은 장르다. 준성 씨는 목적 없는 영상도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하는데 가장 적절한 영상은 아마 그들이 부산남자에 올린 <물고기 영상>일 것이다. 그들은 물속에 고프로를 넣어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장면을 촬영했다. 목적도 메시지도 없이 그냥 물속에서 노는 물고기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발상이 영상의 시작이고 끝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사람들은 카메라에 물고기가 달라붙는 것을 신기해하고, 초근접 촬영된 것에 생동감을 느꼈다. 메시지나 목적이 없는 영상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다. 김성건 씨는 “그럴싸한 겉멋 들어간 소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도 영상 소재가 될 수 있어요. 평소에 자기 생각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시각을 키워야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물고기의 모습과 같은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그들은 산과 바다를 헤맨다(사진: 김성건 씨 제공).

이들은 행복한 일을 할 때 진정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최준성 씨는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꼽았다. 몇 년 전, 그는 지인이 부친상을 당해서 장례식장을 갔다. 그 때, 지인의 어머니가 식장 촬영을 부탁했다. 기술도, 편집도 필요 없이 날 것 그대로의 영상 3일분을 촬영해 드렸다. 지인의 어머니는 무척 고마워하며 최준성 씨 손을 꼭 잡았다. “모든 영상이 그렇겠지만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그 때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라며 그 때를 회상했다. 

김성건 씨는 영상을 만들고 나면 피드백을 꼭 받는다. 그 중 NC 다이노스에서 만들었던 영상에 수많은 팬들이 해준 피드백이 대표적이다. 김성건 씨는 ”개중에는 절 울리는 댓글도 있었죠. 일은 힘들어도 저에게 주는 과분한 사랑 때문에 그 일을 버텼죠”라고 말했다. 그는 촬영 과정도 보람의 하나라고 했다. 대학생 시절 현장실습을 하면서 아버지를 찍은 적이 있었던 그는 당시 아버지와 가깝지 않았던 때라 촬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봤다. “지금은 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은데 찍은 영상을 보면 그 시절 젊은 아버지가 보여서 슬퍼요"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기내에서 부산 사투리로 안내 방송하는 영상을 페이스북 '부산남자'에 올렸고 이게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제주항공 공식 SNS와 '좋아요' 100만명을 가진 페이스북 ‘여행에 미치다’가 각각 이 영상을 게시하고 싶다고 문의해 온 것. '부산남자'는 출처를 밝히기만 하면 상관없다고 답했고, 곧 이들의 영상이 두 곳에 나란히 게시됐다. 부산남자의 영상 조회수는 순식간에 10만 건을 넘어섰다. SNS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이 영상은 버릇처럼 카메라를 돌리는 두 사람의 습관 때문에 운 좋게 얻어걸린 셈이다. 

김성건 씨는 "우연. 맞아요. 그 영상은 90%의 우연과 9%의 습관, 그리고 1% 노력의 산물이었어요"라며 "그러나 우연도 실력이에요.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프레임 안에 '리얼'이 있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이런 영상을 또 찍을 수 있겠냐는 물음에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 잡을 수 있어요. 기회는 또 옵니다"라고 답했다.

사투리로 한 기내 안내 방송을 촬영한 영상의 섬네일(사진: 페북 부산남자 캡처).

앞으로 오두막 필름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물었다. 최준성 씨는 먹고 살기 위한 수단보다는 영상의 순수한 목적과 조화를 잘 이루고 싶다고 했다. 외주 프로덕션의 특성상 하고 싶은 영상을 만들기는 어려울 터. 최준성 씨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이하람'이라는 사람을 소개했다. 이하람은 여자 친구와 직접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그 영상을 본 LG전자에서 영상의 포맷을 유지한 채 자사 광고를 부탁했다. 최준성 씨는 이하람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영상을 하면서 일도 잡을 수 있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성건 씨는 계속 고민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야할 길이 100이라고 하면, 이제 1을 왔다는 김성건 씨. “남은 99를 위해 항상 고민해야하죠"라며 "지금 방향은 잘 보고 있어요. 틀어지지 않게 노력해야겠죠"라 말했다.

오두막 필름은 행복한 일상으로 꿈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최준성 씨는 다른 사람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오두막 필름을 차렸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을 알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건 씨는 자신의 미래를 곰곰이 생각하면 희미하지만 무언가 그려지는 모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꿈을 이루고 싶다면 그 모습을 계속 기억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그 모습처럼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건 씨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더라고요. 고민하세요. 노력하세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요"라고 전했다. 최준성 씨와 김성건 씨는 영상, 더 나아가서 꿈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최준성 씨가 드론을 조작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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