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인지 공원인지...꽃과 나무, 조각상 갖춘 아늑한 정원묘지 인기
상태바
묘지인지 공원인지...꽃과 나무, 조각상 갖춘 아늑한 정원묘지 인기
  • 취재기자 김예영
  • 승인 2016.12.15 09:17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 훼손 최소화하고 국토 효율적 이용에 도움...님비 현상 줄어들어 일석이조 / 김예영 기자

백고분(72, 경남 사천시) 할머니는 경남 창원시 구암동의 동네 산 중간 풍수적으로 명당이란 터에 남편의 묫자리와 자신의 묫자리를 봐두었다. 백 할머니는 “어머니와 아버지 산소도 산 중앙에 있는데, 명절 때만 자식들이랑 같이 가고 다른 날에는 잘 안 찾아뵙게 된다”며 “좋은 묫자리 찾는 문화는 우리가 마지막일 것 같고 바로 다음 세대는 묘지문화가 더 간략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묘지 문화가 변하고 있다. 일본에는 성묘객이 방문하면 지하에 있던 유골함을 지상으로 올려 보여주는 최첨단 봉안당이 있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해상을 떠도는 선상묘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고 미국에서는 약 230만 원 정도를 내면 우주로 유해를 보내는 이색적인 묘지문화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 이색묘지가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은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묘지 면적이 전국토의 1%이며 이는 서울시 면적의 1.65배에 달한다. 전문가들도 묘지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을 모색 중이다. 부산대 조경학과 박효주 외래교수는 ‘묘지정원 조성 및 관리 기법에 관한 연구’로 한국 환경생태학회 2015년 춘계 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묘지형태인 봉분이 크게 올라온 묘지는 위화감을 조성해 일반시민들이 잘 찾지 않으면서, 국토 잠식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너무 삭막한 묘지가 아니라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사람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묘지문화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분을 낮추고 꽃과 식물로 묘지 주변을 가꾸고 비석은 조각 작품처럼 세련된 모양을 하고 있는 정원 묘원(사진: 분당메모리얼파크 제공).

묘지로 인한 국토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 중 요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묘지가 정원화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묘지정원은 묘지 가운데 있는 무덤(봉분)을 평분으로 낮추고, 꽃과 식물로 무덤 주위를 친환경적 정원으로 꾸미는 묘지를 말한다. 묘지정원은 과거 삭막했던 묘지와 달리 정원과 흡사한 분위기의 묘지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묘지정원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동시에 국토를 훼손하지 않기 때문에 요즘 장묘 전문가들 사이에서 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박효주 교수는 묘지를 정원처럼 꾸며서 시민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게끔 개선하자는 내용의 논문을 작성 중이다. 화장을 많이 하면서 늘어난 봉안당 문화에 대해 박 교수는 유골을 삭막한 건물 안에 칸칸이 넣어 두는 것도 또 하나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며, 이렇게 건물이 늘어나게 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박 교수는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꽃이나 식물을 이용해 장식하는 정원묘지 문화가 늘어나면 국토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멀리 있는 삭막한 묘지가 아니라 집 근처에서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묘지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9월 11일 자 부산일보에 의하면, 올해 6월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조경, 정원박람회’에서 참석자 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묘지정원 관련 설문조사 결과, '묘지정원 또는 무덤 장식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76명(65.5%),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40명(34.4%)으로 묘지정원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같은 조사에서, 무덤 조성에 대한 질문에 '기존처럼 봉분의 형태로 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6명(5.2%)인 반면, '꽃과 식물을 이용해 정원처럼 묘지정원을 꾸미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이 106명(91.4%)이었다.

대학생 정소현(2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씨는 명절 때마다 가족들과 집안 어른들이 모셔진 봉안당을 찾다가 봉안당 한 쪽에 설치된 묘지정원을 보게 됐다. 간단한 비석들이 하나 씩 줄을 서서 있는데, 그 주위가 아름다운 정원 그 이상의 정취를 풍기고 있었다. 정 씨는 정원화된 묘지를 보면서 묘지 분위기가 밝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 씨는 “나중에 나도 저런 식으로 나의 삶이 드러나고 주변이 정원 같은 묘지에 묻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원묘지는 비석을 조각상으로 장식하고 묘지 주위를 아름답게 조경해서 묘지 분위기를 밝고 친숙하게 만들고 있다(사진: 분당메모리얼파크 제공).

과거의 전형적인 봉분식 묘지나 잔디밭에 비석만 딸랑 세웠던 평장 등과는 달리 정원묘지는 꽃과 나무, 그리고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다. 묘지가 정원화되고 밝아지면서 묘원이 주거지 근처에 생기는 것을 피하는 님비현상도 줄어들고 있다.

김정태(77, 경남 사천시) 할아버지는 부모님을 산에 있는 명당에 모셨다. 김 할아버지는 자식들과 성묘하러 갈 때마다 분위기가 삭막해서 안타까웠다. 김 할아버지는 최근 다른 친지의 묘를 방문했다가 정원묘지를 보게 됐다. 김 할아버지는 “우리가 젊었을 때는 묘지를 정원처럼 꾸미는 건 상상도 못했다”며 “꽃과 식물을 이용해서 묘지를 꾸미면 자식들이 찾아올 때도 더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부산의 한 공동묘지 관계자 김영숙(37, 부산시 남구) 씨는 요즘 묘지를 더욱 정원처럼 보이게 하려고 꽃과 나무를 더 심는 데 노력하고 있다. 김 씨는 “정원처럼 꾸미니 정원 자체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욱 많이 즐기러 올 수 있게 묘지 일대를 더욱 정원처럼 꾸밀 예정이다. 전국의 묘지들도 가까운 미래에는 정원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초록별 2016-12-15 23:39:08
이제는 그냥 묻히는 곳에서 가족들이 찾아와서 함께 시간을
보낼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는게 좋은거 같아요

주주 2016-12-13 22:02:38
우와..저도 저런 멋진 곳에서 묻히고 싶어용ㅎㅎ

김미숙 2016-12-13 21:49:17
소풍가듯 그렇게 찾아가는 묘지 생각만 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