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배달앱으로 음식시켰더니, 배달원이 사귀자고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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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배달앱으로 음식시켰더니, 배달원이 사귀자고 전화
  • 취재기자 김민정
  • 승인 2016.11.16 22: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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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하다 전화번호 알고 연락하기도...개인정보 유출에 여성들 전전긍긍 / 김민정 기자

최근 여대생 김지현(23, 부산 남구) 씨는 카톡에 등록되지 않은 낯선 사람으로부터 관심이 있으니 만나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처음엔 누구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다 배달 앱에 입력한 핸드폰 번호가 마음에 걸렸다. 다시 온 카톡 메시지를 보고 김씨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중국집 배달원이란 확신이 들었다. 김 씨는 그 뒤로 배달 앱 계정을 탈퇴하고 기존 SNS에 등록된 개인정보도 모두 삭제했다. 김 씨는 “배달원이 배달 와서 내 얼굴도 봤을 거고 내 핸드폰 번호도 알고 있어 연락한 것 같다”며 “현재는 전화와 메시지를 모두 차단한 상태지만, 그 날 이후엔 전혀 오지 않던 발신자 제한 표시로 밤에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김지현 씨가 낯선 사람에게 카톡으로 연락 받은 내용(사진: 김지현 씨 제공).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핸드폰으로 쉽게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앱에 등록된 개인정보를 배달원 등 제3자가 사적으로 이용해 피해 보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가 배달 앱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집 주소와 핸드폰 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성 소비자들의 개인정보가 배달 앱에 연결된 음식점 등에 쉽게 유출돼 위험에 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했던 강현지(21, 부산 수영구)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강 씨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와서는 다짜고짜 '애인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기겁했다”며 “알고 보니 그날 시켰던 치킨 배달원이 연락을 한 거였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 이름과 집 주소,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다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배달의 민족’ 앱 고객센터 담당자는 “피해를 보신 고객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해당 매장에 시정조치가 내려질 것이며,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택배 역시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다. 택배의 경우, 택배 기사가 배송 관련 업무로 알게 된 전화번호로 고객에게 사적으로 연락할 수도 있다. 택배와 관계 없는 사람도 집 주변에 버려진 택배 박스에 적혀 있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해 올 수도 있다. 혼자 자취하는 여성 신주희(26, 부산 남구) 씨는 평소에 필요한 물건들을 택배를 이용해 자주 구매한다. 어느날 택배 배달로 자주 만나게 돼서 얼굴을 아는 택배기사가 따로 신 씨에게 연락해 왔다. 신 씨는 “아무래도 자주 배송하다 보니 내가 혼자 사는 것을 눈치 채고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황지수 (23, 울산 남구) 씨는 택배 박스에 적힌 운송장 종이를 떼지 않고 그냥 버린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연락한 사람 때문에 놀란 적이 있다. 황 씨는 “어떻게 연락했냐고 물어 보니 집 밖에 버려진 택배 박스를 보고 연락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에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택배 운송장 종이를 처리할 땐 손으로 찢는 것보단 가정용이나 휴대용 종이 파쇄기를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가정용 종이 파쇄기는 문구점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은 1만 원대다. 크기도 작기 때문에 보관도 용이하다.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문구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정용 종이 파쇄기. 손으로 롤러를 돌려서 종이를 잘게 파쇄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정).

남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사용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저촉된다. 부산 남구 대연지구대의 경찰관은 “제3자가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를 동의 없이 사적으로 이용했다면 이용 수위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 점에서 배달 일을 하고 있는 김성현(23, 부산 수영구) 씨는 최근 고객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일하다 알게 된 개인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면 범죄가 된다는 생각에 늘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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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8 16:10:28
헐...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