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괴담 사실과 달라요" 기피증 불식 위해 전 직원이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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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 괴담 사실과 달라요" 기피증 불식 위해 전 직원이 발 동동
  • 취재기자 박영경
  • 승인 2016.11.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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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헌혈의 집' 방문기....홍보 강화, 상품권 제공 등 이벤트 벌이기도 / 박영경 기자

지난 2015년 5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과 올해 3월 지카 바이러스가 한국을 강타했을 때 피해를 입은 것은 음식점만이 아니었다. 공기만으로도 감염되는 메르스와 모기에 쏘이면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들이 ‘헌혈의 집’ 방문을 꺼리고 헌혈 자체를 기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병원마다 혈액 부족 사태를 겪게 되면서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혈액관리본부는 예약헌혈제, 헌혈약정제, 헌혈의 집 위생관리를 위한 손 세정제 및 세면대 비치, 헌혈을 권장하는 각종 이벤트 강화 등 혈액 부족 사태에 대응한 여러 수단을 내놓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홍보팀도 시민의 의구심을 줄이기 위해  SNS 페이지 운영 등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헌혈의 집 부산 남포센터 센터장 박수희 씨(사진: 취재기자 박영경).

많은 언론매체가 혈액 부족을 다룬 기사를 쏟아냈지만 최근 헌혈의 집 실제 상황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산 남포지하도상가 7번 출입구 앞 헌혈의 집 남포센터를 찾았다. 헌혈이 아닌 취재를 목적으로 방문했음에도, 남포센터장 박수희(47) 씨는 반갑게 기자를 맞아주었다.

남포동 헌혈의 집에서 시민들이 헌혈하고 있다. (사진: 취재기자 박영경).

헌혈의 집이 썰렁하다는 기존 기사들과 이곳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방문한 날이 평일인 수요일이었는데도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헌혈자들도 꾸준히 찾아 대기실과 헌혈공간이 비어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전자문진실 입구에 붙은 예약헌혈 권장 포스터(사진: 취재기자 박영경).

헌혈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중엔 ‘예약헌혈제도’가 있다. 예약헌혈제도란 스마트폰에 ‘스마트 헌혈’ 앱을 설치해 간단하게 헌혈을 예약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를 방문해도 예약이 가능하다. 스마트 헌혈 앱으로 미리 본인의 헌혈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전자문진을 실시한 후 예약하면 헌혈 예약 절차가 훨씬 간편해진다. 단, 전자문진 결과는 3일간만 유효하다.

헌혈을 예약하면 예약자는 예약 직후, 헌혈일 3일 전, 헌혈 당일에 각각 안내 문자를 받는다. 스마트 헌혈 앱은 전국의 현재 혈액 보유량, 주변 헌혈의 집 위치 등 정 정보를 제공한다. 2017년부터는 이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지금은 예약헌혈제가 시작 단계이지만 정착되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최근 헌혈 인구의 감소는 신규 헌혈자인 10대 인구 감소가 주원인이란다. 메르스나 지카 바이러스 등 전염병도 크게 영향을 주었으나, 근본적인 헌혈 감소 원인은 신규 헌혈자의 감소라는 것. 박 씨는 “전국적으로 보면 부산이 신규 헌혈자 수가 가장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헌혈의 집 남포센터 헌혈자의 인구별 분포는 10~20대가 78%로 가장 많고, 30~40대가 22%를 차지한다. 박 씨는 “예전 30~40대 비율이 9%인 것에 비해 현재는 많이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30~40대 헌혈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10대 인구가 줄어서 비율상으로만 증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30~40대 헌혈자 수가 적은 것은 직장 생활 등 바쁜 일상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고. 직장인들이 근무 시간에 방문하기도 어렵고, 퇴근 후에 방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씨는 “10대 헌혈 인구 감소로 인해 30~40대가 조금 더 헌혈에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그들을 현혈로 이끄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다”고 덧붙였다.

헌혈약정에 참여한 서울 은평구 숭실 고등학교(사진: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헌혈약정제도다. 헌혈약정제도란 10인 이상의 기업과 헌혈 약정을 체결하는 제도로, 헌혈하는 날에는 직장인들이 오전에만 근무하도록 하고 오후에는 헌혈에 참여할 수 있다. 헌혈 약정이 사회 공헌 활동의 일종이어서 요즘 의식이 깨어 있는 기업 CEO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헌혈약정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 내 기업으로는 경성대학교 학생군사훈련단, 부산농협지역본부, 부산시설공단 등이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헌혈에 관한 대표적인 괴담에 대한 답변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고 있다(사진: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헌혈에 대한 괴담이 SNS상에 떠도는 것도 헌혈을 꺼리게 하는 요인의 하나다. 시민 강량현(21, 부산 서구 부민동) 씨는 헌혈의 집 직원들은 ‘절대로’ 헌혈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직원들이 헌혈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헌혈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인터넷 상의 소문이 맞기 때문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헌혈의 집 남포 센터장 박수희 씨는 이런 주장은 괴담일 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박 씨는 직원들도 헌혈 릴레이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고, 혈액이 부족하면 직원들이 먼저 스스로 헌혈 침대에 눕는다며 “50번 넘게 헌혈 침대에 누운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헌혈에 의한 에이즈 감염 사례가 있다는 괴담에 대해서도 박 센터장은 "에이즈 감염자의 감염 경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는 그런 주장을 사실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씨는 헌혈에 사용되는 모든 시설과 기구들은 모두 일회용이고, 손세정제, 세면대 등이 비치되는 등 최상의 위생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그런 염려는 기우라고 덧붙였다. 

헌혈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는 안내문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자세히 게재돼 있다. 혈액관리본부 홍보팀은 “헌혈과 관련한 많은 괴담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언급되다 보면 많은 사람이 그 괴담들을 사실로 믿게되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헌혈 필수 교육 중 한 페이지(사진: 취재기자 박영경).

헌혈 전후 전자문진 및 상담 과정에서 헌혈 참여자들을 필수적으로 교육받아야 하는 항목도 있다. 전자 문진 시에는 헌혈에 따른 부작용 등이 안내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헌혈 후 의무적으로 15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되어 있다. 헌혈의 집은 15분간 헌혈자를 쉬게 하고 그 동안 과자와 음료수를 제공한다.

간혹 헌혈 후 장시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박수희 센터장은 “충분한 사전 상담과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후유증으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이날 헌혈의 집 대기실에는 이종원(56, 부산 서구 남부민2동)가 헌혈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씨는 주변의 권유로 헌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직원들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해 주어서 전자문진 및 상담 등 헌혈 과정에 불편함이 없었다”고 전했다.

헌혈의 집은 등록 헌혈회원도 관리한다. 등록 회원들은 헌혈의 취지에 동조하는 사람들로 헌혈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등록 회원인 박채라(20, 부산 사상구 학장동) 씨는 "헌혈의 집으로부터 A형 피가 모자란다는 문자를 계속해서 받고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헌혈의 집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혈액보유분 중 O형과 A형 혈액이 특히 부족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 중 A형과 O형 인구가 많아 해당 혈액이 그만큼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혈금지 약물 및 예방접종 헌혈 조건에 대한 안내문(사진: 취재기자 박영경).

헌혈에 참여하기 위해선 당일의 컨디션이 특히 중요하다. 헌혈 전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았거나 공복 상태면 헌혈할 수 없다. 약물 복용, 주사제, 또는 예방접종 후에도 일정 기간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 체중에도 제약이 있다. 여자는 45kg, 남자는 50kg 이상이어야 한다. 혈액관리본부는 체중에 대한 제한을 둘 뿐 키는 제한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전체 혈액 10% 이상을 한꺼번에 헌혈할 수도 없다. 여성은 생리기간에는 헌혈할 수 없지만 생리 전과 후는 상관 없다. 박수희 씨는 “약물 복용, 병력, 예방접종은 종류에 따라 조건이 모두 다르니 헌혈 전에 자세히 상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헌혈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신분증 또는 학생증을 필히 지참하여야 한다.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헌혈에 참여할 수 없다. 어렵게 헌혈의 집을 찾아왔는데 신분증이 없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단다.

헌혈에 참여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혜택에는 취업에 필요한 봉사시간 및 군복무가산점 등이 있다. 봉사시간은 헌혈 1회에 4시간이 발급된다. 군 입대시 모집병 지원에 헌혈 1회에 1점씩 최고 4점까지의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다. 

헌혈증을 소지한 사람은 본인이 수혈을 받게 될 때 혜택이 주어진다. 헌혈증 1장당 약 5만 원의 혈액 1팩 중 의료보험이 부담하는 4만원을 제외한 본인 부담금 1만 원에서 7,000원을 공제받는다. 혈액 1팩은 320ml 또는 400ml로, 정형외과 수술 시에 보통 1~2팩, 과다출혈 시에는 10~20팩의 혈액이 필요하다. 그래서 평소 헌혈을 많이 하면 본인이 위급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헌혈증은 재발급되지 않으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전국 헌혈의 집에서는 헌혈을 장려하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수시로 영화관람권이나 상품권들을 이벤트로 제공한다.

헌혈의 집으로 가는 길 벽에 붙은 헌혈 이벤트 안내문. 전혈이란 모든 성분의 혈액을 헌혈하는 것을 말한다(사진: 취재기자 박영경).

헌혈의 집 남포센터에서는 한 달에 3쌍에게 연극 관람권을 제공하고 1명을 추첨하여 3만 원 상당의 꽃바구니를 배달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상품을 보고 오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좋은 마음에서 헌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헌혈에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이타심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헌혈의 집 입구에서 열심히 홍보하는 남부민2동 적십자 봉사회(사진: 취재기자 박영경)

헌혈의 집 입구에서는 헌혈 홍보대사들이 열심히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헌혈에 참여해 달라고 길가는 사람들에게 힘찬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남부민2동 적십자 봉사회 허남희(70) 씨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시민들에게 헌혈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참여하여 타인의 생명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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