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철인데 손님이 없네"...콜레라 후유증 여전한 민락 횟집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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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철인데 손님이 없네"...콜레라 후유증 여전한 민락 횟집촌
  • 취재기자 김지언
  • 승인 2016.11.04 22: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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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생선회와 무관," 당국 발표에도 썰렁...상인들, "매출이 예년 20% 수준" 한숨 / 김지언 기자
지난 29일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주차타워에 그려서 완성된 59m 높이의 초대형 그래피티 작품은 ‘세파를 견뎌낸 어부’의 모습을 담았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언).

“요새 전어가 맛있지예~.” 

정겨운 부산사투리로 행인의 걸음을 붙잡는 할머니는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 위치한 40년 역사의 민락어민활어직판장에서 수십년째 자리잡고 활어를 팔고 있다. 민락 활어직판장은 펄떡거리는 생선을 잡아 그 자리에서 바로 회를 떠주는 곳으로 유명하다. 광안리해수욕장의 바다 풍경과 함께 다양한 회요리와 얼큰한 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곳. 그러나 이곳은 지금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철임에도 썰렁하다. 석 달 전 여름에 발생한 콜레라의 여파가 계속돼 사람들의 발길이 표나게 줄었든 것.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돼 가는데, 민락어민 활어직판장 내부는 상인도, 손님도 없이 텅 비어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언).

38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박미옥(67) 씨는 “장사하며 밥 벌어 먹고 애들 공부 가르치고 시집·장가도 보냈는데 요새는 통 사람이 없다”며 “저녁 시간에 손님이 왕창 와야지 이렇게 없어도 되겠느냐”고 한숨 쉬었다.

콜레라는 전염성이 강한 질환으로 주요 감염 원인은 오염된 해산물, 지하수 오염 등이다. 보통 2~3일 정도 잠복기를 가지며 복통이 없고, 설사와 오심, 구토가 대표적인 증상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 유행한 콜레라는 전국에서 162명의 감염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올해 거제에서는 8월 23일, 25일, 31일 각각 한 명씩 총 3명이, 그리고 부산에서는 9월 4일에 단 1명이 콜레라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질병관리본부는 밝혔다.

민락어민활어직판장의 한 상인이 수족관에 가득 차있는 생선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언).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상인들이 TV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언).

당시 일부 언론은 부산에서 발생한 콜레라 환자가 해산물에 의한 감염일 수도 있고, 해외여행으로 인한 감염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당국은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감염경로를 밝혀내지 못해 시민들에게 혼란을 줬다. 시간이 흘러 10월 5일 질병관리본부는 부산 콜레라 환자의 콜레라균 유전자 지문을 분석한 결과 앞서 발생한 경남 거제의 콜레라 환자 3명의 유전자형과 다르며, 2005년 필리핀을 방문한 후 콜레라에 걸렸던 환자의 유전자형과 유사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콜레라 환자는 생선보다는 해외 유입의 가능성이 크다는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해산물 소비 기피 현상을 불러 왔다.

이곳에서 2년 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최용훈(34) 씨는 “맨 처음에는 회를 먹고 콜레라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회 때문에 감염된 게 아닌데, 추측성 보도 때문에 상인들의 장사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민락어민활어직판장 내부. 장사가 안 되자 몇몇 상인들은 아예 장사를 하러 나오지 않아 물이 가득 차있는 수족관에 생선이 하나도 없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언).

민락어민활어직판장 인근 민락회타운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민락회타운에서 28년째 장사를 해 온 양인교(63) 씨는 “부산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보도가 난 그 날로 장사가 딱 잠겨 버렸다. 요새는 콜레라 발생 전 매출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탄식했다.

회타운과 연결된 주차장을 운영하는 윤석현(49) 씨도 “주차장엔 회를 먹으러 오는 손님이 90%인데 손님이 없으니 이곳도 장사가 전혀 안 된다. 평소에 차가 100대가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지금은 20대 정도 밖에 안 들어온다. 적자 수준이 아니라 망할 정도”라고 전했다.

민락어민활어직판장에서 10년째 장사 중인 김막래(51) 씨는 “요즘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자주 오던 단골도 뜸하다.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불경기에 상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생물을 파는 거니 우리로서는 최대한 깨끗하게 손님들을 맞는 게 최선의 방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인 박미옥 씨는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이나 보상도 없었고 관련 기관 사람들은 이곳에 한 번 나와 보지도 않았다”며 “우리 상인들은 생선도 못 팔고 죽이기만 해서 빚만 엄청 지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개별 점포별 피해 대책 관련법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언론에 회를 먹는 장면을 노출하고 안전하다는 걸 홍보해서 국민들의 불안함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한 “최근 소비촉진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며 “이마트와 연계한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 SNS 채널을 이용한 이벤트, 언론 홍보 강화 및 할인 판매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락어민활어직판장 2층 횟집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언).

직판장을 찾은 시민 김생길(79) 씨는 콜레라와 해산물을 관련짓는 것에 대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 체질에 따라서 감염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으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평소 회를 자주 먹지는 않지만, 이날 직판장에서 회를 구매한 시민 공동혁(29) 씨는 “날이 더울 때 기생충과 균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날씨가 추워졌으니 괜찮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레라 발생 지역 인근 음식점의 수산물 및 수족관 물을 대상으로 콜레라균을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또, 식약처는 “날것으로 섭취하는 횟감은 흐르는 수돗물에 2~3회 깨끗이 씻고, 횟감용 칼과 도마를 반드시 구분하여 사용하며, 사용한 조리도구는 세척‧열탕 처리하여 비브리오균의 2차 오염을 방지하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브리오 패혈증균 등 특별검사 결과와 어패류 안전 구매·섭취 관련 정보는 식품안전정보 포털(www.foodsafetykorea.go.kr) 또는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 공지사항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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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2016-11-08 12:14:38
현장에서 일하시는 상인분들의 말씀과 거기서 느껴지는 심정을 기사를 통해 생생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