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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에 지진 충격파...부산, 경남 일대 고층 아파트 매물 '우르르'

기사승인 2016.10.22  09: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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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곳 살다가 횡액당할라" 저층 인기 급상승....업계선 "이미 진정됐다" 일축 / 정인혜 기자

어린 두 딸과 함께 부산 해운대 지역의 한 고층 아파트 42층에 사는 주부 A 씨는 더 이상 창문 너머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지난 9월 지진 이후 집에서도 맘 편히 쉴 수 없게 된 것이다. 불안에 떨던 A 씨는 같은 아파트 2층으로 이사를 결심했다. 그는 “지진 이후 높은 곳에서 사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됐다”며 “경주에서는 지금도 여진이 계속 발생한다는데, 언제 있을지 모를 위험을 대비해서라도 더 이상은 높은 곳에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또 다른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부 B 씨는 얼마 전 반상회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37층에 사는 이웃이 자신에게 “저층에 살아서 좋겠다”는 말을 건넨 것. 그 이웃은 9월에 있었던 지진 때 집에서 키우는 개 세 마리를 안고 비상 계단으로 1층까지 뛰어 내려왔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빨리 이사를 하든지 해야지 불안해서 원...”이라고 혀를 찼다. B 씨는 “이 아파트에 5년째 살고 있지만 저층에 살아서 부럽다는 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며 “그만큼 고층에서 지진 여파가 컸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9월 발생한 지진·태풍 이후 부산 지역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20층 이상 고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큰 불안감을 호소하면서 그 동안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았던 저층에 대한 인식도 바뀌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아파트 거래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부터 저층이나 단독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예년과 비교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진과 태풍 등 규모가 큰 자연재해가 연달아 발생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했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중개업자 강모 씨는 “지진 이후 저층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인기 없던 1, 2층 집이 지진 직후 곧바로 계약이 성사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례가 많진 않지만 고층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아파트 저층 매물을 문의하러 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확실히 지진이 큰 변수였던 것 같다”면서 “이번 달 초에 매물로 나왔던 저층 아파트는 지진 전 매입가보다 2,000만 원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귀띔했다.

지진 이후 저층 아파트 수요가 늘면서, 고층 아파트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부산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해운대 마린시티(사진: 취재기자 정인혜).

지진 불안감으로 저층 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아파트 고층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인터넷의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러한 분위기는 특히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된 해운대 마린시티에서 퍼지고 있다. 마린시티에는 72층 높이의 아이파크, 80층 높이의 두산위브더제니스, 42층 높이의 트럼프월드마린 등 주상복합 아파트가 모여 있다. 매물이 없어서 소비자들의 애를 태웠던 이곳에서 지진 이후 초고층 매물이 나오기도 하고, 고층 아파트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 들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일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부동산 업계들은 해당 소문이 사실무근이라는 반응. 해운대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A 씨는 “지난 달만 해도 다들 지진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겠다고 울상이었는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한 상태다. 요즘 부산엔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는 여전히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자 B 씨는 “가을 이사철 성수기 효과에 김해공항 확장 등 호재가 맞물려 요즘에는 집값이 하루 자고 나면 또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고층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1년간 부산 집값 상승률 상위 2~10위 아파트는 모두 해운대구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운대 좌동 동신아파트의 경우 3.3㎡당 가격이 287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2.3%나 상승했다.

그러나 여진이 장기간 발생하는 등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만한 일이 발생한다면 저층·고층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일본의 경우 대지진 발생 직후 집값이 폭락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도쿄 부동산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당시 도쿄의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 가격은 전년 대비 82.8%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중개업자 A 씨는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이지만, 지진 당시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감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또 한 번 큰 지진이 발생할 때에는 아무래도 집값이 영향을 받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취재기자 정인혜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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