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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러시아는 국토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

기사승인 2016.10.19  08: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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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 원정대 동참기④]원정대가 순례한 아름다운 러시아의 도시들과 사람 이야기 / 박현주 기자

블라디보스톡 항구로 들어서는 순간 눈에 띄는 거대한 건물이 군항도시의 위엄을 느끼게 한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7월 16일 부산 연안부두를 떠난 부산시 유라시아 원정대는 한나라 호를 타고 2박 3일을 항해한 끝에 18일 첫 기착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에 도착했다. 블라디보스톡은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동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이자 군항. 소련 극동함대의 사령부가 있는 해군기지이며, 북극해와 태평양을 잇는 북빙양 항로의 종점이자 모스크바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철도의 종점 도시로서 무역항으로 크게 발전한 곳이다. 부산과는 1992년 자매결연을 맺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9,000km 떨어져 시차가 7시간이나 되지만 부산과는 고작 1시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에서 가장 먼저 하루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아침 해를 맞이하는 도시다.

365일 꺼지지 않는다는 영원의 불꽃이 계단 정 중앙에 타오르고 있다. 그 뒤에는 공사 중인 정교회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블라디보스톡에서의 첫 문화탐방 장소는 러시아 정교회 사원이었다. 사원은 보수공사 중이었고, 사원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는 예쁘게 단장된 하얀 국화꽃이 놓여 있었고 별모양 촛대에선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꺼지지 않아 ‘영원의 불꽃’이라고 불리는 이 불꽃은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용사들을 기리기 위해 피워놓은 것. 러시아는 도시마다 대개 영원의 불꽃을 가지고 있어서 기자가 방문했던 도시 곳곳에서 영원의 불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원의 불꽃 뒤에 자리 잡은 건물은 기독교의 일파인 동방정교회의 중핵을 이루는 러시아 정교회 사원이었다.

상층부 앞면에는 니콜라이 황제의 얼굴, 뒷면에는 블라디보스톡 상징 동물인 호랑이가 새겨져 있는 니콜라이 2세 개선문(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영원의 불꽃 앞에서 전면을 바라보면 니콜라이2세 개선문도 볼 수 있다. 니콜라이2세는 제정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제로, 안정적인 국가 통치에 실패했다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지만, 황제 짜르의 위세가 당당했던 당시에 단지 그가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블라디보스톡 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에 니콜라이2세 개선문이 세워져 있다. 블라디보스톡의 개선문은 구소련 정부에 의해서 파괴됐던 것을 2003년 니콜라이 2세의 서거 135주년을 기념하여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81m의 길이의 잠수함을 전시하고 이를 잠수함 박물관으로 부르고 있었다. 내부는 볼 거리가 많았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우리 원정대 일행은 블라디보스톡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잠수함 박물관도 구경했다. 잠수함 박물관은 거대한 잠수함 한 척이 곧 박물관이었다. 전시돼 있는 잠수함의 정식 명칭은 C-56으로 실제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했던 잠수함을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게 일부 개조한 것이다. 내부에는 선장과 선원들의 사진, 훈장, 해군 군복, 잠수복, 잠망경, 미사일 발사대, 선장실, 선원실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이 100루블(약 2,000원)로 저렴한 편이었다.

독수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블라디보스톡의 오후 두시쯤의 전경(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블라디보스톡에서의 마지막 문화 탐방 장소는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독수리 전망대였다. 돌계단을 5~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블라디보스톡의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독수리 전망대가 나타났다. 탁 트인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배들이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광활하고 시원한 ‘러시아스러운’ 낭만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다녀온 여행자들의 말에 따르면, 야경이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시간상 우리는 야경을 볼 수는 없었다. 최근 블라디보스톡이 대한민국 외교부에서 발령한 여행경보 1단계 '여행유의' 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한국의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2시간 정도만 가면 금방 도착할 만큼 가까이 위치해 있는 블라디보스톡은 이것저것 구경거리가 많은 아름다운 도시다.

하바롭스크 광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김경주 대원과 기자(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다시 이동을 시작한 원정대가 하바롭스크에 도착한 날은 7월 20일. 하바롭스크는 1905년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부설되면서 급속히 발전한 곳으로 블라디보스톡에 이어 러시아 극동 지방 제2의 도시다. 17세기 중엽 러시아 탐험가 E. P. 하바로프의 이름을 따서 하바롭스크란 도시명이 붙었는데, 행정, 산업, 교통의 중심지로 거듭나면서 이곳에 극동연방관리구의 본부가 설치되어 러시아 극동부의 수도라는 수식어도 가지고 있다. 또한 제조업이 발달하고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역사적인 자료도 많고 아름다운 경관으로도 유명하다.

선상에서 알렉세이 주정부 장관이 원정대원들과 같이 포즈를 취해주었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저녁 무렵, 아무르강 근처의 불빛들이 수면 위를 아름답게 수놓으며 떠다니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원정대는 알렉세이 주정부 장관의 안내를 받아 아무르 강 선상투어를 가졌다. ‘큰 강’이라는 뜻의 퉁구스어에서 그 이름을 따온 아무르강은 세계에서 8번 째 긴 강으로 유역면적은 200만km²에 달한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가로 질러 흐르고 있어 중국에선 흑룡강(헤이룽강)이라고 부른다. 분홍빛과 주홍빛이 어우러져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이 아무르 강의 운치를 더했다. 바다만큼 넓은 아무르강 물결이 유유히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세상 모든 근심이 다 사라지는 듯했다.

이르쿠츠크 시내 투어 중 러시아 소녀들과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세 번째 방문 도시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날은 23일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동(東)시베리아의 행정,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공업과 제조업, 교통의 요지로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또한 이르쿠츠크 국립대학교와 이르쿠츠크국립언어대학교, 이르쿠츠크국립기술대학교 등의 러시아 명문대학교들이 위치해 있어 소문난 교육 도시이기도 하다. 한국에 오는 러시아 교환 학생들의 대다수가 이 도시 대학의 출신이라고 하며, ‘힘센 사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도시의 이름만큼 이르쿠츠크엔 젊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딸지 박물관 가는 길에 하얗게 무성한 자작나무들 사이에서 유리사이 원정대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딸지 박물관의 일림스크 성곽 구세주 통행탑을 지나는 원정대원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이르쿠츠크에서 47km 정도를 달려 러시아의 국수(國樹, 나라의 상징 나무)인 자작나무숲을 지나쳐 러시아의 옛 발자취를 따라 걸으니 딸지 민속 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지역 거주민들(러시아인, 브리야트인)의 옛 목조 건축물 40여 채를 보존시킨 이 거대한 야외 박물관은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였다. 원주민들의 생활 용품도 무려 8,000점이나 됐다. 1980년에 개장해 드넓은 초원과 앙가라 강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딸지 민속 박물관은 겨울엔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여름엔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개장하며, 입장은 무료다.

바이칼 호수에서 한가롭게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러시아 사람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하바롭스크에 아무르강이 있다면 이르쿠츠크엔 바이칼 호수가 있다.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호수로 시베리아의 자랑답게 ‘시베리아 진주,’ ‘시베리아의 푸른 심장,’ ‘러시아의 갈라파고스’ 등과 같은 다양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푸른 눈’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수심 40m까지 내려다 보일만큼 호숫물이 투명하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여름 피서지로 바이칼 호수를 손꼽아 찾는다고 하며, 실제로 기자가 방문했던 날도 많은 러시아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래서 기자에겐 바이칼 호수의 풍경이 성스럽다기보다는 광안리 앞바다처럼 친숙하게 느껴졌다. 바이칼 호수에 손을 담그면 5년, 발을 담그면 10년이 더 젊어진다는 속설을 듣고, 원정대원들은 서로 앞다투어 손과 발을 모두 담가보는 등 잠시나마 러시아의 더위를 잊은 채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7월 25일 밤 11시에 노보시비르스크에 도착해 아지무트 호텔의 환영 현수막 앞에서 원정대원들은 단체사진을 찍었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노보시비르스크는 1893년 시베리아 철도가 오비 강을 횡단하는 지점에 소도시로 출발해서 지금은 농산물의 유통, 교통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 시베리아 개발에 맞춰  노보시비르스크는 ‘새로운 시베리아’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베리아 최대의 공업도시, 시베리아의 수도,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연구기관과 박물관, 극장 등이 집중되어 있는 문화의 중심지라고도 소개됐지만 바쁜 일정상 아쉽게도 우리 원정대는 동물원 밖에 방문할 수 없었다.

과거 한반도에 널리 서식했던 시베리아 호랑이를 구경 중인 원정대원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동물원 안으로 들어서니 그 거대한 규모를 체감할 수 있었는데, 육상 동물과 수중 생물을 포함해 총 702종, 1만 마리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멸종 위기에 놓여있는 동물들, 수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를 인공 교배해 탄생시킨 라이거(liger),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눈표범 같은 희귀 동물들까지 모두 이곳에서 볼 수 있는데, 입장료는 성인 250루블(약 5,000원), 어린이 100루블(약 2,000원).

소련 최초의 국가 원수이자 러시아파 마르크스주의를 발전시킨 레닌을 기념한 레닌 광장의 오후 풍경(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원정대가 예카쩨린부르크에 도착한 것은 7월 27일이었다. 이 도시의 레닌 광장을 거닐자니 분위기가 지난 도시들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알고 보니 예카쩨린부르크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도시로 가끔씩 여행객들에게 유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한 차례 비가 쏟아지고 난 뒤 쾌청해진 날씨 덕분인지 더더욱 유럽풍의 도시 느낌을 받았다. 예카쩨린부르크는 미관(美觀)만을 칭송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많은 산업시설이 위험성이 적은 예카쩨린부르크로 이전되어 그때부터 도시 성장이 가속화됐고, 지금은 교통과 산업, 문화, 과학의 중심지로 주목받으며 러시아의 5대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예카쩨린부르크의 ‘피의 사원’ 앞에서 인생 사진을 남긴 원정대원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가 최후를 맞이한 곳도 바로 이곳 예카쩨린부르크라고 한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성당이 니콜라이 2세 일가가 암살당한 건물을 철거한 다음 추모를 위해 새로 세워진 피의 사원이다. 사실 예카쩨린부르크에는 볼거리가 많지 않아 피의 사원이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다. 성당 앞에 세워진 흑백 사진들엔 니콜라이 2세 일가의 모습이 담겨져 있고, 성당 내부도 외관만큼이나 장엄하고 기품이 있어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러시아인들과 함께 기도를 드렸다.

러시아 각지에 GUM 백화점이 있지만, 모스크바의 GUM은 그 규모에서 단연 최고를 자랑한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7월 29일 원정대는 드디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역시 러시아의 수도다운 곳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는 통계대로 오가는 수많은 시민들과 세련된 고층 건물들을 보면서 기자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도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시차가 한국보다 6시간이나 앞당겨졌는데도 모스크바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느라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모스크바의 최고급 백화점인 GUM(Glavny Universalny Magazin)을 보고 기자는 더욱 충격을 받았다. 고풍스러운 위용을 자랑하는 성당이나 박물관일 거라고 생각했던 건물의 정체가 백화점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명품 브랜드의 익숙한 간판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기자가 그동안 한국에서 숱하게 둘러봤던 번듯한 현대식 건물의 백화점과는 확실히 색다른 분위기를 자랑한다. 모스크바 여행객들은 GUM 백화점 구경일 필수다.

그토록 가보기를 고대했던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신이 난 원정대원들이 점프샷을 남겼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성 바실리 성당을 구경하러 모스크바를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참고로 굼 백화점은 붉은 광장 안에 속해 있어 바로 그 옆으로는 성 바실리 성당과 크렘린 성벽이 보인다. 붉은 광장을 빼놓고는 모스크바를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이곳도 우리 일행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왠지 모르게 차가운 느낌의 러시아는 흰색과 회색, 민트색 건물들만 즐비한 줄 알았는데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감과 우아한 곡선미를 뽐내는 성 바실리 성당을 보면서 기자가 러시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이런저런 편견이 무너졌다. 성 바실리 성당을 지은 건축가는 ‘포스트니크 야코블레프’라는 사람으로 성당을 지은 후에 두 눈을 빼앗겼다는 전설이 있다. 성당을 지으라고 명령한 이반 4세 황제가 완공 후 이 성당을 보고 두 번 다시 이토록 아름다운 건축물을 러시아에서 짓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라는데, 조금은 그 명령이 납득 될 정도로 성당을 포함한 붉은 광장의 모든 것이 눈부시게 예뻤다.

네바강을 끼고 도시가 형성되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풍경(사진: 프로덕션 리뷰 제공).

그리고 마지막 원정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날은 7월 30일.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예술의 도시로 문화 탐방거리가 넘쳐났다. 핀란드 만으로 흘러들어가는 네바 강을 끼고 있어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이곳은 러시아 최대 항구도시로 유람선 관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일행은 아쉽게도 유람선을 타보진 못했지만, 네바 강가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고 바랄 정도로 평화로운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과거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으며 도시의 수호자인 성 베드로(Peter)에서 이름을 따왔다가 1924년 1월 21일 레닌이 죽자 그의 죽음을 기리며 레닌그라드로 불리게 되었고, 1991년 9월 6일 다시 옛 이름을 되찾는 역사의 곡절이 있는 곳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스도 부활 성당(피의 사원)을 앞에서 올려다본 모습(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상트페테르부르크 성당도 ‘피의 사원’이라고 불리는데, 앞서 등장했던 예카쩨린부르크의 ‘피의 사원’처럼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1881년 3월 13일, 러시아 제국의 황제인 알렉산드르 2세가 궁으로 향하던 중 폭탄 테러를 당했다고 한다. 처음엔 방탄 마차의 안전장치 덕분에 무사했지만, 황제가 마차에서 나와 다친 호위병과 마부를 수습하다가 두 번째 폭탄 테러에 팔 하나와 두 다리가 잘려나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죽어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 후계자 알렉산드르 3세가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성당을 지은 것이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피의 사원이다. 공식 명칭은 ‘그리스도 부활 성당’. 다섯 개의 돔이 달린 겉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 했더니 성 바실리 성당을 모델로 24년 동안 지었다고 한다. 러시아에 바실리 성당보다 더 아름다운 건물을 짓지 말라는 황제의 명령은 지켜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피의사원 천장에 새겨진 성화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피의 사원 입장료는 250루블(약 5,000원). 천장까지 수놓아진 매우 화려한 모자이크 양식에서 눈을 뗄 수 없어 뒷목이 당길 정도로 보고 또 봤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피의시원 메인 뮤지엄인 겨울궁전 입구. 양 옆으로 4개의 건물이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외부도 매우 찬란한 모습으로 장식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기자는 로마노프 왕조가 실제로 거주해 겨울궁전이라고도 불리는 에르미타주 박물관에서 또 한 번 눈 호강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바 강변에 위치한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의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명소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보기 위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찾는 여행객들도 있을 만큼. 이 박물관의 270만 점의 소장 작품을 자세히 감상하려면 한 달이란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의 뒷모습까지 예술이 되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내부(사진: 취재기자 박현주).

이집트의 미라부터 시작해 그리스 시대의 조각상, 로마와 르네상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 미켈란젤로,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의 유명화가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더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찾아 오랜 시간 머물면서 명화들을 차근히 감상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박물관이 된 일화가 재미있다. 1762년에 궁정 혁명을 일으켜 남편 표트르 3세를 퇴위시키고 제위에 등극한 예카테리나 2세가 유럽에서 예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하면서 그 뒤를 이은 황제들에 의해 계속 소장품이 모집됐고, 왕정이 끝나고 러시아 공산혁명 이후인 19세기 말부터 미술관으로 일반에 개방됐다고 한다. 입장료는 600루블(약 1만 원)이며 관광객들이 많아 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조금 더 비싼 티켓을 사면 빠른 입장이 가능하다.

부산시의 유라시아 원정대는 이렇게 7월 16일 배로 부산항을 출발, 블라디보스톡에 18일 도착, 그후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각 도시를 여행하며 8월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일정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감했다. 광활한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근대화와 예술과 열정의 삶이 혼재된 러시아 도시와 러시아 사람들을 접한 느낌이 새롭다. 다음 편에는 원정대원들의 여행 소감을 모아 ‘유라시아원정대 동참기’의 대미를 장식하려 한다.

취재기자 박현주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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