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만능화의 어두운 그림자, '드론 테러'에 무인전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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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만능화의 어두운 그림자, '드론 테러'에 무인전쟁까지
  • 부산광역시 김연수
  • 승인 2016.10.0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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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대테러작전에 동원돼 무고한 인명 살상..드론 사용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 부산광역시 김연수

‘드론(Drone)’산업이 취미용이나 상업용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YT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피자 프렌차이즈 업체 도미노는 드론을 아용하여 시험 배달에 성공했으며, 미국의 도서 판매업체 아마존은 5년 내에 드론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 생활에서 드론이 점차 익숙해지고 있지만, 사실 드론은 군사 무기로 처음 개발되었다. 조선일보의 7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여전히 전 세계 드론의 90% 이상이 군사용으로 서용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급증하는 테러에 대응해 드론 공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드론을 활용한 공격은 미군이 보유한 전체 공군 전력 중 56%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존 니콜슨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같은 보도에서 “테러단체 IS까지 세력이 커지면서 드론 사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드론이 무고한 민간인을 끊임없이 죽이고 있다. 2012년 미국은 알카에다의 2인자 알 라비를 드론 공격으로 사살했으나, 민간인 10여 명 또한 이 공격으로 사망했다. 또한 같은 해 미국은 예멘의 민간 차량을 드론으로 오인 사격해 14명이 사망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칸다하르 공군기지에서 드론 작전을 맡았던 시안 웨스트모어랜드는 “그동안 204명을 사살했는데, 모두가 적은 아니었다”고 밝혔으며, 5번의 드론 사살 작전에 참여했던 브랜든 브라이언트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적들에게 폭발물을 전달하러 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드론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사살했는데, 미사일 발사 후 2차 폭발이 없었다. 그들이 실제로 폭발물을 지니고 있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드론의 오인사격으로 인해 무고한 시민들이 계속해서 죽고 있지만, 미국은 드론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앞으로는 ‘드론 전쟁’이라고 할 만큼 지상군이 점점 줄어들고 드론이 전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독일의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Wolf Schneider)는 그의 저서 <군인>에서 “영웅들의 시대는 끝났다. 무인 전투기의 시대에는 군인이 필요 없다. 전쟁의 목표는 승리다. 다시 말해 비할 바 없이 좋은 조건 속에서 적을 죽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드론은 지상군처럼 얼굴을 맞대고 싸울 필요 없이 게임처럼 모니터를 보고 버튼을 눌려 타격하면 된다. 조종사가 미국에서 앉아서 다른 국가에 비행기를 보내 조종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전장에서 피를 튀기며 싸우던 지상군의 비중이 줄고 드론으로 손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전쟁이 더 잔혹해질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드론으로 현재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를 누리며 무차별적인 공습을 자행하면서 오히려 테러를 더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서 드론으로 테러리스트들을 손쉽게 제거하는 만큼, 테러 단체들도 머지않아 똑같이 드론을 이용하여 무자비한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는 자살 폭탄 테러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미리 테러를 감지하고 단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드론에 폭탄을 탑재해서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 투척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실제로 영국 일간지 미러의 2015년 5월 보도에 따르면, IS의 해외 공작을 감시 중인 영국 정보부 MI5와 경찰 당국은 드론을 활용한 폭탄 테러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근본적으로 미국의 드론 공습은 ‘100명의 테러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적을 제거하는 데 10명의 무고한 희생이 따른다면 옳은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윤리적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너무나도 쉽게 공리주의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이다. 미국은 드론으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테러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피해이며,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냉전시대의 정점이었던 1980년대 초, 미국과 핵무기를 겨누고 있었던 소련은 ‘데드 핸드’라는 완전 자동화 보복 시스템을 만들었다. 미국의 선제 핵 공격으로 소련 지도부가 모두 죽자 컴퓨터가 스스로 미국을 향해 핵 공격을 실행하는 것이다. 결국 이 시스템이 발동되면 미국과 소련이 모두 파멸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끊임없이 무기경쟁을 겪어왔다. 무기경쟁은 항상 소모적이었으며 비합리적이었다. 이처럼 인간이 드론을 제대로 된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으로 제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다수의 안전을 위한 무고한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윤리적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식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부모와 자식이 길에서 사람이 타지 않은 전투기의 공격으로 죽는다면 도대체 누구를 원망해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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