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여성 캐릭터 선정성 논란, "야해도 너무 야해"
상태바
온라인 게임 여성 캐릭터 선정성 논란, "야해도 너무 야해"
  • 취재기자 조민영
  • 승인 2016.08.10 2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성 게이머들에 어필하려는 속셈...전문가, "성상품화, 왜곡된 성 의식 심화 우려" / 조민영 기자

평소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대학생 김민정(22, 부산시 진구) 씨는 총싸움 게임인 ‘서든어택 2’의 여자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게임 속의 여자 캐릭터가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임에서 지게 되자 남자 캐릭터 다리에 위에 앉은 채로 죽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 자세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고 가슴이 비현실적으로 크게 강조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김 씨는 “캐릭터가 죽는 모습마저도 그렇게 야한 자세와 몸매로 묘사되어야 하는지, 게임을 하다가 이렇게 민망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든어택2’는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 넥슨이 만든 총싸움 게임이다. 이는 ‘서든어택1’의 후속작으로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국내 게임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이다. FPS 게임이란, 본인이 선택한 캐릭터가 마치 자신인 것처럼 1인칭 시점으로 총 싸움을 하는 슈팅게임으로 본인이 직접 게임 속에 뛰어들었다는 현실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런데 최근 그래픽과 캐릭터 등을 재정비하여 ‘서든어택 1’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서든어택 2’가 선정성 논란을 겪었다.

‘서든어택 2’에서 논란이 된 여자 캐릭터인 ‘김지윤.’ 게임에서 총에 맞으면 이런 모습으로 죽는데 가슴이 비현실적으로 크게 묘사되어 있다(사진: 네이버 블로그).

‘서든어택 2’가 선정성 논란에 빠진 이유는, 게임 속 여자 캐릭터들이 게임 중 죽을 때, 다리를 벌리고 죽거나 가슴이 과도하게 강조된 모습으로 죽는 등 전반적으로 여자 캐릭터가 선정적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임 제조회사 넥슨은 ‘서든어택2’에서 논란이 된 여성 캐릭터인 ‘미야’와 ‘김지윤’을 게임에서 삭제하겠다고 했으나, 게임하는 사람들이 삭제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이냐는 등의 불만을 계속해서 제기하자, 지난 달 말 ‘서든어택 2’ 서비스를 아예 종료해버렸다.

게임의 선정성 문제는 ‘서든어택 2’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오랫동안 ‘모두의 마블’ 게임을 해온 김모(23, 부산시 수영구) 씨는 여름을 맞이해 새로 등장한 여자 캐릭터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새 여자 캐릭터의 맹한 눈빛, 노출이 심한 엉덩이, 섹시한 자세, 물에 젖어 몸에 딱 붙은 수영복 등이 도무지 어린 아이로 설정된 여자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모두의 마블’ 여자 캐릭터가 점점 야한 쪽으로 만들어 지는 것 같은데, 굳이 여자 캐릭터를 그렇게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두의 마블’에서 새로 출시한 수영복을 입고 있는 여자 캐릭터는 어린 나이의 소녀지만 몸매는 성인의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사진: 모두의 마블 홈페이지 캡처).

논란이 된 ‘서든어택 2’는 15세 이용가고 ‘모두의 마블’은 전체 이용가다, 상식적으로 게임의 노출 정도와 등급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게임 이용 등급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현재 국내 게임물의 등급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담당한다. 먼저 게임을 만든 회사 측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급신청을 하면, 위원회에선 만들어진 게임을 보고 검토한 후, 등급을 분류한다. 우리나라 게임 등급은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의 5가지 요소를 고려해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 이용 불가의 4등급으로 나뉜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까닭에 다른 콘텐츠와 달리 처음 등급신청을 하여 등급을 받은 다음, 얼마든지 게임 내용을 변경시킬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 온라인에서 서비스된 이후에 스토리, 캐릭터 등 새로운 요소가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해도 등급 변경을 신청하는 게임은 없다. 어떤 한 게임이 인터넷으로 선정적인 캐릭터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했고 그 캐릭터가 노출이 심하고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한다고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 한 관계자는 등급 기준을 양적으로 수치화하여 엄정하게 규정하기가 쉽지 않아서 등급분류의 정밀성에 한계가 있다고 실토했다. 그는 “민원이 들어오는 게임은 다시 심의해서 재분류한다”고 덧붙였다.

주부 김모(49) 씨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들 이모(20) 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들이 속옷을 입은 여자 캐릭터로 게임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옷을 입고 있는 캐릭터로 게임을 하느냐고 묻자, 아들은 원래 이런 게임은 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김 씨는 “게임 캐릭터가 그렇게 야한 것은 처음 본다”며 “그렇게 야한 캐릭터로 아무렇지도 않게 게임하는 아들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RPG(Role-playing game) 방식의 게임은 한 캐릭터를 선택해 그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면서 더욱 강한 캐릭터로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나가는 게임이다. 게임 사용자들은 외모, 몸매, 지니고 있는 능력치 등을 고려해서 캐릭터를 선택한다. 이때 게임 플레이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자들은 대개 섹시한 여자 캐릭터를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1년 동안 온라인 게임을 이용한 만16~65세 성인 국민은 전체 인구의 38.4%에 이른다. 성인 남성 중 51.2%가 게임을 하고, 성인 여성 중 25.2%가 각각 게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가까이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것.

게임 칼럼니스트 김형준 씨의 글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의 경우 남자 캐릭터보다 여자 캐릭터들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 게임에서 여자 캐릭터들은 능력치가 더 크고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의상 등의 여건이 좋다. 김형준 씨는 게임 사용자의 성별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으므로 남성들은 예쁜 여자 캐릭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소수의 여성 사용자들도 게임 캐릭터를 자신과 동일시해 예쁜 여자 캐릭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씨는 “여자 캐릭터를 보고 게임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여서 게임 제작자들이 여성 캐릭터를 사력을 다해 선정적으로 제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미생활로 게임을 하는 직장인 이모(24, 부산시 남구) 씨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 안에서 남자 캐릭터는 물론 여자 캐릭터까지 다양하게 키우고 있다. 그는 여자 캐릭터가 남자 캐릭터보다 여러 면에서 게임하기에 더 좋은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의상 수가 여자 캐릭터가 훨씬 더 많고, 얼굴도 예뻐서 선호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불가 게임의 경우, 여자 캐릭터의 선정성이 경쟁적으로 강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씨는 “여자 캐릭터들이 힘도 세고 예쁘고 섹시한 것이 남자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게임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최모(25, 부산시 금정구) 씨는 게임 카페에서는 여자 캐릭터에 대한 선정적인 얘기가 항상 빠지지 않고 교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게임의 여자 캐릭터가 더 예쁘고, 누구 몸매가 좋은지에 대한 얘기도 있고, 특정 여자 캐릭터의 얼굴과 몸매 평가까지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최 씨는 “많은 게임 사용자들이 여자 캐릭터들의 얼굴이나 몸매를 보고 게임을 즐기는 것 같다”며 “내가 해 본 게임 중 ‘리니지’라는 게임의 여자 캐릭터인 다크 엘프가 뛸 때, 가슴이 출렁이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게임 ‘리니지’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은 대개 사진과 같은 몸매를 갖는다(사진: 리니지 홈페이지 캡처).

경성대 디지털미디어 학과 정경순 외래교수는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어리고, 예쁘고,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소녀들로 묘사되는 것은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향유하는 문화 콘텐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게임 속 여성의 선정성은 여성을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한정해 표현하는 성적 상품화 경향의 하나이며,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지배 이데올로기가 게임 캐릭터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여자 캐릭터는 게이머들이 마음대로 관찰하고 조절하는 소비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정경순 교수는 또한 게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주체가 10대 어린이와 청소년들인 만큼 아이들에게 잘못되고 왜곡된 성 역할과 성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 성장 동력을 이끄는 주요 콘텐츠 미래 산업이므로 이런 게임의 선정성이 아닌 다른 재미를 주는 것으로 게임의 수요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