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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인들, 카드 결제·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심하다

기사승인 2016.08.11  08: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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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알면서도 매출 노출 피하려 현금결제 강요..."신용사회 가로막아"/ 이령희 기자

왼쪽 사진은 현금 할인을 해주며 현금으로 구매 시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하다는 안내판, 오른쪽 사진은 서로 가격이 다른 현금가와 카드가 태그가 붙은 청바지(사진: 취재기자 이령희).

옷집에 가서 카드 대신 현금 결제를 하고 할인을 받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옷집이 아니더라도 업주가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다. 그러나 가맹업주는 수수료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소비자는 현금 할인이라는 유혹 때문에 이 같은 불법행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여전법) 제19조 1항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결제 금액과 무관하게 가맹점이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다.

현행법의 이같은 조항은 카드 사용을 활성화해 탈세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카드사와 가맹계약을 맺은 택시, 학원, 옷가게, 편의점 등이 카드 결제 시 부과되는 부가세 10%와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려고 꼼수를 부리는 바람에 현금이 없는 소비자가 낭패를 겪는 일도 적지 않다. 대학생 이찬영(24,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얼마 전 택시를 타기도 전에 택시기사가 대뜸 현금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불쾌감을 느꼈다. 기사는 당일 손님들이 카드결제를 많이 한 탓에 현금 손님만 받는다고 버젓이 말했다. 그는 “급해서 타긴 했지만, 현금을 내든, 카드를 내든 선택은 손님 마음인데 기분이 좋진 않았다”며 씁쓸해 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카드보다는 현금이 필요할 때가 더 많다. 모 대학교 인근 식당가는 5개의 식당 중 1개 식당만 카드결제가 가능하며 나머지 식당은 현금만 받는다. 학교 인근 식당을 자주 가는 이모(22) 씨는 “카드는 있는데 현금이 없어서 친구에게 돈을 빌려 밥값을 내곤 했다”며 “이제 식당을 갈 때 현금을 챙겨가는 건 당연시됐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민자사업자가 운영하는 고속도로나 교량 등에서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대목.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강모(56) 씨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이용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톨게이트의 통행료 징수원이 "신용카드 결제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는 물론 현금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막무가내로 1만여 원의 현금 납부를 요구했기 때문. 하루 수만대의 차량이 이용하는 고속도로 운영사가 여신전문금융업(여전법) 제19조 1항 적용을 피하기 위해 아예 신용카드 가맹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도로공사 구간에선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처 현금을 준비하지 못했던 강 씨는 사무실에 가서 지불 각서를 쓰고서야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강 씨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다 보면 도로공사 구간과 민자 구간을 함께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간에 따라 카드 결제를 하는 곳과 현금 결제를 하는곳이 제각각인 등 징수 체계가 다르면 운전자가 불안해서 어떻게 고속도로를 이용하겠느냐. 구멍가게도 아닌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대형 민자회사가 현금 수익과 매출규모 은폐 등을 노려 신용카드 가맹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꼼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부산 광안대교와 거가대교 등 전국 대부분의 민자 교통인프라 시설이 현금 결제만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재벌그룹 계열사 민자회사는 다른 카드는 받지 않고 자기 그룹 소속 카드사의 신용카드 결제만 허용하기도 한다.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현금 거래 시 발행되는 현금영수증을 챙겨두면 연말정산 소득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소비자들은 현금영수증을 받으려 한다. 현재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은 47개로 모든 업종에서 현금 영수증을 발급받은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장인데도 발급을 거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현금가 세일을 하는 옷을 사려던 최모(22) 씨는 현금을 주고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구매한 뒤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구했다. 그러자 업주는 현금 할인을 받으면 현금영수증 발급이 안 된다며 할인을 받을 건지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건지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최 씨는 “옷집은 의무적으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할인이랑 현금영수증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국세청 관계자는 가맹점이 현금영수증 미발급을 통해 매출의 노출을 피하자는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는 “가맹점은 현금할인을 해줘도 소비자가 현금 영수증 발행을 요구할 경우에는 무조건 발급을 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 역시 현금 결제를 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받지 않고 얻는 할인 혜택의 유혹 때문에 불법행위인 줄 알면서도 업주의 요구에 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옷을 구매할 때, 치과 치료를 받을 때, 차를 구매할 때 받는 할인 금액은 최소 1,000원에서부터 많게는 100만 원에 이르기도 한다.  

학부모 이복자(49,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씨는 아들의 여름방학 특강을 신청하면서 학원 원장으로부터 특강비의 전액을 현금으로 내면 10만 원을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카드결제를 하려 했는데 계속 회유해 결국 현금으로 냈다”며 “현금으로 주면 그 돈이 세금 책정에서 제외되는 불법이란 걸 알지만, 할인 권유에 솔깃한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절하거나 현금을 유도했을 경우 국세청과 여신금융협회에 신고할 수 있으며 카드사에 대한 조사를 거쳐 해당 가맹점에 과태료나 과징금을 법적으로 부과하거나 향후 가맹점에 제약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가 발생해도 신고하는 사람이 없다면 확실한 법적 조치를 가할 수 없듯이 피해를 겪은 소비자들은 신고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이령희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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