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복도로 주민이 기업 만들어 관광객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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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복도로 주민이 기업 만들어 관광객 부른다
  • 취재기자 오윤정
  • 승인 2016.08.0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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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야기 담은 마을기업 '이바구 캠프,' 민박촌 4개동 9월 개장 / 오윤정 기자

도심에 산지가 많은 부산에는 산허리에 산복도로가 많다. 그중 서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망양로는 부산항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전망 좋은 산복도로 중 하나다. 망양로 중간에 있는 부산 동구 초량동에는 전쟁통에 부산으로 피란 온 사람들이 판자촌을 지어 살았고, 지금도 산 중턱에는 그 흔적인 작은 집들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부산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초량동 산 중턱에 새롭게 단장한 건물 4개 동이 들어섰다. 이 건물들은 민박촌으로 쓰인다. 동구는 이곳을 ‘이바구 캠프’라 부른다. 부산 역사를 소곤소곤 이바구(얘기) 해 주는 산복도로에서 머물며 이곳저곳을 관광할 수 있는 민박촌이라는 의미다.

부산 서구와 동구를 이어주는 망양로가 있고, 부산항을 앞에 두고 산복도로 위에 이바구 캠프가 위치한다(사진: 네이버 지도 캡처).

부산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부산역에서 내리면, 산 위로 향하는 길이 있다. 이를 따라가면 산복도로가 나온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한 노란 건물들을 표지 삼아 골목으로 들어서면, 도심 민박촌인 이바구 캠프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벽화가 하나 보인다. 벽에는 마을의 지도를 그린 벽화가 있다. 정식 개소는 지난 3일에 했다. 손님은 9월부터 받는다고 한다. 8월 한 달 동안 일부 완성이 덜 된 카페 등을 마무리하는 한편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홍보에 주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산복도로 이바구 캠프로 가는 골목길. 그 위로 노란색의 캠프 건물 옥상이 살짝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민박촌 근방을 지도로 나타낸 벽화와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총 4개의 동으로 이뤄진 이바구 캠프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로 조성된 곳이라 더 뜻깊은 장소다. 30여 가구의 주민들이 이바구 캠프를 운영하기 위해 마을기업을 함께 만들었다. 회사 이름은 ‘주식회사 다온 산마을’. 회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흑자 운영을 위해 주민들은 기초적인 기업 운영 교육도 받았다. 마을기업 대표 박은진(27) 씨는 마을기업을 설립하는 게 다가 아니라고 했다. 박 씨는 “회계 장부를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게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기본 목표고,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실무 교육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바구 캠프에는 숙박업 외에도 투숙객을 위한 카페와 음식점도 같이 운영된다. 마을 주민들은 회계, 운영 교육은 물론, 민박촌 내의 가게 영업을 위해 바리스타 교육과 조리 교육도 받았다. 이바구 캠프는 기획 초반에는 모든 운영을 마을 주민들이 도맡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을 기업 대표 박은진 씨는 평생 장사 한 번 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이는 무리한 요구라 생각했다. 그는 기획을 마을 재생사업을 돕기 위해 젊은이들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공유를 위한 창조’ 에게 참여를 의뢰했다. 지금 마을기업은 이들 젊은 그룹과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민박촌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다. 박 씨는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사업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수혈받아 진정한 마을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앞의 복층 건물들이 도시 민박촌 이바구 캠프의 건물이다(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이용객들은 옥상에서 캠핑할 수 있고, 자유롭게 놀 수도 있다. 또한, 이바구 캠프 옥상은 옥상달빛극장(본지 2016년 7월 16일자 보도)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내부에는 2층 침대가 놓인 침실과 단체손님이 함께 숙박할 수 있는 방, 그리고 공동 주방이 있다. 모든 시설은 깔끔하다. 건물 뒤편과 연결되는 문을 열면 편백숲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트래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거양득의 숙소다.

건물에서 바로 편백숲으로 향하는 길이 이어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마을 주민 곽계수 씨는 민박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의 집은 복층으로 재건축된 민박촌 건물의 바로 옆이다. 처음 공사가 시작될 때는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곽 씨는 지금은 마을기업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민박촌 시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며 이곳의 풍광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곽 씨는 “빈집을 그냥 두는 것보다 이렇게 이용하니까 훨씬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박촌 내부 시설을 직접 설명해주는 마을 주민 곽계수 씨(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민박촌 수입 일부는 마을 기금으로 적립돼 필요한 곳에 지출하게 된다. 박은진 대표는 민박촌을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마을 주민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주민들은 공동체 교육을 받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이 돈보다는 진정한 이웃이 되는 길을 배우기 위해서다.

최근 해운대로 쏠리던 부산 관광객이 영화 <국제시장>의 히트로 부산 구도심인 광복동으로 모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광복동 옆 산복도로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도시 민박촌 이바구 캠프가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9월의 부산 관광 판도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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