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해 봐야 어차피 떨어질 건데..." 국가장학금 포기 속출
상태바
"신청해 봐야 어차피 떨어질 건데..." 국가장학금 포기 속출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8.04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득 분위 산정 객관성에 의문, 까다로운 신청 절차에도 불만 제기 / 최은진 기자

올해 대학 3학년생인 김모(22) 씨는 3년째 국가장학금을 신청하고 있지만 한 번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우리 집이 잘살아서 못 받는 거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렇지 않은데 도대체 소득 분위를 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장학금을 수혜하는 학생은 10명 중 4명 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반값등록금' 실현의 주요 수단인 국가장학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지급되지만 수혜자는 10명 중 4명 꼴에 그치는만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대학생이 한국장학재단 홈 페이지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국가장학금은 I유형과 II유형으로 나뉘는데, I유형은 대한민국 국적을 소지하고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소득 8분위 이하 대학생이 최소한의 성적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한다. 소득 1분위가 가장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고 8분위는 그 반대다. 한국장학재단은 소득 분위별로 학기당 등록금 필수경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정액을 지원하고 있다. 학기별 최대 지원금은 1, 2분위는 260만 원, 3분위는 195만 원, 4분위 143만 원, 5분위 84만 원, 6분위 60만 원, 7, 8분위 33.75만 원이다. II유형은 학교 자체 규정에 따라 지급되는 방식이다. 

국가장학금에서 가장 큰 기준이 되는 항목은 소득이다. 한국장학재단은 소득재산을 조사하기 위해 사회보장 시스템을 통해 학생 및 가구원의 소득 인정액을 산출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1~10분위의 소득분위 구간을 결정하게 된다. 소득 기준에는 월 소득을 비롯해 주택 등 일반재산, 보험·적금 등을 포함하는 금융재산, 차량 재산, 부채 등이 포함된다. 부채는 일반재산과 금융재산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교육부는 작년 2월, 정부와 대학이 재원을 분담해 저소득층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면서 대학 자체 분담액은 전년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원규모는 3조 6,000억 원으로 3조 4,575억 원을 지원하던 2014년도에 비해 1,425억 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이중 국가 장학금 Ⅰ, Ⅱ유형을 통해 3조 4억 원을 지원하고 다자녀(셋째 이상) 유형으로 2,000억 원을 지원했다. 교육부는 이로써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반값등록금’ 공약이 실현됐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수조 원을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국가장학금 수혜자는 1학기 92만 4,190명, 2학기 95만 270명이다. 이는 신청 대상자 대비 1, 2학기 각각 40.3%, 41.5% 수준. 결국 10명 중 4명의 학생만 수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가장학금 수혜자 비율은 2012년 38.3%~40.8%, 2013년 38.1%~42%, 2014년 41.7%~42.7%, 2015년 40.3%~41.5%로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절반에 못 미치는 학생들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셈.

대학생 방모(21) 씨 역시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지만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방 씨 집안은 다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대학생이 집에 두 명이나 있어 매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부모님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속상해 했다.

연년생인 두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있는 송모(50) 씨는 학기당 700만 원 가량의 등록금을 부담해야 한다. 송 씨는 국가장학금 신청 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자녀들에게 국가 장학금 신청을 당부한다. 하지만 한 번도 수혜대상으로 선정된 적이 없어 송 씨는 학기마다 두 자녀의 등록금을 부담해야만 했다. 그는 “소득분위를 측정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신청해 봐야 선정될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해 신청을 포기한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 2015년 2학기 신청자 비율은 58.2%로, 국가장학금 도입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대학생 오모(23) 씨는 국가 장학금 신청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 씨는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해서 자신과 주변 친구들이 신청 기간마다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오 씨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신청해도 어차피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음 학기엔 국가 장학금 신청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 지원 요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신청 요건이 까다롭다는 여론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장학금 지원제도의 운영, 관리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C 학점 경고제 대상 확대, 신청 기간 조정 및 홍보 강화, 장학금 이중지원 신고체계 강화 등을 주문했던 것. 결국 국가 장학금의 운영 방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학자금 신청일 이전 가구원 변동, 소득 증감, 재산 증감 등이 공적 증빙 절차를 거쳐 확인된 경우다. 일용근로소득은 조사 분기의 월평균 소득이 잘못 신고돼 정정된 경우에만 해당이 된다. 하지만 이의 제기마저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학생들이 국가 장학금을 스스로 포기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