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운다”
상태바
“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운다”
  • 편집위원 박시현
  • 승인 2016.07.25 00:37
  • 댓글 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편집위원 박시현
편집위원 박시현

요즘 신문 보기가 역겹다.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세상을 구정물로 다 더럽히는 오염된 인물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과 직책과 직업을 일일이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국민 위에 군림했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억울하다.

그래도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물들이 현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역사는 언제나 악인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역사의 뒤안길, 혹은 어느 구석에는 언제나 창조적 소수가 있었다. 세상에 악인이 넘치니 오히려 어디 누구 멋진 위인 없나하고 더 눈동자를 키워 그들을 찾고 싶다.

‘유로 2016’으로 불린 유럽축구 선수권대회가 각종 이변을 낳으며 포르투갈의 우승으로 끝났다. 유로 2016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바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앙 호날두였다. 수퍼스타 호날두는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한없이 작아졌다. 국제대회에서는 골도 거의 넣지 못했다. 12년 전인 2004년 유로 대회에서 포르투갈은 19세 호날두의 활약으로 결승전에 올랐다. 상대는 축구 변방인 그리스. 누구도 개최국 포르투갈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0-1 패배. 호날두는 눈물을 흘렸다. 올해 결승전에서 호날두는 후반 23분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갔다. 호날두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그러나 동료들의 선전으로 포르투갈은 개최국 프랑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호날두는 라커룸에서 나와 운동장을 돌며 동료들을 껴안고 다시 울었다. 미남 호날두는 이날 더 멋져 보였다.

호날두는 축구만 잘 해서 가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호날두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축구 스타로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는 스포츠 스타들이 흔히 하는 문신을 하지 않는다. 호날두는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는데, 문신할 경우 1년 동안 헌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는 물론 스포츠 스타로서 사회봉사에도 투철하니 ‘레알’ 멋있는 호날두 형이다.

피아노 거장 백건우도 멋진 사람이다. 백건우는 너무나도 유명한 피아노의 세계적 거장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윤정희와 프랑스 시골 한 작은 성당에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피아노 건반을 치는 거장 백건우의 손마디는 대 여배우인 그의 부인 윤정희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고 머리를 빗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원래 윤정희는 머리손질을 손수, 아니면 남편이 해준단다. 더 놀라운 건 부부가 한 대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24시간 같이 있고 무엇 하나 서로 비밀로 할 것도 없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고 하니, 멋진 경지가 인간계를 넘은 듯하다.

백건우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던 날, 사고 전 당초 세월호가 입항하기로 했던 제주항을 무대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음악회에서 연주했다. 그가 선택한 곡은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작품 13번 2악장이었다. 베토벤이 어느 날 산책하던 중 들리는 울음소리에 이끌려 어느 집으로 발길을 옮겼고, 그 집에는 병으로 죽은 자식 앞에서 그 슬픔을 어찌할 줄 모르는 어머니가 있었다. 그 장면을 본 베토벤은 그 방에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아 즉흥적으로 이 곡을 치기 시작했다. 그 곡이 바로 <비창>이다. 백건우는 세월호 사건으로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고 바다 위를 떠돌고 있을 억울한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비창>을 선곡했을 것이다. 그는 원래 국내 외딴 섬들을 돌면서 음악과 거리가 먼 소외지역에서 ‘섬마을 콘서트 투어’를 갖기도 했다. 백건우도 상상 이상으로 멋진 사람이다.

프랑스 소설 <인간의 조건>의 작가 앙드레 말로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A person longing for any dream for a long time resembles that d ream at last)"는 말을 남겼다. 꿈을 꾼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미래 직업 또는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방향을 잡는 것, 내 삶이 추구하는 가치를 발견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계 고등학생 최초로 KBS <도전 골든벨> 주인공이 되었다가 증권 애널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드림파노라마 대표 등으로 유명한 김수영 씨처럼 꿈을 꾸고 꿈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멋진 사람이다. 꿈은 작거나 소박해도 무방하다. 오히려 꿈이 거창하면 우리는 그것을 환상, 혹은 허황된 꿈이라고 부른다. 검사가 주식부자가 될 꿈을 실천에 옮겼을 때 우리는 그가 환상에 빠졌거나 허황된 꿈을 꿨다고 말한다.

인류 역사는 환상을 꿈꾸는 악인들이 아니라 작지만 소중한 꿈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이 이룬 것이다. 여성참정권을 다룬 영화 <서프러제트>의 실제 인물 애멀린 팽크허스트, 노예해방을 이룬 링컨, 흑백평등에 헌신한 만델라 등도 그런 분들이다.

나도 꿈을 꾼다. 씩씩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을 때 홀로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는 꿈을 꾼다. 나는 김수영 대표처럼 꿈 리스트에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굵은 글씨로 적어 놓았다. 왜 그곳을 가는 게 꿈이냐고? 영화 <나의 산티아고>에 나오는 주인공 독일 코미디언 ‘하페’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외쳤던 "나를 찾기 위해서"가 내가 산티아고에서 얻고 싶은 나의 꿈일 듯하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종주하기 위해서 체력을 키우고 있다.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 탄다. 하프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영화 <나의 산티아고>의 원작 소설에는 “(산티아고 순례)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고 비워 버린다. 그리고 당신을 다시 세운다. 기초부터 단단하게”라는 말이 나온다. 멋진 사람은 지금까지 무엇을 쌓아 올렸고 얼마만큼 소유했는지 모르지만 자신을 찾아 가차 없이 가진 것, 쌓은 것을 무너트리고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애틋하지만 단단하게.

멋진 사람이 되는 길을 찾고 싶어 나는 산티아고로 가고 싶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복남 2016-08-13 09:27:26
꿈을 응원합니다!

김상순 2016-07-30 23:18:39
채워넣기보다 비우기가 어렵습니다
목표는 성취할것입니다..
화이팅~~~

Bonaparte 2016-07-28 22:05:27
호날두 좋아요

옹리 2016-07-27 14:47:26
멋진도전 응원합니다.

김성희 2016-07-27 14:07:51
시현샘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