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여성 생리용품 대신 '생리컵'이 뜬다
상태바
값비싼 여성 생리용품 대신 '생리컵'이 뜬다
  • 취재기자 오윤정
  • 승인 2016.07.24 16: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래 쓰면 일회용보다 싸고 간편...아직은 해외 직구만 가능 / 오윤정 기자

최근 SNS를 통해 저소득층 소녀들이 비싼 생리대를 사지 못해 신발 깔창, 수건 등을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달 초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는 비싼 생리대 가격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후 싸고 편리한 생리용품 대체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생리컵이다. 생리컵이란 질 내에 삽입하여 생리혈을 받아내는 위생용품으로 의료용 실리콘이 재료다. 장시간 사용할 수 있어, 자주 교체해야 하는 일회용 생리대와 체내 삽입형 위생용품인 탐폰에 불편함을 느낀 여성들이 생리컵 등장을 반기고 있다.

생리컵은 그림처럼 제품을 접어서 삽입하면 속에서 펼쳐져서 기능을 수행한다(사진: xonecole.com 캡처).

대학생 오모(24,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생리컵 사용 후기를 읽고 생리컵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는 평소에 자주 갈아야 하는 일회용 생리대에 불편을 느낀 데다 신제품 생리대의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 경제적으로 부담을 가졌던 터였다. 오 씨는 여러 종류의 제품 사용 후기를 찾아본 후 인터넷을 통해 생리컵을 해외 직구로 구매했다. 그는 “한 개에 2~3만 원 정도 하는 가격이 비싸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생리대를 쓰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농촌여성신문에 따르면, 한국 생리대 가격은 개당 331원으로 다른 나라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가임기 여성 1명이 1년 동안 지출하는 생리대 값은 15~20만 원에 육박한다. 하나의 생리컵으로 3~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일회용 생리대 가격이 여성들에게 커다란 금전적 부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에게도 생리컵 사용이 도움이 된다. 대학생 최모(22, 부산시 수영구) 씨는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 때문에 면 생리대를 사용해 왔다. 면 생리대는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세탁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피부염 때문에 면 생리대를 몇 년간 써 왔던 것. 지난해 생리컵에 대해 알게 된 최 씨는 면 생리대 대신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다. 최 씨는 “생리컵은 씻기도 쉽고, 청결하게만 사용하면 매우 편리하다”고 말했다.

체내 삽입형 위생용품인 탐폰은 생리혈이 밖으로 배출되기 전에 흡수하므로 피부에 자극적이지 않고, 여름철이나 여성들이 활동할 때 도움을 준다. 그러나 탐폰은 질 내부에 있는 모든 분비물을 흡수해버려 질 내부가 건조해지는 질 건조증이 올 수 있다. 최소 2~4시간 이내에 탐폰을 교체하는 것이 위생적으로 안전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장시간 착용하면 독성쇼크 증후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독성쇼크 증후군도 탐폰을 사용한 여성들이 겪는 심각한 부작용 중 하나이기 때문에 탐폰 사용을 꺼리는 여성들이 많다.

왼쪽은 체내 삽입을 도와주는 어플리케이터가 달린 탐폰, 오른쪽은 사용을 위해 생리컵을 접은 것이다. 종 모양의 생리컵 크기에 부담을 느껴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생리컵을 접어서 사용하면 탐폰과 크기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사진: xonecole.com 캡처).

생리컵을 구매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크기의 생리컵이 생산되고 있는 만큼 질 내부 길이에 맞게 구매해야 한다. 또한, 종 모양으로 생긴 생리컵은 형태를 작게 접어 체내에 삽입하므로, 생리컵의 질감도 사용자에게 중요하다. 부드러운 소재의 생리컵은 배나 방광의 압박감에 민감한 사람에게 사용하기 좋고, 단단한 소재는 거친 스포츠를 할 때나 생리혈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에 좋다.

길이, 크기, 질감 등에 따라 생리컵의 형태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사진: xonecole.com 캡처).

생리컵 판매를 허가된 해외에선 다양한 제품이 출시돼 있다. 그러나 현재 생리컵은 식약청으로부터 의약외품 판매허가를 받지 못해 해외 직구로만 살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부터 생리컵을 판매한 곳이 있었지만, 이달 초 판매허가에 필요한 식약청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가 중단돼 현재로선 국내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생리컵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보고 해외 직구로 생리컵을 산 박모(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처음으로 사용한 생리컵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아 다른 제품을 다시 구매했다. 박 씨는 직접 제품을 볼 수 없어 그 크기나 질감을 가늠하기가 어려웠고, 구입 후 제품 크기가 몸에 맞지 않아 재구매하는 바람에 돈을 낭비하게 됐다. 박 씨는 현재 탐폰과 생리컵을 교대로 사용하고 있다. 생리컵도 장시간 착용하기보다는 일정 시간마다 비워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박 씨는 “활동할 때 생리컵이 가장 편하지만, 집이 아닌 곳에서는 생리컵 속에 찬 생리혈을 비우기가 너무 힘들다”며 “장시간 외출할 때는 쓰고 버릴 수 있는 탐폰을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이모 원장은 인터넷 후기만 믿고 무작정 생리컵을 사용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생리컵이 제대로 삽입되지 않거나, 사용자가 이물감, 불편함을 느낀다면 억지로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또한, 급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몇 달간 시간을 두고 적응 기간을 충분히 갖고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이 원장은 “편하다고 생리혈을 너무 오랫동안 내버려두는 것은 좋지 않으니, 가능한 자주 비워주는 것이 안전한 사용법”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옹리 2016-07-27 14:40:59
비싼 생리대값 걱정 안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네요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