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연주의 육아’를 표방하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무접종으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어 접종을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접종 육아'는 아이가 태어나면 필수로 접종해야 하는 결핵이나 B형 간염에서부터 필수 외 선택 접종에 이르기까지 백신 접종이 자폐증, 아토피, 경련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며 자녀에게 어떠한 백신 접종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약을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키워 면역력을 기르겠다는 것.
하지만 신뢰성 있는 정보에 근거하기보다는 교양서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보고 백신을 불신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약 없이 자녀를 키우는 사람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 회원 박모(32,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애가 소아 습진이 있었는데 카페에서 여러 후기를 보고 똑같이 했더니 싹 나았다”며 “아이가 아프다고 병원 처방을 받아 무조건적으로 약을 쓰면 자라서 약에 내성이 생기고 면역력이 떨어져 점점 더 약해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급할 때 병원에 가서 의사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이나 보건소에서 접종을 하라고 전화가 올 때 둘러댈 요령에 대해 서로간 경험담을 나누기도 한다. 거기에 수두나 홍역은 어릴 때 앓아야 평생 면역이 생긴다며 접종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수두에 걸리기를 기다리는가 하면 수두 걸린 자녀의 집에 다른 자녀들을 초대해 ‘수두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회원의 자녀가 수두에 걸렸다면 ‘수두는 면역 졸업장’이라며 서로 축하의 글을 보낸다. 또 다른 회원은 접종하지 않은 자녀가 수두로 고열이 심해 대학병원에 갔는데 “왜 무접종하느냐”며 의사가 온갖 겁박을 했다면서 이 회원은 “막상 겁이 났지만 입원치료는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글을 썼다.
이들 중에는 접종 거부가 무조건적 맹신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부모도 있다. 5세, 2세의 형제 자녀를 둔 박모(33, 서울시 마포구) 씨는 “우리 애들은 둘 다 알러지가 있어 자연 접종하고 있다”며 “몇 번 맞춰봤는데 부작용이 있어서 더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무접종 육아 방식에 대다수 사람들은 경악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정호(38, 부산시 동래구) 씨는 “무접종한 아이들이 자라서 병원균을 가진 채 집단 생활하는 학교에 입학할 수도 있다는 것 아니냐”며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공공의 보건을 위해서라면 국가가 나서서라도 접종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주(28, 부산시 연제구) 씨도 “당연히 모두가 접종을 시킨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적”이라며 “자연주의적 삶을 살겠다면 오염된 도시가 아닌 산 속에 들어가서 자기들끼리만 살아야 하지 않나”고 혀를 찼다.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보미 씨는 “아직은 대다수 아이들이 접종해 전염병을 확산시키지고 있지는 않지만, 무접종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군중 면역에 구멍이 뚫려 알러지 부작용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백신을 맞지 못한 아이들까지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가톨릭관동의대 황희진 교수는 '메디컬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작용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지 말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며 “스스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지적 수준이나 경제력이 없는 18세 미만의 아이에게 부모라는 이유로 국가가 보장한 권리를 박탈해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인터넷상의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백신 기피에 대한 WHO의 권고’ 보고서를 통해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꺼리는 풍조로 매년 150만 명의 어린이가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의 필레페 듀클로스 박사는 “백신 접종을 해야만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