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서 빤히 쳐다봐 오싹," 영화관이 시선 폭력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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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서 빤히 쳐다봐 오싹," 영화관이 시선 폭력 사각지대
  • 취재기자 김민정
  • 승인 2016.06.19 16:31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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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영화 보는 여성들 피해 속출...성추행까지 벌어지기도
▲영화관 내부 사진 (출처 : 구글)

김지민(23, 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김 씨는 최근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김 씨는 영화를 보기 전, 좌석을 확인하기 위해 예매 앱을 들어갔다가 자신의 옆자리에 누가 예매해 놓은 것을 발견했다. 다른 빈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옆자리에 예매한 게 미심쩍어 김 씨는 원래 자리를 취소하고 다른 자리를 예매했다. 상영관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원래 김 씨가 예약한 자리 옆에 앉은 사람은 한 남성이었다. 그 남성은 상영관에 들어온 후 영화가 시작할 때까지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옆자리에 앉을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 씨는 “다른 자리도 많았는데 굳이 내 옆자리에 앉으려고 한 이유가 궁금했다. 만약 자리를 안 바꿨으면 어떤 상황이 일어났을지 조금 무서웠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혐오 사건들이 일어나는 와중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가 불쾌한 일은 겪은 경험담이 올라오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늘고 있다. 여성들은 이제 영화관에서조차 시선폭력을 당하고 있다. 박민선(21, 부산) 씨는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가 성추행 당한 여성의 글도 봤다. 앞으로 혼자 영화 보러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겪은 건 김지민 씨만이 아니다. 김 씨와 마찬가지로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안정현(27, 부산 동래구) 씨도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좌석 맨 뒷자리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 안 씨는 평소처럼 뒷자리를 미리 예매해 상영관에 들어갔다. 그의 옆자리에는 한 남성이 앉았지만 안 씨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안 씨는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옆자리에 앉은 남성이 영화를 보다 말고 자신을 계속 흘끔흘끔 쳐다봤기 때문. 안 씨는 “영화를 보는데 계속 시선이 느껴져서 옆을 봤더니 옆에 앉은 남성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는데도 시선을 피하지 않아 영화를 다 보지도 못하고 나왔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안 씨는 두 자리를 예매한 후 상영 20분 전에 한 자리를 취소하거나 시작하기 5분 전에 현장 예매를 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일하는 최수빈(25) 씨는“현장 발매하는 남성 관객들 중 굳이 한 자리만 예매된 곳 옆자리에 예매하는 분들이 있다. 일행인지 물어보면 아니라고 해서 다른 자리를 추천했는데도 거부하고 굳이 그 자리에 앉는다. 심지어 한 자리만 예매된 좌석이 여성이 예약한 것이냐고 물어보는 남성 관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에 대해 영화관들이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현재로선 별다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 피해를 입으신 여성분들이 직원들에게 알려주신다면 꼭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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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6-08-10 01:48:52
이쯤 되면 차라리 여성 전용관을 만드는건 어떨까 싶습니다....그러면 또 이건 차별이다 하면서 나서는 사람이 생기겠지만, 이런 케이스가 한둘이 아니라 수없이 많다는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를 위한 차별은 감안해야죠. 누군가는 그저 꿀팁이라며 좋아라 가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불쾌함과 위압감을 느끼는데.

소름 2016-08-08 16:07:23
할일이 저렇게 없을까.. 소름돋는 사이코들.. 굳이 여성들 쳐다보면서 여성들이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는거보고 백퍼 시시덕거리며 웃을것이다.. 여성은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그걸 보고 웃는 사이코들..

ㅇㅇ 2016-08-08 15:13:19
대책이 없는건가 대책 마련할 의지가 없는건가.

이 좌석을 예매한 것이 여성이냐고 묻는 경우는
'다른 고객님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드릴 수 없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되잖아?

원래 그래야 하는거 아닌가.

추가로 좌석 사이에 끼우는 아크릴 판같은 것 좀 만들어 주고.

무엇보다 저런 일 생기면 바로 영화관측에 신고할 수 있는 앱도 필요함.
경찰, 영화관 관계자 입회하에 신고한 사람과 당한 사람 시시비비 가리고,
신고당한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게 확실해지면 영화관 출입금지를 시킨다거나...

대책 꼭 세워주길.

혼자 2016-08-08 14:44:57
영화관 측에서 정신 차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우리는 사소한 취미마저 잃어야 합니까?
애초에 대가리가 우동사리로 찬 병신같은 놈들이 없었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지만

ㅇㅅㅇ 2016-08-07 16:54:43
와 진짜 공감 ㅜㅜ 저도 저번에 영화 보러 갔는데 옆자리에 어떤 남자가 앉았어요. 별 신경 안 썼는데 영화 시작하니 은근하게 팔걸이를 침범해서 제 팔이랑 손 등을 살짝 살짝 비비더라고요.... 첨엔 우연인가 했는데 그게 계속 지속되니 몰입에도 방해되고 해서 팔짱을 끼니 이번엔 다리를 툭툭,... 결국 한칸 옆으로 옮겼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