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천만 마리 시대, 시료 관리는 허점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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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1천만 마리 시대, 시료 관리는 허점 투성이
  • 취재기자 조은서
  • 승인 2016.06.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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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성분표시 없는 '쓰레기 사료' 아직도 버젓이 판매

한국의 반려동물 숫자는 2015년 기준으로 이미 1,000만 마리를 돌파했다. 농림축산 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18% 정도가 총 1,00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인구 5명 중 1명 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증가하는 반려동물을 제대로 돌보기엔 터무니없이 부실한 관리 실태가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6년전, KBS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흔히 반려동물의 간식이나 사료 다수가 쓰레기 부산물로 만든 것이란 사실을 고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당시 한 사료유통업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 못하는 동물들한테 주는 것이니까 인간적으로 미안한 생각은 안 든다. 유통기한 표시도 아세톤으로 지우고 새로 쓰기도 한다. 어차피 동물들은 모르니까 먹이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인터뷰한 내용도 방송됐다.

▲ KBS <소비자 고발> 방송사진 (사진: KBS 방송 캡쳐)

이 프로그램은 반려동물 식품 16가지를 두고 세균 검출 실험도 벌였다. 결과는 조사대상 16가지 모두에서세균이 검출이 됐으며, 세균량은 TNTC(셀수없이 많음)으로 나타났다. 이 방송은 사료제조업체가 외국 브랜드라 해도 공장이 중국에 있어서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반려동물 식품시장은 쓰레기 간식들이 판을 치고 있다. 유통기한을 포장에 적시하지 않은 간식은 물론, 성분 함량 표시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식품이 비닐봉지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정은빈(26) 씨는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을 넘어서 정말 가족과 같은데, 아직도 풀리지 않는 먹거리 문제 때문에 답답하고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동네의 작은 슈퍼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올 3월 개장한 센텀시티 신세계몰의 지하 2층에는 매우 큰 규모의 M 펫샵이 들어섰다. 이곳에선 기존의 반려동물 매장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 식품과 장난감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성분과 유통기한이 올바로 표시되지 않은 간식이 판매되고 있었다. 여타 대형 매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는 2015년 2월 3일부터 ‘사료관리법’을 시행하고 있다. 제13조(사료의 표시사항)에는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는 제조 또는 수입한 사료를 판매하려는 경우에는 용기나 포장에 성분등록을 한 사항, 그밖의 사용상 주의사항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제14조(제조ㆍ수입ㆍ판매 또는 사용 등의 금지)는 ‘제조업자·수입업자 또는 판매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료를 제조·수입 또는 판매하거나 사료의 원료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고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인체 또는 동물등에 해로운 유해물질이 허용기준 이상으로 함유되거나 잔류된 것, 동물용 의약품이 허용기준 이상으로 잔류된 것 등’으로 되어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관리법이 버젓이 존재하지만, 효과적인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지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지난 2010년 1조원을 넘어섰고, 2013년에는 1조 1,400억원, 2014년에는 1조 4,300억원, 그리고 2015년에는 1조 8,000억원으로 분석했다. 특히 2020년에는 5조 8,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향한 관심과 투자는 분명 증가하는 추세이나, 과연 얼마나 많은 돈이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쓰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편집자주: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개념은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1983년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로 그들을 반려동물이라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생겨났다. 이에 따라 개, 고양이, 새 등 애완동물과 승마용 말을 ‘반려동물’로 부르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수년 전부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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