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페이'마다 타사 시스템 거부..."간편 아닌 불편결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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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페이'마다 타사 시스템 거부..."간편 아닌 불편결제네"
  • 취재기자 천동민
  • 승인 2016.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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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운용으로 소비자 헛걸음 일쑤..."외국에선 '페이' 달라도 서비스한다는데"

대학생 손광익(23) 씨는 얼마 전 부산의 신세계백화점을 방문해 여자 친구의 선물을 고른 다음 ‘삼성페이’를 사용해 결제하려다 실패해 빈 손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평소 ‘삼성페이’로 결제해서 당시에 다른 결제수단을 챙기지 않았는데,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에서 만든 ‘SSG페이’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해 허탕치고 말았던 것이다. 손 씨는 "삼성과 신세계는 뿌리가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당황스럽고 허탈했다”고 말했다.

2014년 말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어인 ‘핀테크(fintech)’ 열풍을 타고 등장한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Pay’는 기존의 공인인증서와 보안프로그램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하는 서비스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삼성, 카카오, 네이버는 물론, 이동 통신사와 카드사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간편 결제 서비스인 페이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5월 현재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인 기업은 20여 개에 이른다. 2014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현재 가입자 700만 명을 확보했다. ‘네이버페이’도 가입자 수가 1,500만 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시럽페이,’ ‘페이나우,’ ‘페이코,’ ‘SSG페이’ 등 수많은 기업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 대표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와 '삼성페이'(사진: 공식 사이트 화면캡쳐).

하지만 이러한 간편 결제 서비스가 범람하면서 이동통신사와 대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로 배타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간편 결제서비스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카카오가 제공 중인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쇼핑몰 ‘옥션‘ ’네이버 쇼핑‘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옥션’은 ‘스마일 페이’를 사용해야 하고, 네이버는 ’N.Pay’를 써야 하는 등 해당 회사에서 제공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학생 이승문(24) 씨는 “간편 결제서비스라면서 가는 곳마다 그 회사의 서비스를 별도로 이용해야 한다면, 이건 간편 결제가 아니라 불편 결제라 불러야 할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DMC MEDIA의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 이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 이용자의 97.9%가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를 알고 있으며, 그중 72%가 간편 결제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모바일 간편 결제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모바일 기기 이용자의 43.8%가 기존의 결제방식이 더 편해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간편 결제서비스가 알고 보면 결코 간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간편 결제 서비스가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범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미국은 애플의 ‘애플 페이’만 있으면 자국 내 대부분 업체에서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역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텐페이’만 있으면 중국 내 대부분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각 기업 간에 폭넓은 제휴 서비스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과 미국의 대표 서비스 ‘알리페이,’ ‘텐페이,’ ‘애플페이’(사진: 사이트 이미지 캡쳐).

직장인 안모(25) 씨는 간편 결제 서비스의 가장 핵심은 편리함과 범용성인데 우리나라는 기업 간에 서로 배타적인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안 씨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형태를 본받아 기업 간의 폭넓은 제휴를 통해 통합된 서비스로 사용자들에게 진정한 간편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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