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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은 주민 사랑방, 지역 문화의 최전선이지요"

기사승인 2016.05.23  16: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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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서점 협동조합 김정량 이사장, "회원들 뜻 모아 학교 도서관 납품 등 공익사업도 벌여요"

10여 년 전 부산에도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서점이 차례로 들어섰다. 여기에 인터넷 서점까지 도서 판매시장을 파고들면서 동네 서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생존 위기에 몰린 동네 서점인들이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3년 전 결성한 것이 전국 최초 서점 협동조합인 ‘부산서점 협동조합’이다. ‘동네문화 사랑방’의 파수꾼을 자처하고 나선 이들은 3년 만에 서점 협동조합의 롤 모델로 성장하며 ‘동네 서점 살리기 운동’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부산에서 40개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합원 33명으로 조직된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2013년 3월 4일 법인사업자로 등록됐다.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2013년 9월 24일 부산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됐다. 동네 서점 살리기 운동과 더불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문화를 융성하기 위해 수익의 반 이상을 무료 급식, 문화사업 등에 쓰는 등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부산서점 협동조합의 산파역은 이 조합 김정량(55) 이사장이다. 30여 년간 부산 다대포 인근에서 다대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2012년 어느날 신문을 읽다가 ‘누구나 쉽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됐다. 그는 협동조합 기본법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동네 서점이 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곳에 들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곧바로 부산 일대 동네 서점 사장들을 찾아가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그 해 12월 14일 부산서점 협동조합 발기인대회를 열었고 이듬해 3월 4일 법인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이때 뜻을 같이 한 조합원 33인은 지금까지 함께 활동하고 있다.

   
▲ 부산서점 협동조합 김정량 이사장은 30년이 넘게 다대서점을 운영해 오고 있으며, 무보수로 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사진: 부산서점협동조합 제공).

이들이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지역도서관과 동네서점이 상생하는 방법.’ 우선 조합원들이 도서 공동 구매·판매를 통해 유통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산 사상구 학장동에 있는 서적도매단지 2층에 사무실과 공동작업장을 마련했다. 이곳에서 공공도서 납품을 위한 사전 작업들이 이뤄진다. 조합에 가입한 동네서점들이 연합해 부산 시내 학교와 도서관 등에 도서를 납품하고, 방과 후 교재와 교구, 학원 교재 등을 할인된 금액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주문을 받아 책 배달 서비스도 하고 있다.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지난해 5월부터 해운대구와 업무 협약을 맺고 해운대구·해운대 동네서점살리기 운동본부·새마을문고 해운대지부와 공동으로 ‘유즈드 북(Used Book)’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즈드 북 사업이란 폐기되는 불용도서 및 헌책을 유무상으로 수거하고 선별·제본·소독하는 작업을 거쳐 공공 도서관 등에 납품하거나, 책이 필요한 다문화 가정, 외국인 학교, 도서관 등에 기증하는 활동이다. 해운대구와의 업무 협약으로 관내 아파트 단지 앞에 헌책 수거함 10개소를 설치하고 조합 공동작업장에서 수거된 헌책을 소독한 뒤 더러워진 겉면을 잘라내 깨끗이 단장하는 제본 작업을 하고 있다.

   
▲ 부산서점협동조합 공동작업장 한 편의 모습. 왼쪽은 납품 도서를 묶는 기계, 오른쪽은 헌책의 더러운 면을 1mm 간격으로 자르는 기계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기자가 공동 작업장을 찾았을 때 조합원들이 도서 납품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었다. 학교 앞에서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 모여 알바비를 받고 책 표지에 도서 구분 표와 바코드를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그 옆에선 고용된 사서 5명이 책을 종류대로 분류하는 전문적인 데이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 부산서점 협동조합 공동 작업장에서 조합원들이 학교에 납품할 책 표지에 도서 구분 표와 바코드를 붙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부산에서는 온라인, 대형서점, 페이퍼 컴퍼니(서류 형태로만 존재하는 회사)가 도서납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동네서점은 2014년까지는 도서납품 실적이 전무했다. 하지만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지난해 부산지역 도서납품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조합이 공공 도서 납품으로 얻은 수입만 1억 4,000만 원. 이는 모두 조합원들의 수입으로 되돌려졌다.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체계적인 공동 도서납품 시스템으로 신속, 정확하고 친절히 사업을 수행해 2015년 우수협동조합, 중소기업청장 개인, 단체상 등 3관왕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김정량 이사장은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의 롤모델”이라고 자부했다. 부산서점 협동조합의 운영 방식을 모델 삼아 인천, 울산, 대전, 경기도 시흥 등 전국에서 15개의 서점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설립 3년 만에 자타공인 전국적인 동네서점 살리기 롤 모델로 성장한 것이다.

   
▲ 납품 준비를 마친 유즈드북이 작업장 한 편에 쌓여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타격은 없었을까?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영세업자들에겐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었다고 한다. 흔히 소비자들은 도서정가제 시행 후 책값이 올랐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20~30년 서점을 운영해온 상인들은 “실제로 책 값이 더 저렴해진다”고 말한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전에는 같은 30% 할인이라도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이 가져가는 이윤은 큰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정가가 1만 원인 책을 동네 서점이 7,000~8,000원에 사와서 팔았다면, 대형 서점은 반값도 안되는 4,000~5,000원에 사와서 팔았다는 것. 김정량 이사장은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30%씩 할인되던 거품 가격이 빠졌다. 어느 서점이나 같은 조건과 가격으로 책을 판다면, 동네 서점을 이용하는 편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2015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5,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지만 이를 반납했다. 일회성 예산 지원보다는 제도적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김정량 이사장은 “책은 책방에서 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지역 경제와 문화를 살리기 위해 힘써야 할 시청과 구청에서도 정작 도서를 대형 서점이나 페이퍼 컴퍼니에서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서점 협동조합은 서점을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닌 지역 주민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가꾸는 데도 힘쓰고 있다. 해운대구와 공동으로 매월 넷째주 수요일을 ‘동네서점,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동네서점을 방문하는 지역민을 위한 독서토론회, 작은 음악회 등을 열기로 한 것. 오는 27일 해운대구 반여동에 위치한 한양서점에서 첫 행사가 개최된다. 이날 이곳에선 즉석 삼행시 짓기, 통기타 공연, 서점 내 지정 도서를 시간 내 찾기 '우리동네 보물섬,' 아로마 향초 만들기 체험 등이 펼쳐진다.

취재기자 이원영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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