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흰여울 마을, 젠트리피케이션 해법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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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흰여울 마을, 젠트리피케이션 해법 찾았다
  • 취재기자 안지혜
  • 승인 2016.05.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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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르네상스 사업의 부작용...사업자, 원주민 힘 합쳐 공생방안 모색

서울의 홍대거리, 경리단길,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광복로 등 낙후됐던 도시의 공간이 재단장하면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의 이면에는 임대료의 상승 등으로 뜻하지 않게 동네 원주민이 내몰리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현상도 따라붙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주민들간에 상생협약을 맺는 등 마을공동체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 영도구의 흰여울마을의 실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에서도 도시재생사업 진행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주의보가 내렸다. 도시재생사업은 기존의 문화, 경제, 주거지로서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도시 기능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부산시의 대표적인 재생사업으로는 2010년부터 추진해온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있다. 이 사업에는 감천문화마을과 안창호랭이 마을, 초량 이바구길, 영도 흰여울 마을이 포함됐다.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감천문화마을은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카페와 상점 등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활력을 되찾았지만 주택·토지가격이 오르면서 원주민들이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감천문화마을에 거주 중인 김모(77) 씨는 “집값이나 월세가 예전보다 배로 오른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내가 생활하는 공간을 사람들이 계속 침범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감천문화마을과 함께 르네상스 사업지역으로 선정돼 최근 부각되고 있는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도 이와 비슷한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흰여울마을은 영화 <변호인>,<범죄와의 전쟁>.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지난 2014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지역으로 선정됐다. 재생사업 이후 삭막했던 건물에 벽화가 그려지고 상점이 들어서는 등 변화를 겪었다. 그 와중에서 흰여울마을의 거주 인구수는 재생사업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970명에서 600여 명으로 약 30%가량 줄었다. 뿐만 아니라 토지가격도 ㎡당 31만 5,000원에서 38만여 원으로 약 20.6% 증가했다. 부산발전연구소 관계자는 “흰여울마을의 주택·토지 가격은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된 곳 가운데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인구수가 줄고 토지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과잉 상업화의 초기단계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흰여울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사진: 취재기자 안지혜).

상황이 이렇게 되자, 흰여울마을에 입주한 업주들이 자체적으로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사업에 나섰다. 이들은 공동체 사업을 통해 원주민과 함께 공생하는 법을 찾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공동체를 운영하고, 생활 속의 문화를 즐기면서 이를 지속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영도문화원에 따르면, 현재 마을 공동체 인원은 25명으로, 이들은 커피숍과 게스트하우스 등을 운영하면서 월 1회 마을 청소도 진행 중이다. 또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마을안내를 도맡기도 한다. 마을에 활력을 주는 사업은 원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함께 추진하자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마을공동체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가게를 운영 중인 김성희(45) 씨는 “주민이 마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동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가게에서 난 수입은 흰여울마을을 위해 쓰인다. 김 씨는 “주 1회 골목영화관을 열어 주민들끼리 모여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 마을 공동체에서 운영 중인 가게(사진: 취재기자 안지혜).

흰여울문화마을 창작 사업을 맡은 영도문화원 김두진 사무국장은 “마을주민과 지역 관계자들이 지금처럼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비해 나간다면 원주민이 내몰리는 안타까운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흰여울마을 주민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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