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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상품 온라인서 매점매석, '디지털 허생' 판친다

기사승인 2016.04.24  19: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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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무니 없는 바가지 리셀링 상술...3만 원짜리 앨범, 8만여 원에 되팔기도

대학생 최민경(24, 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최근 발매된 장범준 2집 한정판 앨범을 사고 싶었으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 중고 거래시장을 뒤져본 최 씨는 깜짝 놀랐다. 원래 3만 1,000원에 판매되던 앨범이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는 8만 5,000원에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정판 앨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격은 예성했지만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터무니 없어 최 씨는 앨범을 구할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저렇게 한정판 앨범을 고의적으로 되파는 사람들만 아니었으면 나도 원하는 앨범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몇 배의 가격으로 다시 되팔 사람들이 물건을 싹쓸이해서 정말 속상하다"고 말했다.

   
▲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장범준 한정판 2집 앨범을 되판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가격이 8만 원대에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네이버 중고나라 캡처).

이처럼 인터넷상에서 한정된 제품을 남들보다 빠르게 구매해서 원가의 몇 배를 받고 되파는 일종의 ‘디지털 암표상’들이 신종 직업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은 이를 소위 '리셀러(Re-seller)'라고 부른다. 리셀링(reselling)은 시간과 정보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많은 투자 금액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리셀러는 직업 유무, 성별, 나이와 상관없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한정판 제품이나 귀한 티켓을 구매해서 인터넷상에서 고가로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귀한 물건일수록 구매자들에게 많게는 원가의 5~10배까지 가격이 부풀려진다. 갈수록 심해지는 리셀러들의 횡포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은 한정판 제품이 출시된다고 하면 마음을 졸이며 긴장하기 일쑤다. 

이 리셀러는 최근 한 신문에서 ‘디지털 허생’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인기 제품을 사재기한 다음 온라인을 통해 비싸게 팔아 돈을 버는 행태가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許生傳)의 주인공 허생의 상술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면 리셀러가 한정판 물건을 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은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파는 것이다. 만약에 리셀러는 한정판 나이키 신발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출시일 하루 전, 많게는 며칠 전부터 나이키 앞에서 기다린다. 만약 아주 인기가 있는 제품이라면 출시 며칠 전에 나이키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출시일까지 그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도 한다(<시빅뉴스> 2014년 1월 20일자 ‘농구화 신제품 사려 닷새전부터 캠핑 줄서기’ 기사 참조).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 중엔 정말 구매욕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리셀러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서 누구보다 빠르게 한정판 신제품을 손에 넣고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는 매 계절과 중요 기념일마다 MD(상품이란 뜻의 영어 merchandise의 줄임말)란 이름의 한정수량 제품을 판매한다. 스타벅스는 로고가 들어간 물병, 보온병, 머그컵, 심지어 가방과 우산까지 스타벅스가 제작,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MD로 판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리셀러 활동 중인 김모(27, 부산 사상구) 씨는 “지난 3월 22일 이른 꼭두새벽부터 스타벅스 앞에서 기다렸다”고 밝혔다. 바로 22일이 새로운 스타벅스 MD들이 출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1등으로 줄을 서 매장에 있는 제품을 원하는 만큼 모두 쓸어 담았다. 이후 김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 사진과 함께 제품을 재판매하겠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물건을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그 중엔 김 씨를 원망하는 댓글도 있었다.

리셀러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각에 대해 김 씨는 "나도 남들과 똑같이 이른 시간에 줄 서야 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 있다. 정정당당하게 일찍 일어나서 물건을 샀는데 그게 죄인가?"라고 억울한 마음을 전했다. 또 그녀는 "법적으로 걸리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내가 아침 일찍 봉사해서 물건을 사는 건데, 값을 부풀려도 내 마음 아닌가. 나도 말도 안되는 가격은 받지 않는다.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마음에서 진행한 일에 안 좋은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정말 안 좋다"고 덧붙였다.

구매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학생 장모(25, 부산 금정구) 씨는 스타벅스 벚꽃 텀블러 MD 사진을 제품 출시 하루 전에 보았다. 사진을 보고 텀블러를 꼭 갖고 싶어진 그녀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스타벅스로 향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일찍 온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 있었고, 그녀는 결국 텀블러를 손에 넣지 못했다. 텀블러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힘들었던 그녀는 인터넷 중고 거래 시장을 알아보았지만 가장 낮은 가격대가 원가의 약 3배였다. 고민하던 장 씨는 결국 그 가격에 리셀러로부터 텀블러를 구입했다. 그녀는 "원하던 텀블러를 구하긴 해서 정말 기쁘지만 한편으론 '3개 값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돈이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리셀러에게 구입하기 싫지만, 꼭 구하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땐 원가의 몇 배를 주고서라도 어쩔 수 없이 리셀러들에게 구매해야 하는 것이 너무 화난다"고 덧붙였다.

  

   
▲ 중고 거래 사이트 내에서 팔리고 있는 한 스타벅스 MD의 가격은 원가 1만 9,000원 짜리가 서너 배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황예원).

리셀러는 콘서트 티켓을 예매할 때도 나타난다. 인기 가수가 콘서트를 열면 한정된 좌석에 입장하기 위한 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통 콘서트는 공연 한두 달 전부터 인터넷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콘서트 티켓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인터넷만 이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예매할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의 경우, 티켓 매진까지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몇 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좋은 좌석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티켓 리셀러를 찾게 된다. 지난 3월 5일 자 TV조선의 보도에 의하면, 가수 빅뱅의 콘서트 현장에서 리셀러들이 11만원 짜리 티켓을 150만 원에 판매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고사이트에 올라면 글에 의하면, 요즘엔 리셀러가 실제 티켓 사진을 거래 사이트에 올려놓고 돈만 받고 티켓을 보내주지 않는 사기를 치는 범죄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리셀러는 한정판 제품이나 티켓을 웃돈을 얹어 재판매한다는 점에서 암표상과 유사하다. 한 네이버 블로거는 암표상과 리셀러의 차이점을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이 블로거는 리셀러는 온라인에서 활동하지만 암표상은 오프라인 현장에서 판매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리셀러는 인터넷의 유명한 중고 거래 사이트나 자신의 SNS를 주로 활용하여 제품을 판매한다. 한편 암표상은 경기장, 혹은 공연장 입구에서 관객들에게 다가가 직접 티켓을 판매한다.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는 조항이 있다. 법적으로도 암표상은 현장에서 적발되어 법적인 조치를 받는 대상이고, 온라인에는 동일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리셀러는 법적으로는 암표상 단속의 테두리 밖에 벗어나있다.

한쪽에서는 이런 리셀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구모(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구하지 못했던 물건을 리셀러를 통해 구매한 적이 있었다. 그는 아예 못 구할 제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더 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할 수 있어서 오히려 리셀러에게 고마웠다. 구 씨는 구입을 원하는 제품이나 공연 티켓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리셀러의 존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구 씨는 "리셀러는 나를 대신해 고생했기 때문에 가격 책정에 대한 불만은 없다. 수고비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공연 기획사들은 리셀러들이 일종의 공연 티켓 시장을 교란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인기 연예인들의 소속사는 터무니 없는 가격의 공연 티켓 리셀러들을 막기 위한 방침을 내놓고 있다. 배우 류준열 씨의 소속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류 씨의 팬미팅과 관련해 "공식 예매처가 아닌 곳에서 구매한 티켓은 불법이기 때문에 팬미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가수 김동률 씨는 관객들의 암표 구입을 막기 위해 자신의 공연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자신의 공연에서 "암표가 성행하고 있다 들었는데, 수요가 있어서 공급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만큼 공연 횟수를 늘릴 테니 암표 구입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고 <스포츠 월드>가 보도했다.

한편 스타벅스 코리아는 MD를 초고가로 재판매하는 리셀러에 막기 위해 1인당 2개까지의 상품 구매 제한을 두고 있다. 아예 리셀러가 제품을 구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한 사람당 같은 제품은 2개까지만 구매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매장도 있고, 제한하지 않는 매장도 있어서 사실상 모든 리셀러를 막기는 어렵다. 또 리셀러가 자신의 주변사람을 동원해서 한 지점, 혹은 여러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1인당 2개씩 계속 구매한다면, 그 개별 구매 제한 규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소비자 협회의 신현두 사무총장은 "리셀러는 건전한 소비문화를 해치는 매점매석 행위이며, 피해 예방을 위해 합리적인 소비자는 리셀러의 상품을 구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취재기자 황예원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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