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 놀란 한국, "우리도 AI 개발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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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에 놀란 한국, "우리도 AI 개발 서둘러야"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6.03.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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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국이 남긴 과제...'기계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우려 목소리도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가상이미지(사진: 시빅뉴스DB).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로 세기의 주목을 받았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1대4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비록 인간이 완패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인류를 상대로 보여준 인공지능의 실력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간의 도전 정신 보여준 이세돌의 투혼

알파고와의 대국에서는 졌지만 이세돌은 승부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4국까지 이세돌과 알파고는 흑과 백을 번갈아 집었다. 때문에 5국에서는 돌 가리기로 흑백을 정해야 했지만, 이 9단이 흑번을 자청했다. 백은 이번 챌린지에서 7.5집의 덤을 얻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를 가진다. 이 9단은 대국에 앞서 “백으로 이겼기 때문에 마지막 대국에서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 흑으로 이기는 게 더 값어치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CPU 1,202대, 그래픽 처리장치 GPU 176대, 구글 서버 1,000대를 동시에 이용하는 알파고와의 무리한 싸움에서 1국부터 5국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계속되는 패배에도 불리한 조건을 탓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5국을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9단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결국 해내지 못해서 아쉽다. 초반에 사실 유리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럼에도 패한 것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다. 저의 부족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경기였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류를 월등히 앞선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이 9단은 “3국이 끝나고 말했듯이 ‘인간의 패배’가 아닌 ‘나의 패배’다. 모든 것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며 더욱 더 발전하는 이세돌이 되겠다”며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국을 지켜본 국민들은 인간 이세돌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인터넷에 쏟아내며 한 목소리로 응원하고 있다. 아이디 ie***는 “이번 경기를 통해 이세돌 9단이 멋진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졌지만 박수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이디 이**는 “유종의 미는 충분히 거뒀다. 인공지능에 기 눌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전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또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9단과 알파고 팀은 역사에 기록될 다섯 번의 놀라운 대결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 커지는 불안감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의 활약으로 일각에서는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사람들이 인간의 일자리가 기계화되는 것에 이미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와중에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불을 지핀 것이다.

지난 2013년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 마이클 A. 오스본 교수와 옥스퍼드 마틴 대학교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20년 후 미국의 일자리 절반이 인간의 손에서 떠나 전산화되고 기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첨단기술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마트에는 셀프 계산대가 생겨 계산원이 필요 없게 됐고, 셀프 주유소 또한 흔하다. 게다가 수많은 공장에서 사람들이 하던 일을 로봇과 기계가 대체하고 있다.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게 일을 해내니 기계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지난 13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3국이 펼쳐졌던 서울 포시즌스호텔 입구에서 이경목 세명대 전자상거래학과 교수가 인공지능(AI) 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번 대국으로 AI가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기계 윤리 확립 등 대비 없이 AI를 개발하다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와 대비되는 말로,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삶에 대한 감시가 더욱 공고화되고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간 생활의 편의를 도와 인간을 더 인간답게 살게 해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3월 11일자 중도일보 기사에서 최호진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알파고가 워낙 견고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세돌 9단을 이기게 된 것일 뿐 아직 로봇시대를 걱정하기는 이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할 수는 없다”고 단정지었다.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가 올거라는 상상은 기우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사비스는 카이스트에서의 강연에서 “인간을 도와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하면 어두운 미래는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인공지능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또한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발간한 <AI시대, 한국의 현주소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관련 특허 수는 306건으로 전체의 3%에 불과하고, 이는 미국의 5%, 일본의 10%에 불과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도 최고기술 대비 75%, 인공지능 응용 소프트웨어 기술도 74%에 그친다. 정보기술(IT) 기업을 필두로 일부 대기업이 인공지능 산업 투자 및 연구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국내 인공지능 사업은 아직까지 인터넷과 게임 등 특정 사업에 한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투자 규모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흡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사업에 앞으로 매년 38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반면, 미국은 매년 30억 달러(약 3조 5,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일본도 올해부터 매년 1,000억 엔(약 1조 526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 관련 기업 또한 세계 스타트업 수와 비교해 2.5~6.7% 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고 인공지능 시장에 조기 진입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사업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고서에서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방과 공유의 패러다임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한편, 공공부문의 선도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인공지능 관련 국가 연구개발 사업 및 산학연협력 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지능형 교통제어시스템,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등 인공지능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부문의 지원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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