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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청년들, "우리 삶의 방정식에 돈, 취업은 없다"

기사승인 2016.03.06  14:2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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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빅 특별취재팀 서유럽 탐방기..." 자유, 평화, 희망의 가치를 추구할 뿐" 한 목소리

세계적 히트작인 인도 영화 <세 얼간이>에서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주인공 파르한은 아들이 공학자가 되어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아버지와 진로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 파르한은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사진작가가 되면) 돈은 덜 벌겠죠. 집도 더 작고, 차도 더 작겠죠. 하지만 저는 행복할 거에요. 정말 행복할 거에요.” 물질적 풍요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행복이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이다.  이 영화를 본 대한민국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갓 취업한 길상해(28, 서울시 동작구) 씨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우리 청년에겐 더 이상적인 삶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시빅뉴스> 특파원 겸 교환학생 신분으로 기자는 스페인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 때 스페인에서 만난 친구들과 미래 고민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호주 뉴캐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제임스(28) 씨는 자신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미래 고민은 한국 청년들과 정반대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입는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지금 당장 걱정해야 할 일은 돈 벌 걱정이나 취업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청년으로서 심각해져 가는 세계적 환경문제에 대해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스페인 코르도바 대학의 국제 기숙사에서 축구 경기를 마친 후  각국 교환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런던 취재팀 김태호).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민이 한 가지로 굳어지고 있다. 취업해서 돈을 버는 것이 그들의 지상과제다. 취업을 못한 대한민국 청년들은 5포세대(연애, 출산, 결혼, 인간관계, 내집마련)라고 불린다. 요즘은 여기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했다 해서 7포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 어떻게 취업하지?” 단순하게 보이는 이 고민이 대학 도서관, 카페, 식당을 비롯한 모든 장소에서 메아리처럼 대한민국 청년들의 귀에 지겹도록 울리고 있다.

그런데 기자가 접한 외국 청년들의 고민은 달랐다. <세 얼간이>의 파르한처럼 그들의 고민은 취업이나 돈이 아니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은 과연 어떤 고민을 안고 살까? 그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을 할까? <시빅뉴스>는 외국 청년들의 고민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시빅뉴스>는 2015년 12월 3명의 해외 취재팀을 결성했다. ‘세계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시빅뉴스>는 2015년 12월 22일부터 2016년 1월 3일까지 영국 런던으로 특별 해외 취재팀을 파견했다. 김태호, 김민철, 김승수 기자 3명으로 구성된 취재팀은 어떤 방식으로 세계 청년들의 고민을 끌어낼지를 놓고 회의를 수없이 가졌다. 취재팀은 세계 젊은이들이 바글거리는 런던에서 그들의 고민을 찾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전쟁터로 향하는 이순신 장군같은 비장함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015년 12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17시간의 긴 비행 끝에 무사히 런던 히드로 공항에 착륙했다. 이색적인 광경을 보기에는 너무 늦은 밤이었기에 취재팀은 곧장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고 다음날부터 시작될 취재와 촬영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 영국의 상징, 런던의 랜드마크인 빅벤(사진: 런던 취재팀 김태호).

19세기에는 지지 않는 태양으로 불렸던 나라,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만들어 준 나라 영국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은 환상적이었다. 눈부신 햇살, 따뜻한 온도, 장중한 고딕양식의 건물들이 취재팀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런던은 어떤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급' 샷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취재팀은 거리로 나가 세계에서 온 다양한 젊은이들을 만났다. 사이좋아 보이는 폴란드 커플, 프랑스에서 여행 온 가족, 런던에서 음대를 다닌다는 이탈리아 청년은 물론 취재팀의 귀에 익숙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한국 청년들도 만날 수 있었다.

   
▲ 프랑스에서 여행을 온 프랑코 씨 가족과 취재팀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사진: 런던 취재팀 김태호).

취재팀은 곧 런던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런던의 카페를 드나들다가 취재팀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국의 카페 내부 테이블에는 커피와 함께 대부분 노트북과 토익책 등이 놓어 있게 마련이다.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카페 손님들의 모습은 한국 카페에서는 당연한 장면이다. 그러나 런던 카페에서는 테이블에 노트북도 없고 심지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이도 거의 없었다. 친구인지, 연인인지, 가족인지는 알 수 없으나, 런던 카페의 손님들은 이야기에 굶주린 사람들처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빙 둘러 앉아 큰소리로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카페는 원래 이런 곳이어야 하지 않은가. 한국의 카페는 한 손으로 토익책을 넘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떠받친 채 공부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카페에 앉아 다정한 대화는 고사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셔본 기억이 없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이 취재팀 눈에 스쳐 지나갔다. 순간 말 못할 씁쓸함이 큰 파도가 되어 밀려왔다.

   
▲ 사람들로 가득찬 코벤트 가든의 한 카페. 테이블에 노트북도 휴대폰도 없다. 그들은 끊임없이 마주 앉은 사람들끼리 대화했다(사진: 런던 취재팀 김태호).

한국과 다른 활기찬 청년들의 모습과 카페의 화기애애한 대화 분위기로부터 밀려온 씁쓸함은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할 때까지 씻겨나가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몸이 개운하지 않았다. 다음날부터 취재팀은 미리 한국에서 제작해 온 “What is your biggest worry?”라고 적힌 나무판을 들고 많은 사람들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 직접 인터뷰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한 청년이 취재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더니 이내 말을 걸어왔다. 독일에서 온 마야(31) 씨는 되레 취재팀에게 “What is your biggest worry?”라고 물었다. 그리고 취재팀과 마야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서로 쏟아냈다. 이렇게 마야는 취재팀과 친구가 됐다.

   
▲ 런던 엘리자베스 호스텔에서 만나 우리들의 친구가 되어준 고마운 독일인 마야(사진: 런던 취재팀 김태호).

독일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그녀는 한국 청년들이 취업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빈익빈 부익부'라는 왜곡된 사회구조가 한국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말을 듣자 그 문제야말로 청년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답했다.

국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꿈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10명 중 4명이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빌게이츠, 저크버그와 같은 롤모델은 사라진 지가 오래다. 대한민국의 어린이와 청년들은 이렇게 비정상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런던 브릿지에서 만난 이탈리아 청년 조죠(23) 씨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자세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다른 이의 시선, 특히 부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복을 추구하는 청년이 많아져야 한국 청년들의 꿈도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탈리아 청년 조죠 씨와 함께(사진: 런던 취재팀)

취재팀은 런던에서 약 2주간 100명 남짓한 여러 나라 청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들 중 가장 큰 고민으로 취업이나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그들도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직업이나 돈은 꼭 필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러나 직업이나 돈이 첫 번째 고민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물질적인 것보다 자유, 평화, 희망, 꿈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에 친절히 응해 준 이탈리에서 온 이라리아 씨의 가족과 함께(사진: 런던 취재팀)

리버풀에서 만난 중국 여학생들은 가고 싶은 나라가 있어도 중국 정부로부터 여행허가를 얻는 절차가 복잡해 자유롭게 외국을 돌아다닐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충분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 앞에서 만난 프랑스인 프랑코 씨의 가장 큰 고민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을 항상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런던 엘리자베스 호스텔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심지어  “아무런 고민이 없는 것이 고민”이라 말해 취재팀을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취재팀이 런던에서 만난 100여 명의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자유와 행복과 같은 가치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취업은 그 다음이었다. 취재팀이 런던에서 만난 한국 대학생이 있었다. 호기심에 취재팀은 그에게 다가가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 한국 대학생은 어김없이 “취업”이라고 대답했다. 한국 대학생과 외국 대학생의 고민은 정말, 그리고 신기하게도 '극명하게' 달랐다. 

세계 젊은이들의 모든 고민을 찾기에 13일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취재팀이 깨달음을 얻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세계 청년들이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고려 했던 메시지는 꿈이라는 방정식에 돈과 직업을 대입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옳은 말이다. 우리가 만난 세계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현실, 불합리한 구조적 문제를 안은 사회 속에서도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와 다른 나라 젊은이들의 다른 점이었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불쌍해 보인다. 책을 끼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 수업 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야 하는 학생들, 외국어인 영어를 죽자고 공부하는 학생들. 그들 모두가 취업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우리 청년들을 취업의 감옥에 갇히게 했을까? 취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데도 왜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 청년들은 가치지향적인 꿈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을까? <시빅뉴스> 런던 취재팀은 이에 대한 대답을 영상으로 제작 중이다. 그 결과를 <시빅뉴스> 독자들에게 곧 선보일 예정이다.  

런던 특별 취재팀 김태호 reporter@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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