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 프로젝트,’ 버려지는 웨딩꽃에 생기를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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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 프로젝트,’ 버려지는 웨딩꽃에 생기를 넣다
  • 취재기자 김지원
  • 승인 2016.02.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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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 장식꽃, 소외된 이웃에 기부
▲ 예식장에 예식을 빛내기 위해 많은 꽃들이 사용되고 있다(사진: 구글 이미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미혼모 센터에 화려한 꽃다발들이 배달됐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돼 혼자서 힘겹게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들의 입가에는 오랜만에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런 꽃들은 서울 서대문구의 요양병원에도,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들의 집에도 전달됐다. 전달받은 꽃으로 꽃꽂이 수업에 참여한 요양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하얀 꽃송이들을 다듬었다. 한 할머님은 “꽃도 예쁘고 아가씨들도 예쁘다”며 웃음을 지었다.

꽃들의 출처는 예식장이다. 한 석사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 평균 예식을 올리는 커플은 약 34만 명이며, 예식에 쓰이는 꽃은 약 4억 2,000만 송이다. 예식을 화려하게 생화로 장식하는 데에만 평균 150~20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장식된 꽃들은 대부분 예식이 끝나고 폐기처분된다. 최근, 예식 후 아깝게 버려지는 꽃들을 소외된 이웃들에게 기부하는 ‘플리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다.

플리(Flry) 프로젝트란 Flower Recycle Project, 즉 꽃을 재활용하는 비영리 기부 프로젝트다. 플리 프로젝트는 플리 홈페이지에 신청한 신랑, 신부에게 개인적으로, 혹은 웨딩홀이나 성당, 교회 등에서 정기적으로 기부를 받아 운영된다. 기부 받은 꽃은 결혼식이 끝난 직후 꽃꽂이, 꽃 수거 및 전달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행사 장소에 와서 수거해 간다. 이렇게 수거된 꽃은 시들기 전에 손질된 이후 소외된 이웃에게 전달돼, 꽃꽂이 수업에 쓰이거나 꽃다발과 화병에 꽂혀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다. 지난 해 6월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올해 1월 25일까지 총 32회 결혼식장에서 520개의 꽃다발이 121명의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15곳의 기부처에 전달됐다.

▲ 노인 요양원 효림원에 기부된 웨딩 꽃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꽃꽂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 정나래 씨 제공).

플리는 비영리단체 ‘루트임팩트’의 직장 동료로 만난 강보라 씨와 김미라 씨에 의해 시작됐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직접 치르는 과정에서, 장식하는 비용에 비해 짧은 시간에 버려지는 꽃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병이 있거나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시설의 환자들에게 꽃을 기부해 희망을 전하는 미국의 '랜덤 액츠 오브 플라워(Random Acts Of Flower)'라는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다. 이후 둘은 사람에게 주는 꽃의 큰 영향력을 국내에 전파하기 위해 플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김미라 씨와 강보라 씨가 자비를 들여 지인의 결혼식에서부터 시작했지만, 그후 플리를 후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현재 프로젝트는 후원자들의 크라운드 펀딩과 꽃꽂이 강연을 통한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처음 지인들로만 이루어졌던 봉사활동은 입소문과 SNS 등을 통해 정보를 접한 많은 일반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의류잡화 및 디자인 작품을 판매하는 기업 ‘마리몬드’와 차량 대여 업체 ‘쏘카’ 운영 파트너 회사에게 각 꽃꽂이 장소, 차량 무료사용 쿠폰을 제공받고 있다.

지난 12월, 회사원 정나래(29, 서울시 은평구)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플리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돼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정 씨는 서대문구 소재의 노인 요양 시설인 수효사 효림원에 배달된 웨딩 꽃으로 꽃꽂이 수업에 보조로 활동했다. 정 씨는 버려지는 꽃으로 소외된 이웃이 행복을 느끼는 모습을 보며 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정 씨는 “꽃꽂이를 좋아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기회가 생긴다면 플리 뿐 만 아니라 다른 봉사활동을 통해서도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플리 프로젝트의 활동내용이 알려지면서 기부를 원하는 신랑, 신부가 늘었으며, 서울의 프란치스코 수도원 성당과 주님의 교회 등 정기적인 제휴 기관도 생겼다.

▲ 새롱이새남이집의 미혼모와 노인 요양원의 할머님, 할아버지들이 꽃을 만지며 행복해 하고 있다(사진: JTBC <줄리안과 로빈, 한국의 시민을 만나다!>방송화면 캡쳐).

올해 4월 예식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신부 신하원(34, 경기 안양시 동안구) 씨는 플리 프로젝트 크라운드 펀딩 글을 읽게 된 후 꽃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평소 쌀, 연탄 등 봉사활동을 해온 신 씨에게 플리 프로젝트는 물질적인 도움보다 정서적인 만족감을 준다는 면에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신 씨는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데 축복받는 가치 있는 시작이라 뜻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결혼식을 올린 원지희(34, 서울시 논현동) 씨 또한 지인을 통해 플리에 대해 알게 된 후 개인 기부자로 참여하게 됐다. 원 씨는 플리 측에 미혼모 시설에 기부를 부탁했다. 시설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분들에게 주위사람들의 축복과 행복을 꽃으로나마 나누고 싶은 이유였다. 원 씨는 “사실 기부자가 봉사활동에 크게 힘쓰는 부분은 없지만, 값어치 있는 예식이 됐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플리를 통해 내가 느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네이버 해피빈 클라우드 펀딩 관련 기사에 따르면, 플리 프로젝트의 최종목표는 불투명하게 가격이 책정돼 있는 웨딩플라워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꽃이 주는 행복을 널리 전하는 것이란다. 플리 대표 김미라 씨는 해당 기사에서 "소중한 사람의 결혼식에 나눔의 의미를 더할 좋은 기회를 플리가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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