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형 광고는 언론의 신뢰도 갉아 먹는 치명적 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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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형 광고는 언론의 신뢰도 갉아 먹는 치명적 독소
  • 취재기자 이도희
  • 승인 2016.02.0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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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인터넷 언론사들, 기사 같은 광고 '네이티브 광고'의 덫에 빠져

“섹시한 어개를 갖고 싶은 남자의 겨울 스포츠 6가지,” “후아레즈는 왜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마약 도시가 되었나,” “괴짜 천재 4명이 ‘미국이 망한다‘에 돈을 걸었다,” “당신이 그동안 지구를 지키고 있었다는 6가지 증거” 등의 제목을 가진 이들은 모두 SNS 미디어 <허핑턴 포스트>에 게재된 광고다.

▲ 허핑턴 포스트에 게재된 네이티브 광고(사진: 허핑턴 포스트 홈페이지 캡쳐)

“섹시한 어깨를 갖고 싶은 남자의 겨울 스포츠 6가지”는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스포츠들을 기사 형식으로 소개하면서, 스포츠 의류 업체의 광고를 마지막에 삽입한 스포츠 의류 광고이다. “괴짜 천재 4명이 ‘미국이 망한다’에 돈을 걸었다”는 제목의 기사는 알고보면 수입 영화 <빅쇼트>라는 영화 광고로, 기사를 읽어보면, 주로 영화 내용 중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는 영화 홍보 기사다. “후아레즈는 왜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마약 도시가 되었나” 또한 영화<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홍보하는 광고형 기사로 영화의 배경이 되는 후아레즈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이 곳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를 소개하는 식으로 영화를 노골적으로 홍보한다. “당신이 그동안 지구를 지키고 있었다는 6가지 증거”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종이 팩들의 원형인 테트라 팩을 만드는 회사에서 게재한 광고로, 마지막 6번째에 테트라 팩의 친환경 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뉴스를 가장한 광고를 흔히 네이티브(native) 광고라고 한다. 네이티브 광고란 광고주가 원하는 정보들로 제공되는 보통의 광고와는 달리, 수용자에게 유익해 보이는 정보를 콘텐츠(뉴스)와 유사한 형식으로 제공하는 광고를 말한다. 기본적으로는 기사처럼 되어 있기 때문에, 네이티브 광고는 보통의 배너광고와는 달리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광고방식이다. 영어로 네이티브는 ‘토박이,’ 또는 ‘고유의’란 뜻인데, 네이티브 광고란 인터넷이면 인터넷, SNS면 SNS 등 통상 이용되는 미디어의 원래 메시지 형태를 띄고 있어서(원래 고유의 형태를 갖고 있어서) 사람들에게 부담감을 줄이는 광고를 말한다. 언론 미디어에서 뉴스와 같은 형태를 갖고 있어서 마치 뉴스처럼 보이는 광고를 가리킨다. 하지만 수용자들의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언론의 신뢰도를 헤칠 수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사형 광고들은 기사와 매우 유사해서 독자들은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대학생 박진휘(26, 부산시 수영구) 씨는 최근 신문을 읽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박 씨는 기사를 읽다가 중간에 내용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했더니 기사가 아닌 광고였다. 글 상단에 작게 광고라는 표시만 있었지 보통 기사와 편집 방식도 비슷했다. 박 씨는 ”기사처럼 위장한 광고는 독자를 우롱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지혜(28, 부산시 남구) 씨는 주로 인터넷을 이용해 신문을 접한다. 김 씨는 기사와 광고를 구분하는 것은 인터넷 신문이 종이신문보다 훨씬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김 씨는 “인터넷 기사들은 기사의 하단에 작게 기업의 이메일이 적혀있거나, 영어로 'spnsored by‘와 함께 협찬 기업의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이 전부라서, 꼼꼼히 읽지 않으면 광고를 기사로 알고 넘어가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작년 발행한 연구보고서인 <신문·인터넷신문의 유사광고 현황 및 개선방안>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네이티브 광고를 접한 수용자 중 52.4%는 이를 기사라고 인지했고, 수용자의 80%가 광고인지 기사인지 혼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76.1%의 수용자가 네이티브 광고를 광고임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 보고서는 현행 법률상 유사광고 중 특히 네이티브 광고의 경우 새롭게 시장에 등장해 특성이 온전히 반영된 법률 조항이 없어 구체적으로 법적 정의가 마련되어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네이티브 광고의 경우 기사형 광고의 범위를 확장해 정의하거나 네이티브 광고를 정의하는 새로운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사형 네이티브 광고는 언론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문방송학과 학생인 이정은(22, 경남 양산시 다방동) 씨는 “광고주들이 기사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광고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하지만 광고의 신뢰도를 높이려다가 독자에게 사실을 전해주는 매체인 기사의 신뢰도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늘어나고 있는 네이티브 광고와 같은 유사광고들은 침체된 광고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지만, 저널리즘에는 윤리적 위기가 될 수 있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 김충현 교수는 논문에서 “기사형 광고의 문제점은 소비자가 그것이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신문사에서 어떤 사실을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제품을 언급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되고, 권위 있는 언론에서 기사로 소개하는 것이니 신뢰할 수 있겠다고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이러한 광고를 게재한 언론사는 광고비 수입에 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월간지 <신문과방송> 2015년 1월 호에는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원칙>이라는 보고서가 실렸다. 보고서는 “네이티브 광고는 검색 단계에서부터 뉴스 콘텐츠와 분명하게 구분되도록 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표시가 없으면, 언론사는 신뢰를 잃고 뉴스 콘텐츠의 효력은 사라질 것이다. 저널리즘이 광고와 분리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사회는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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