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관상 봐준다"...알고보니 사이비종교 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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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관상 봐준다"...알고보니 사이비종교 포교
  • 취재기자 유혜민
  • 승인 2016.01.13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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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등 심리불안 행인들에 접근...토익스터디, 심리테스트 등으로 유혹하기도

작년 여름, 대학생 윤모(21, 부산시 사하구) 씨는 부산 서면 지하철역에 위치한 올리브영 앞을 지나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윤 씨에게 접근했다. 자신을 심리학과 학생이라고 소개한 그 여자는 윤 씨에게 심리테스트를 한다며 동그라미, 세모, 나무, 태양 등 몇 가지 그림들을 내미는 종이 위에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그 그림에 나타난 심리테스트 결과를 알려주겠다며 윤 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갔다. 얼마 뒤, 윤 씨의 휴대전화로 그 여자로부터 심리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수상함을 느낀 윤 씨는 연락을 받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전화가 왔고,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윤 씨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결국, 윤 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었다. 윤 씨는 “앞으로 길거리에서 하는 테스트에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방을 멘 여성 두 명이 길을 걷던 직장인 이모(21, 부산시 수영구) 씨에게 “집에 어머니가 편찮으시고 남동생이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이 씨는 평소 지병이 있는 어머니와 고등학생인 남동생을 떠올리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두 여성은 계속해서 이 씨의 집안 이야기를 들먹거렸고, 이 씨는 여자들의 말이 얼추 들어맞는다고 생각해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게 됐다. 길거리에서 30여 분간 이 씨를 데리고 이야기하던 여자들은 이 씨의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굿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결국 굿은 하지 않았지만, 30분 간의 상담비를 내라고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몰려 결국 10만 원을 주고 말었다. 이 씨는 “들먹이는 집안 이야기가 대충 맞아서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위 두 가지 사례는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새로운 포교 수법 사례다, 과거에 사이비 종교 단체들은 길에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했던 방식을 버리고 심리 테스트 등의 좀더 진화된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대학생 유모(21, 부산시 수영구) 씨는 최근 사이비 종교단체들은 물건 설명, 심리테스트, 관상, 설문 조사 등의 이유로 일반인들에게 접근한다며 “보통 혼자 있을 때 다가오니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4, 부산시 사하구) 씨는 얼마 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토익 스터디를 하게 됐다. 김 씨를 포함해 총 4명이 카페에 모여 스터디를 했다. 처음엔 열심히 스터디에 임하던 나머지 세 사람들이 점점 김 씨에게 종교 가입을 권유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신실한 개신교 신자로 교회에 다닌다고 주장했다. 세 사람을 따라 교회에까지 가게 된 김 씨는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포도주와 빵을 먹고 교리 설명을 들었다. 그제서야 교리 내용이 이상하다고 느낀 김 씨는 바로 교회를 뛰쳐나와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었다. 김 씨는 “예전에 교회에 다닌 적이 있어서 교리 내용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토익 스터디 그룹이 사이비 종교 포교 수단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모(20, 부산시 사하구) 씨는 얼마 전 길에서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를 마주쳤다. 교회에 다닌다는 친구는 유 씨에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잠깐 들러 예배만 보고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유 씨는 반가운 마음에 흔쾌히 친구의 교회에 따라갔다. 교회에 들어가자, 자신을 목사라고 소개한 중년 남성이 유 씨에게 다가와 무작정 세례를 받으라고 말했다. 유 씨는 자신이 천주교인이라서 이미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며 거절했지만, 목사와 친구는 빵과 포도주만 먹으면 세례가 끝난다며 계속해서 세례 받기를 강요했다. 유 씨는 절대 받지 않겠다며 문을 닫고 길을 막고 있는 그들 앞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버티며 침묵한 끝에 교회에서 나갈 수 있었다. 유 씨는 “평소에 타 종교를 존중하지만, 이런 식의 세례 강요는 달갑지 않다. 진짜 정식 개신교회였다면 이런 식의 강요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1월 1일 SBS <강심장> 100회 특집에서 가수 길미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끌려갔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길미의 말에 따르면, 가수 준비를 하며 힘들었던 시기에 길거리에서 남녀 3명이 이름을 부르며 길미에게 다가왔다. 길미는 그들에게 별다른 생각 없이 다정하게 대했더니 대화 중에 갑자기 봉고차 안으로 강제로 태워져 어디론가로 끌려갔다고 한다. 산 속 깊은 폐건물까지 끌려간 길미는 어떻게든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집에 모아둔 돈을 가지고 와서 도를 닦겠다. 집에 보내달라”며 거짓말을 하고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 2011년 11월 1일 SBS 강심장 방송분

이처럼 사이비 종교는 더욱 노골적이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자신들의 아지트로 이끌고 있다. 40여 년간 성당을 다닌 박숙진 씨는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박 씨는 시간이 많고 사람을 만날 기회가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주부들이나 노인들이 사이비 종교에 쉽게 빠진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각박한 세상에서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성대 신학과 김충만 교수는 진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짜인 것처럼 행세하며 결국 자기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 사이비 종교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사이비 종교는 종교의 이름을 빙자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악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회의 전도사인 최모(35) 씨는 정식 종교가 아니면서 무분별하게 포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식 종교인 개신교가 사이비로 오해받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 씨는 “개신교를 사칭하는 유사종교가 많아지면서, 개신교에서는 다수 전도가 아닌 관계 전도 즉, 1대 1 전도를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태 신앙으로 20년 넘게 교회를 다닌 구모(21, 부산시 서구) 씨는 친구들에게 교회에 다니는 사실에 대해 최근에는 잘 말하지 않는다. 구 씨는 “사이비 종교가 극성스런 탓에 내가 다니는 교회에 가보자는 권유가 친구들에게 사이비로 몰릴지도 모른다.

김충만 교수는 이단이 많이 생기는 것이 개신교 내부의 문제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단의 확장을 막으려면 개신교가 바르게 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그 시대의 교회가 순수성을 잃고 타락한다면, 이단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마련이며, 한국 교회가 순수성과 바른 정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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