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족,' '장미족'...청년실업 한탄 신조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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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족,' '장미족'...청년실업 한탄 신조어 쏟아진다
  • 취재기자 예소빈
  • 승인 2015.11.18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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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취생,' '삼태백,' '낙바생,'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한 'N포 세대'도 등장
▲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사진: 예소빈 취재기자)

취업준비생 송모(31,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씨는 4년전 대학을 졸업하고 작년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공무원 시험에서 계속 떨어졌고, 여태 직장을 잡지 못했지만, 부모의 강권으로 중매를 통해 여자를 만나 얼마전 결혼식을 올렸다. 물론, 모든 혼사 비용은 부모님이 댔다. 부모집 인근에 따로 자그마한 신혼 살림집을 차렸지만, 생활비는 여전히 부모님으로부터 타서 쓰고 있다.

송 씨처럼 이미 30줄의 성인이 되고, 외형상으로는 독립했지만, 여전히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을 '빨대족'이라 부른다. 부모님의 재산, 혹은 연금을 빨아먹고 산다고 해서 붙여진 신조어다.

▲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비율(사진 출처: data news)

< data news> 취업검색엔진 잡서치가 최근 취업 전문포털 파인드잡과 공동으로 20대에서 30대 취업준비생 1,155명을 대상으로 ‘부모 경제적 의존도’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7.9%가 현재 경제적으로 부모님에게 기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가 현실적으로 드러난 것이다.'빨대족'은 지금 청년들 사이에서 급속히 유행하고 있는 '헬조선'과 함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자조적 신조어다.

청년실업을 풍자하는 신조어는 이 외에도 많다. 경성대에 재학 중인 양우열(27, 경남 김해시) 씨는 일명 대오족이다. 대오족이란 대학교 5학년을 뜻하는 말이다. 양 씨는 작년에 4학년을 마치고 졸업을 해야 하지만 졸업을 미뤘다. 졸업 연장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양 씨는 “취업도 어려워 한 번에 취업하는 것보다는 관련 직무 경험을 더 쌓고 싶어서 졸업연장을 했다”고 말했다.

'돌취생'도 있다. 취업을 했다가 '미생'과 같은 직장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튀쳐나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직장을 모색하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돌취생 윤수현(27, 부산시 남구) 씨의 경우 얼마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직장을 다닐 때 모아둔 돈으로 다시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스펙을 다시 채워 복지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다. 윤 씨는 모아둔 돈이 점점 떨어져 생활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윤 씨는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 싫어 주말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니고 있다. 윤 씨는 “직장을 그만 둘 때는 다른 직장도 빨리 구할 것 같아 그만뒀는데 상황이 정반대다”고 말하며 2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고 있다. 윤 씨는 “취업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 왜 헬조선인지 나도 이제 이해가 간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장미족 (장기미취업자), 낙바생(낙타가 바늘을 들어가기 힘들듯 취업이 어려운 대학졸업자를 빗댄 말), 삼태백(삼십 대 절반이 직업을 가지지 못한 상태), 이태백(이십 대 절반이 백수)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대학졸업 후에도 직업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다.

더 나아가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N포세대(몇 가지가 됐든 모든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가 있다. 또한, 요즘 인터넷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수저론, 이케아 세대 등 세태를 풍자하는 신조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취업준비를 하는 자녀를 둔 김은숙(58,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자식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씨는 재작년에 퇴직했지만, 아직 자식들이 독립하지 못해 들어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식들이 취업준비가 길어지면서 퇴직을 하고도 아직 뒷바라지하고 있다”며 “당장 취직을 하더라도 모아둔 자금이 없어서 언제 자식들이 독립할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성대 취업 진로개발원 직원 김보배 씨는 기성세대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자식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지만 사회 환경구조는 기대치를 따라오지 못해 취업난이 심해진다고 보고 있다. 김 씨는 “지금 세대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이 자조 섞인 신조어들이라서 많이 안타깝다”며 “학생들이 눈높이를 조금 낮추고 본인들의 개성을 찾아 하루빨리 빠른 취업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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