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역시 자판기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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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역시 자판기 천국이었다
  • 취재기자 예소빈
  • 승인 2015.11.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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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마다 촘촘하게 들어서...꽃, 화장품 자판기도

기자는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3박 4일간 일본 오사카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기자가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인식은 자판기였다. 일본에서는 돈을 넣고 마음에 드는 여인을 선택한 뒤 버튼을 누르면 그 실물 여인이 튀어나오는 자판기도 있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자판기의 수와 종류가 다양하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는 대략 552만 개의 자판기가 있다고 한다. 국민 20명에 한대 꼴이다. 인구 대비 자판기 비율은 세계 최고이며, 연간 자판기 매출은 거의 6조 9,500만 엔에 달한다. 이 통계에서 알수 있듯이 기자가 직접 경험한 일본의 자판기 성행 상황은 한국에서 음료수만 뽑아먹던 기자에게는 신기할 정도였다. 특이한 점은 일본에서는 항상 담배 자판기와 음료 자판기가 붙어 있었다. 그 이유는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보다 커피, 음료를 마시고 싶어 하는 욕구가 더 크다는 점을 노린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마케팅 전략은 세계적인 마케팅 성공사례라고 한다. 그 외에도 즉석 음식 자판기, 초밥 자판기, 꽃 자판기, 화장품 자판기 등 자판기는 음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방면에 걸친 기상천외한 종류의 자판기가 많았다.

기자는 간사이 공항에 내려 리무진 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표를 끊는 장소를 찾지 못해 당황했다. 한국에서 흔히 표를 구매할 때에는 매표소 창구에 가서 안내원에게 요금을 지급하고 표를 받는 형식인데, 일본은 달랐다. 안내원은 없었고, 무인 매표기로 표를 끊는 방식이었다. 기자의 무인 매표기 사용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 무인매표기로 끊은 버스표(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벗어나 지하철을 이용하여 기자는 호텔까지 가야 했다. 지하철 표를 끊는 것쯤이야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지하철 무인 매표기 앞에 섰다. 하지만 기자는 매표기 앞에서 크게 당황했다. 오사카 시내의 지하철 노선은 총 17개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노선과 기업에서 운영하는 노선이 달라 하나의 표를 구매해서 지하철의 모든 구간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일본의 지하철 요금은 구간마다 부과되기 때문에 표를 끊을 때 구간을 계산해 금액을 맞게 끊어야 했다.

▲ 일본 지하철 매표기 노선마다 회사와 정부가 운영하는 철도가 다르므로 구간에 따라 표를 따로 구매해야한다(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기자는 처음에 우리나라에서 이용하던 지하철을 생각하고 표를 구매했기 때문에 구간에 따라 요금이 더 내야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지하철을 내려 당당히 통과대에 표를 넣고 나가려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유는 요금을 더 내야 했기 때문이다. 지하철 통과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지하철 매표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통과대 바로 옆에 다른 매표기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요금이 더 나온 승객들을 위해 지하철 표를 바꿔주는 매표기였다. 이 매표기를 이용해 표를 바꿔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을 나왔다.

▲ 노선 구간에 따라서 요금이 책정되는 일본 지하철은 금액에 맞지 않을 경우 표를 다시 바꿔 주는 매표기도 있다(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이번 여행에 동행했던 대학생 김혜민(22, 부산시 남구 용호동) 씨는 일본 정부에서 지하철을 모두 운영하는 줄 알았다. 김 씨는 “지하철 노선도 너무 많고 표도 때에 따라 새로 사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밥을 먹기 위해 나가호리바시 역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흔히 직원이 주던 메뉴판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무인 매표기를 통해 음식을 구매하는 방식의 식당이었다.

▲ 무인 매표기를 통해 먹고 싶은 음식의 티켓을 돈을 넣고 뽑아 직원에게 주면 음식을 주는 형식의 식당이다(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무인 매표기를 이용해 음식 티켓을 뽑으면, 음식을 고르느라 종업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서 간단하고 편했다. 하지만 메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뽑은 경우에는 생각했던 음식과 다른 음식이 나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 도톤보리에 골목에 있는 라면집 외관(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오사카에서 가장 번화가인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 주변에서도 무인 매표기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용 모양의 간판이 달린 라면집에서도 무인 매표기를 이용해 음식을 팔았다.

▲ 라면집 입구에 무인 매표기가 설치되어있다(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이 식당에서는 표를 뽑아 주방으로 주면 대기표를 준다. 음식이 완성되면 대기표의 숫자를 불러 음식을 받아가는 형식의 식당이었다. 메뉴도 두 종류로 간단해서 음식 선택에서 실패할 경우가 적어서 더 좋았다. 함께 간 김 씨는 “불필요한 음식을 시킬 일은 없어서 편하지만, 직원들과 소통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무인 매표기를 이용하면 매표기에 적혀있는 만큼의 가격만 내고 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서 편했다. 무인 매표기가 없는 식당에는 계산서에 소비세,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어 요금이 나온다. 술을 시킨다면 자릿세도 부과되어 예상했던 가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계산서를 받고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기자도 또한 무인 매표기가 없는 가게에서 음식을 먹다가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계산서에 당황한 채 계산하고 나왔다. 호텔로 가는 길에 영수증에 적힌 일본어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어렵게 검색을 한 뒤 추가 금액들은 전부 세금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무인 매표기가 있는 가게만 찾았다.

일본의 큰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도 무인 매표기 사용은 필수였다. 입장권을 끊어 유니버설스튜디오에 들어갔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테마파크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무인 매표기를 통해 입장권을 끊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 왼쪽은 해리포터 테마파크에 들어가기 위해 표를 끊는 무인 매표기이고 오른쪽은 해리포터 테마파크의 입장권이다(사진: 취재기자 예소빈).

무인매표기 사용은 인건비가 비싼 일본에서 불필요한 임금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의 대체 기계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일본인의 정서에 딱 적격인 기계가 아닐까 싶다. 또한, 화폐 단위가 작아 동전으로 계산이 많이 이루어지는 일본에서는 무인 매표기와 자판기의 사용은 생각보다 훨씬 편리했고 신기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 예매 등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IT 시대에 자판기 사용은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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