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천국' 애견카페?...천만에! 실제론 '동물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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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천국' 애견카페?...천만에! 실제론 '동물 지옥'
  • 취재기자 안신해
  • 승인 2015.10.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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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관리 제대로 안돼 '고통의 공간'...동반 반려견에 피부병 옮기기도

동물을 좋아하는 김한솔(22,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씨는 최근 남자 친구와 대학가 인근 한 애견카페를 찾았다. 좋아하는 개들을 맘껏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던 김씨는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불쾌함을 감출 수 없었다. 개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몇몇 개들이 힘없이 바닥에 누워 있었고, 뛰어 다니는 개들도 언제 씻겼는지 냄새가 났다. 김 씨는 “털들이 꼬질꼬질하게 뭉쳐 있어서 만지면 병균이 옮을 것 같았다”며 “아무리 애견카페지만 음료를 제조하고 마시는 곳인데, 개 특유의 냄새에 소변냄새까지 더해져 헛구역질이 났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가구 1,000만 시대가 된 요즘, 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동물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 있는 건 애견카페다. 그러나 늘어나는 애견카페의 수만큼 불만사항이나 문제점들이 소비자 보호 단체에 많이 접수되고 있다. 위생, 관리 등의 문제로 개와 교감하기 위한 공간으로 시작된 애견 카페가 일부 개들에겐 고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애견카페엔 적게는 10마리부터 많게는 20마리 상당의 개들이 있다. 넓은 공간에 퍼져 있는 많은 수의 개들을 고작 직원 2~3명이서 관리하고, 청소, 음료제조 등 모든 일들을 하다 보니, 위생이  소홀해지는 것이다. 바쁘다 보니 개들의 배변을 제 때 치우지 않아 냄새가 나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배변을 계속 방치해두다 보면, 개들이 밟고 지나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 상태로 사람들 무릎 위나 소파에 올라가기도 하니, 위생상 청결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카페 음료에서도 위생적인 문제가 나타난다. 직원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개를 만지고 청소하던 손으로 곧바로 음료를 제조한다.

종업원들이 청결하지 못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개들과 접촉하다보니 병균을 옮는 일도 허다하다. 애견가 최문정(21,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 씨는 몇 달 전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애견카페를 방문한 후 속상한 일을 겪었다. 이전에 아무 이상 없었던 반려견이 애견카페에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해서 허벅지 부근을 핥았던 것. 이를 보자마자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한 최 씨는 깜짝 놀랐다. 반려견의 허벅지 군데군데 털이 빠져있고 붉게 피부껍질이 올라와 있었다. 병원을 데려가 검사 받은 결과, 전염성 곰팡이 피부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보상을 받으러 애견카페를 찾아갔지만 그곳에서 옮았다는 증거가 확실하지 않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최 씨가 키우고 있는 개 3마리 중 애견카페에 간 개만 피부병에 걸렸다. 최 씨는 "애견카페에서 피부병을 옮은 게 분명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 피부병에 걸린 애견카페 개들. 몸 군데군데 털이 빠져있고 눈과 피부가 충혈돼 있다(사진:취재기자 안신해).

애견카페의 문제는 위생뿐만이 아니다. 바로 애견카페 근처 상가 영업주나 거주민들이다. 애견카페 위치가 애견이 많은 주택 밀집지역이나 대학가이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애견카페 소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취생 이소정(24,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씨는 얼마 전 집 앞에 생긴 애견카페 때문에 휴일에도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애견카페 특성상 새로운 손님이 들어올 때면 그곳의 모든 개들이 한꺼번에 짖어대는데, 원룸촌이라 건물 사이 거리가 좁고 골목이 있어, 소리는 더욱 울려 퍼진다. 이 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몇 십 번씩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와 괴롭다”며 “민원을 넣어 봤지만, 사유지 건물이라 법적 소송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애견카페의 동물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다. 대부분의 애견카페는 별도의 동물 전문 인력 없이 개들을 관리하고 있다. 직원들은 개들의 신체적 특성, 습성 등의 전문 지식이 없고,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 아르바이트생이다. 애견카페는 배변 청소 가능 유무와 개에 대한 애정 정도 외에는 알바생들에게 별다른 근무 자격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애견가들은 개들이 짖는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윽박만 지르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불편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과도한 간식도 개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애견카페 규정 상 외부 음식을 개들에게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매장에서 구입하는 간식은 계속해서 개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간식을 들고 있으면 개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간식거리를 사서 개들에게 나눠준다. 애견카페를 방문한 이슬기(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적극적인 개들은 몇 분 간격으로 간식을 섭취했지만 직원들의 제지가 없었다”며 “사람들의 (간식 주는) 즐거움을 위해 개들의 건강은 뒷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동물학대 방지 연합 관계자는 애견카페의 위생, 관리 문제 등의 원인을 동물카페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고 학대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며 “동물을 이용해 생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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