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교 S여고에서 이런 일이?...후배들의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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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교 S여고에서 이런 일이?...후배들의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
  • 부산시 연제구 주소현
  • 승인 2019.04.0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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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연제구 주소현

부산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미투 운동이 뉴스에 나오더니 최근엔 내가 다니던 부산 성모여자고등학교의 미투 운동도 SNS를 통해 빠르게 번졌다. 성모여고 재학생이 SNS에 교직원들의 성폭력 제보를 올린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들 졸업생에게도 소문이 났고 재학생은 물론이고 졸업생도 동참해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교내 성폭력 고발에 나섰다. 

성모여고 미투 운동에 올라온 사례 중 한 글이 눈에 띄었다. “이후에 교장까지 했다고 들었는데요, 당시에는 윤리 선생님이었던 강 ㅇㅇ 라는 분이 계셨어요”라며 글이 시작됐다. 제보자는 선생님을 잘 따랐고 수능을 친 후 선생님이 밥을 두어 번 사줬다고 했다. 한 번은 식사를 끝내고 선생님이 제보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는데 제보자를 껴안고 심지어 뽀뽀까지 하려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거다. 

한 여성이 미투 운동 해시태그를 적은 글귀를 들고있다(사진: Pixabay).

고등학생 시절 나는 교내 영자신문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위 글의 가해자로 추측되는 선생님을 며칠간 찾아가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신학교의 엄격한 교율 속에서 기도, 공부, 운동만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신부를 목표로 신학대학교까지 진학했지만 중간에 꿈을 바꿔 윤리 선생님이 됐다고 했다. 미투 운동과는 전혀 관련 없을 거라 생각했던 선생님이 SNS에 가해자로 올라와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성모여고는 천주교 재단 학교다. 천주교 학교에서 이런 사태가 공론화된다는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SNS에는 교내 재직 중인 신부님의 성폭력 고발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물론 SNS에는 조금은 과한 해석을 한 듯한 글들도 보였다. 그러나 글에 올라온 몇 개의 성희롱과 성추행은 내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도 있었던, 너무나 익숙한 환경이었다. 당시 나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 성희롱과 성추행에 노출됐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 

우리나라는 남존여비 사상, 남성 우위에서 벗어나 남녀평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더는 옛 시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혹 일부 교사들이 새롭게 바뀐 시대에 적응 못하는 게 아닐까. 학교는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세상을 올바르게 보는 법을 알려주는 또 다른 부모다. 우리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선생님들이 솔선수범해서 우리에게 올바른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 성모여고의 문제 교사들처럼 학생들에게 농담이라며 미투를 조롱하고 학생들이 불편을 느낄 정도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공론화된 데에는 학교의 미지근한 대응도 한 몫 했다고 본다.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에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신고를 쉬쉬하기 바빴다. 보다 못한 학생들이 SNS에 교직원들의 성폭력을 폭로했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후에야 학교가 교육청에 신고하면서 조치에 나섰다. 뒤늦게 사건을 해결하려는 학교의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대처다. 분명 전국의 수많은 학교가 이번에 공론화된 두 학교와 비슷할 거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학교와 시도교육청은 적극적인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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