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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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아시나요?
  • 취재기자 김태연
  • 승인 2019.04.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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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실제 인물 김문숙 회장 건립...위안부 관련자료 등 전시, 일본 과거청산 촉구 / 김태연 기자

부산 '민족과 여성 역사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역사자료를 전시하고 일본의 진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전시관이다. 영화 <허스토리>의 실제인물 김문숙 회장이 건립, 15년째 운영 중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발걸음도 날로 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부산광역시 수영구 연수로 497에 위치하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2호선 수영역 2번 출구로 나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복잡한 간판들 사이로 흰 저고리와 댕기머리를 한 소녀의 그림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다.

수영의 한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한 '부산 민족과 여성 역사관'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총 세 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성 노예 생활을 한 위안소와 7년의 관부재판의 영상자료, 사진 자료, 문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 청산을 요구하는 국제연대협의회 한국위원회의 활동상황도 전시하고 있다.

제1전시관에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찍은 사진과 증거자료,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기사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영화 <허스토리> 제작에 도움을 준 7년 동안의 관부 재판 자료들도 전시 중이다. 김 회장이 1990년부터 위안부 관련 기사와 자료를 연도별로 모아놓은 정신대 자료집은 제1전시관에서 가장 중요한 자료다.

제1전시관에 사진 자료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오른쪽은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대 자료집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제1전시관과 제2전시관을 연결하는 복도에는 독도와 관련된 전시를 하고 있다. 좁은 복도 전체에 독도 관련 기사와 동해 관련 기사들이 가득하다.

전시관 한 편엔 독도 관련 사진과 자료들이 복도에 전시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복도를 지나 나오는 제2전시관은 매년 테마에 맞추어 새로운 자료들을 보충하여 전시한다. 현재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사와 관부재판 당시의 사진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여 대한민국 주재 일본 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수요 집회에 관련된 사진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제2전시관의 전체적인 모습(왼쪽)과 수요 집회에 관련된 사진자료(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제3전시관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술 심리 치료를 통해 그리신 작품들과 역사관을 찾는 사람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그림들을 전시 중이다.

제3전시관에 전시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이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한두 명씩 역사관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부산이 아닌 타 도시에서 역사관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경북 포항에서 온 관람객 마승희 씨는 “전공이 사학과다 보니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우연히 TV에서 영화 <허스토리>를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온 관람객 김지현 씨는 자신의 논문자료 조사 차 방문하게 됐다며 “타 전시관에서는 최근 자료를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재판 후 상황이나 수요 집회 등 최근 상황에 대한 것이 많아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 이후로 역사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영화 개봉 이전에는 평균 일주일에 한두 팀이 방문해 연평균 500명이 찾았다고 한다. 해설사는 “영화를 보고 호기심에 찾아온 사람들이나 과제 때문에 오는 학생들이 많다. 영화 덕분에 관람객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민족과 여성 역사관은 현재 부산에서 사업비는 지원받고 있지만, 월세를 비롯한 운영비는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해설사는 “운영비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관람객 마 씨는 역사관을 모두 둘러보고 난 뒤 “재정난 이야기를 들었지만 전시관이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역사관 관람료는 무료다. 하지만 역사관을 방문한 사람들은 꼭 방명록을 써야한다. 김 회장이 이를 다 읽어보기 때문이다. 해설사는 “방명록을 하나하나 읽고 너무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역사관을 찾아온 사람들이 쓰고 간 방명록을 읽는 것이 내 삶의 낙"이라고 말했다.

역사관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큰 글씨로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는 1992년 시모노세키(관)와 부산(부)을 오가며 일본군 위안부 및 정신 근로대 피해자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청구한 소송인 관부재판을 다루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와 함께 맞서 싸운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영화 속 주인공 ‘김희애’의 실제 인물인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김문숙 회장이다. 김 회장은 민족과 여성 역사관을 설립하고 15년째 운영 중이다.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회장은 매일 역사관에 나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이 일을 하려고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청소년들이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못 배운 것이 너무 많다. 우리 청소년이 아픈 역사를 공부하며 일제가 망가뜨린 것을 재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역사관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늘도 역사관을 지키며 사람들을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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