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타임머신, 엔티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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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타임머신, 엔티크 문화
  • 김주현
  • 승인 2013.01.16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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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사상구에 사는 최경희(34) 씨는 퇴근길에 엔티크 가구점에 들러서 새로운 물건을 찾아보는 것이 하루 일과 중 하나다. 물론 새로운 물건을 발견했다고 해서 다 사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매일 가구점에 들른다는 게 최 씨의 말이다.

그가 엔티크 가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친구에게서 오래된 서랍장을 선물 받은 뒤부터였다. 그가 받은 서랍장은 엔티크 제품의 분위기를 흉내낸 것이었는데 그는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그 뒤에 진짜 엔티크 제품을 모으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하나, 둘 모으던 게 어느새 집안 가득이다. 엔티크 가구의 매력은 오래된 손때마저 멋스럽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 씨는 엔티크 가구들이 거친 세월들을 가구 속에 그대로 안고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주위에서 엔티크 제품이 사치스럽다고 말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최 씨는 말했다. 그는 엔티크 물건들이 생각보다 훨씬 저렴하고, 인심 좋은 가구점 주인을 만난다면 고가의 물건도 싸게 살 수 있으므로 엔티크 가구가 비싸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최 씨 집 곳곳에는 엔티크 가구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최 씨가 가장 아낀다는 화장대는 100여년이 훨씬 넘은 수공예품이라고 한다. 최 씨는 “이 화장대 사려고 생활비 아껴가며 틈틈이 푼돈을 모았다. 가구점 주인을 졸라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했다”고 말했다.

최 씨가 모으는 엔티크 가구의 엔티크라는 용어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오래됨'을 뜻한다. 다시 말해 엔티크 가구는 골동품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래됐다고 다 엔티크라고 부를 수 없다고 수집가들은 말한다. 그들은 80년 이상의 세월과 더불어 소장가치와 예술성을 담고 있어야 정통 엔티크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부산시 해운대구에서 엔티크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김성일(49) 씨는 엔티크는 100년 정도의 세월이 지난 것을 말하는 것이지만 요즘은 80년에서 90년만 되도 준엔티크라고 한다고 한다.

김 씨는 최근 1년 사이에 엔티크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은 김 씨가 중국에서 공수해온 식탁을 손님 두명이 서로 사가겠다며 싸우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자신도 엔티크 제품을 모으는 게 취미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진짜 좋은 물건은 내 집에 보관한다. 원래 엔티크고 골동품이고 자기가 좋아하니까 모아서 장사도 하는 거지 안그럼 누가 발품 팔아가며 이런 것들을 모으고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 씨의 아내인 이경미 씨는 처음에는 엔티크 제품을 모아서 파는 김 씨를 반대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자신이 더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씨의 말에 따르면, 엔티크 제품 수집가들은 자신들이 그것들을 좋아해서 모으고 그 과정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고 또 팔기도 하면서 거래가 성립된다고 했다. 그가 말하길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엔티크 가구를 파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김 씨가 엔티크 제품을 구하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곳은 인터넷이라고 한다. 그는 경매나 골동품 홈페이지를 통해서 구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전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골동품 가게가 보이는 족족 들어가서 물건을 뒤적이곤 했지만, 그는 거기서 찾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했다.

김 씨는 일년에 한번은 중국에 있는 동타이루 골동품 시장이나 중국에서 고가의 골동품을 취급하는 주빠오 골동품 상가를 다녀온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고미술품을 종종 발견할 수 있어서 그곳을 찾는다고 했다.

엔티크에 대한 관심은 젊은 세대들의 패션에서도 엿볼수 있다. 인터넷으로 악세사리를 판매하고 있는 이영현(35) 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엔티크 보석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엔티크 보석은 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그 속에 수많은 사연들을 담는데 그 사연들이 보석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이 씨는 전했다.
 

이 씨가 엔티크 보석을 판매하게 된 것은 평소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다녀올 때 마다 기념으로 오래되고 예쁜 보석들을 구입했는데 주위에 엔티크 보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보고 판매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렇듯 엔티크의 영향은 사람들의 관심과 취미를 넘어서 엔티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복고라는 말 역시 엔티크 문화 속에 있는 것이다.

엔티크 문화는 단순히 멋스러움 때문만이 아니라 옛것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골동품 수집가 정성경(59) 씨는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엔티크 소품을 모아왔다는 정 씨는 무조건 오래되고 예쁘다고 이것들을 모으는 게 아니라 조상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것들이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수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단순히 옛날의 물건이지만 그 속에는 옛 문화의 배울 점을 찾을 수 있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는 타임머신을 타고 내가 모르는 아주 먼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라고 정 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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