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용 옷을 빌려드립니다"... '드림옷장' 인기
상태바
"면접용 옷을 빌려드립니다"... '드림옷장' 인기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9.03.29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시 제공, 만 18~34세 취준생 누구나 이용 가능, 온라인 신청 필수

올해 소원이 취업, 취직, 취뽀(취업 뽀개기)라는 취업준비생 김모 씨. 그는 최근 지원한 기업의 1차 필기 합격 메일을 확인하고 환호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앞으로 남은 단체 면접과 임원 면접에 어깨가 무겁다. 면접에 입고 갈 ‘정장’도 골칫거리다. 대학생활 내내 청바지를 입은 김 씨에게 정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정장을 구매하기엔 수십만 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다.

김 씨와 같이 지갑이 얇은 취준생들을 위해 부산시가 직접 나섰다. 부산시에 거주하면서 면접을 앞둔 만 18~34세 이하 취업 준비생이면 누구나 정장을 빌릴 수 있는 ‘드림옷장’ 사업을 부산시가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드림옷장을 통하면 정장 자켓과 치마는 물론 구두, 벨트, 넥타이까지 면접에 필요한 모든 복장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당연히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부산지역 취준생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약 4300여 명이 드림옷장을 통해 면접장에 나섰다. 부산시는 더 많은 취준생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 6000여 명까지 지원 인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드림옷장 대여 업체는 파크랜드(부산 부곡점, 광복점)와 리앤테일러(부전점, 덕천점), 체인지레이디 부산점 등 총 5곳이다.

29일 부산시 청년 무료 정장 대여 '드림옷장' 지정 업체인 '체인지레이디'에 수백 벌의 정장이 정리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지난 28일 오후 시빅뉴스가 찾은 체인지레이디 부산점. 이날 면접 정장을 입을 주인공은 카드뉴스팀 오현정 인턴이었다. 긴 줄자를 들고 나타난 김민채 실장은 오 인턴의 가슴, 허리, 엉덩이 둘레를 능숙하게 쟀다. 긴장되는(?) 신체 사이즈 측정이 끝나고 상담이 이어졌다. 가상이지만 김 실장은 오 인턴이 지원한 기업의 특성, 선호하는 정장 스타일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기록했다.

다음 차례는 오 인턴에게 어울리는 정장 고르기. 옆방에는 1000벌이 넘는 정장이 정렬을 맞춰 정리돼 있었다. 시즌마다 그때 유행하는 정장으로 채워진단다. 정장뿐만 아니라 넥타이, 시계, 귀걸이까지. 드라마 주인공의 옷 방과 흡사했다. 김 실장은 빼곡한 정장 숲을 헤치고 자켓, 블라우스, 스커트, 구두를 재빠르게 준비했다. 작은 체구인 오 인턴의 손을 덮는 긴소매는 즉시 수선이 가능했다.

29일 부산시 청년 무료 정장 대여 '드림옷장' 지정 업체인 '체인지레이디'에서 코디를 받기 전 오현정 인턴의 옷차림(왼쪽)과 정장을 입은 후(오른쪽) 모습(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김 실장의 손을 거치니, 오 인턴은 ‘준비된 취준생’으로 탈바꿈했다. 김 실장은 “얼굴이 밝아서 광택감 있는 하얀색 블라우스가 어울려요”, “안경을 벗고, 귀는 보이는 게 신뢰감이 높아 보여요”, “키가 작기 때문에 손을 살짝 내리면 팔이 더 길어 보이겠죠?" 등 면접 자세 팁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구두가 어색한 오 인턴의 걸음걸이까지 확인했다. 김 실장에게서 면접 학원 선생님의 포스가 물씬 풍겼다. 실제로 김지영 사장은 직업학교와 승무원 학원 출강 이력이 있다.

체인지레이디에서는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면접에 필요한 외적인 부분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인 셈이다. 드림옷장을 이용하는 취준생들은 메이크업과 헤어는 반값으로 이용 가능하다. 이 모든 서비스를 받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1시간. 추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방문해도 1시간 안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취준생이 될 수 있다.

29일 부산시 청년 무료 정장 대여 '드림옷장' 지정 업체인 '체인지레이디'에서 김민채 실장이 오현정 인턴에게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사진:취재기자 신예진).

한편 드림옷장 이용방법은 면접 1~2일 전에 사전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부산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부산일자리정보망’ - 드림옷장을 선택하면 희망하는 대여업체, 방문일자, 시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반드시 지원한 회사명, 면접일자, 면접증빙서류 등이 필요하다. 이용횟수는 1인당 연 5회까지 이용 가능하고 1회 이용 시 3박 4일 내 대여한 지점으로 반납하면 된다. 드림옷장은 부산일자리정보망 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 확인과 이용 신청이 가능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