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의 ‘김의겸들’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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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권의 ‘김의겸들’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칼럼니스트 정장수
  • 승인 2019.03.29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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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정장수
칼럼니스트 정장수

생활이 어려워 선배가 지점장으로 있는 은행에 대출을 알아보러 갔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 어려운 시기를 좀 넘겨볼 요량이었는데 이게 시작부터 여의치가 않습니다.

“선배, 나 담보대출 좀 해줘.”

“응. 근데 너 소득은 있지?”

“엉? 내가 지금 소득이 어딨어? 소득이 없으니까 은행에 돈 빌리러 왔지. 그래서 담보 제공하고 돈 빌리는 거잖아.”

“소득이 없으면 대출 안 돼. 아무리 담보가 좋아도 소득이 없으면 대출심사 자체가 안 돼.”

하, 이게 뭔 소린가 싶지만 “소득이 없는데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 은행들도 그렇게는 돈 안 빌려줘” 하는 선배 말에 고개만 주억거리다 돌아서 나왔습니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작년 11월부터 도입된 DSR(Debt Service Ratio), 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관리지표가 문제였습니다. 소득 수준에 맞춰 대출을 해주라는 것입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빨간불이 켜진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특단의 대출규제 정책입니다. 실제로 DSR 관리지표가 도입된 이후 가계부채 증가는 크게 둔화되어, 올해 1월 가계대출 잔액이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며칠 전에는 IMF(국제통화기금)에서도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관련 거시건전성 조치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 중이라며 다른 국가에도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고 크게 칭찬을 했다고 합니다.

늘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시한폭탄으로 지목되어온 가계부채 문제가 안정적인 관리권에 들어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반길 일이니 은행을 원망할 수만도 없겠지만, 저 같은 서민들에게는 참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하반기부터는 2금융권까지 DSR 관리지표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은행에서 쫓겨난 서민들은 이제 저축은행에도 못 가고 결국은 고금리 대부업체에서 비싼 이잣돈을 구해야 할 판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 것도 서민이고 대출이 더 필요한 것도 돈 없는 서민들인데, 무슨 정책이 서민들부터 때려잡는 식이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수도권 집값 잡겠다고 작년 내내 한 달이 멀다하고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더니 오히려 ‘똘똘한 한 채’ 현상만 부추겨 서울 집값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애꿎은 지방 부동산만 다 죽게 만들고, 결국 이 정부의 양극화 해소는 구호일 뿐이고 실체는 부익부빈익빈 강화정책의 연속인 셈입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기사를 보니 고위공직자들은 작년 한 해 평균 6000만 원 정도 재산이 불었다고 합니다. 참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만 돈 버는 기술을 보면 이건 약과입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던 때 10억 원이 넘는 돈을 대출받아 25억짜리 상가건물을 샀습니다. 청와대 나가면 더는 전셋집 살기가 싫어서라고 했답니다. 절대 투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현란한 부동산 재테크에 더해서 절세(節稅)의 비기까지 보여주며 부동산정책의 적임자임을 자랑했습니다. 과기정통부장관 후보자는 누가 바보같이 자기 돈 들여 외국 나가냐고 보란 듯이 무려 7차례나 국가연구비로 미국 유학 중인 자식을 보러갔습니다.

장관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골 메뉴는 ‘국민정서상 송구하다’였습니다. 국민정서와 다른 세상에서, 국민정서와 다른 방식으로 재산을 불리고, 국민정서와 다른 방식으로 자식교육시키고, 국민정서와 다른 방식으로 살았으니 자기들 정서상은 송구할 게 없지만, 자기들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국민의 정서상은 송구하다는 말인 게지요.

이제 더는 놀랄 것도 실망할 것도 없는 청문회를 보면서 DSR 확대 전에 빨리 2금융권에라도 대출을 알아봐야지 궁리를 하는데 벚꽃축제를 알리는 뉴스가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이럴 때 쓰라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겠지요. 우리 서민들 가슴에도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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