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는 하나, 가격은 천원, 이윤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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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하나, 가격은 천원, 이윤은 ‘행복’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5.09.22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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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평 공간에서 전국 15개 지점 갖춘 봉사 ‘프랜차이즈’로...‘기운차림식당’의 천사 같은 이야기

어느 한 식당에 들어간 소년이 가게를 둘러보며 메뉴판을 찾지만, 메뉴판이 보이지 않는다. 소년은 먹고 싶은 것 아무거나 말하라는 다른 손님의 말에 식당 주방장에게 제일 싼 것을 달라고 말한다. 소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장은 주방으로 가서 이내 푸짐하게 잘 차려진 불고기 백반 한 상을 내놓는다. 소년이 이 푸짐한 한 상을 보고 얼마냐고 묻자, 주방장은 웃으며 1000원이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는 SBS의 <심야식당> 에피소드 중 하나다. 드라마 속 식당과 똑 닮은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주머니 사정이 가볍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1000원짜리 식사를 판다. 이 식당의 이름은 ‘기운차림식당’이다.

기운차림식당은 비영리법인 기운차림봉사단이 운영한다. 기운차림은 말 그대로 기운을 차리게 한다는 말로 힘과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순수 민간 봉사단체로 전국적으로 부산, 서울, 인천, 대전 등 총 11개 지부를 두고 있으며, 말의 뜻처럼, 소년소녀가장돕기, 무료 반찬 봉사 등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기운 차리게 도와주고 있다.

▲ 기운차림 봉사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양한 봉사활동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기운차림 홈페이지).

최초의 기운차림식당은 2009년 6월 부산의 부전시장에서 4평짜리 공간으로부터 시작됐다. 기운차림 봉사단을 현재도 이끌고 있는 남상찬 씨가 처음 천원 식당의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겼다. 4년 6개월의 긴 시간 동안 부전시장에서 식당이 운영된 후 공간 확장 문제로 현재 위치인 동래로 이동하게 됐다. 4평짜리 공간에서부터 시작된 기운차림식당은 부산을 기점으로 수도권, 대전, 충청, 대구, 경북, 강원, 제주지역까지 확대돼 전국적으로 총 15개지부가 생겨났다. 후언자는 전국적으로 3000여 명에 이른다.

▲ 부산 동래지부 기운차림식당의 입구. 작고 소박하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부담 없는 가격으로 봉사하자는 취지를 유지하고 있는 기운차림식당은 하루에 딱 100인분만 준비한다. 100인분을 준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로 식사 그릇수가 늘어날수록 식당의 운영이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주변 식당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기운차림 식당은 1000원이라는 싼 가격 때문에 혹시 주변에 생업으로 식당을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운차림 식당에 들어가면, 밥을 받는 배식대와 여러 개의 식탁 및 의자들이 있다. 배식대에서 봉사자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며 안부를 묻는다.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하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단순히 무료급식을 하면 정부 후원도 받고 운영하기 수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운차림이 1000원의 가격을 받는 이유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기운차림 부산경남지역 사무국장 장은교 씨는 “무료급식을 하면 떳떳하게 드시는 분들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하루하루가 고단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자신의 돈을 냄으로서 당당하게 드시라는 의미에서 1000원이라는 가격을 매겼다”고 말했다.

▲ 식사비 1000원은 배식대 옆에 마련 된 상자에 자발적으로 넣으면 된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장 씨의 말처럼 기운차림식당에는 주로 독거노인 같이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독거노인 김모(73, 부산 동래구) 씨는 “가격도 싸고, 맛도 좋고,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 식당이) 더도 말고 이대로만 쭉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운차림식당의 메뉴는 국 한 가지, 반찬 세 가지로 국과 반찬은 매일 바뀐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밥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소화가 잘되고 맛이 좋다고 말한다. 특히, 가족 같은 분위기는 기운차림식당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 식당을 이용한 지 6개월가량 된 이종훈(54, 부산 동래구) 씨는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봉사자랑 일상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데 친근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서 마음에 든다. 이 때문에 자주 애용한다”고 말했다.

▲ 가게 오른쪽 벽면에 위치한 보드에는 식자재를 제공해준 봉사자와 식당일을 도와준 봉사자의 이름을 적어 사람들에게 알려준다(사진: 취재기자 류효훈).

기운차림식당은 전국에 있는 3000여 후원자들의 월 정기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15개 지부 모두 언제나 적자상태다. 식당 임대료나 식자재비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운차림봉사단 부산 동래지부 실장 이금순 씨는 “1000원을 받고 운영하기에는 택도 없다. 후원자들 외에도 몇 몇 사람들이 식당의 취지가 좋다고 식자재 등을 후원해주는 덕분에 그나마 식당이 운영된다”고 말했다.

기운차림식당은 전국 조직을 갖고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필요한 자원 봉사자들이 늘 부족하다. 장은교 사무국장은 “식당봉사를 자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주로 지인들을 통해 구한다.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 많은 사람들이 1365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러 많이들 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부산 동래지부 기운차림식당은 4호선 낙민역 1번 출구에서 200m정도 도보로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45m가량 걸으면 나온다(사진: 네이버 지도).

앞으로 기운차림 봉사단은 식당을 전국적으로 계속 수를 늘릴 예정이다. 장은교 씨는 “9월 쯤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다른 기운차림식당이 오픈될 예정이다. 앞으로 가능하면 각 동마다 기운차림식당을 짓고 싶다. 식당을 직접 방문하면 분위기가 따뜻하고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각 동마다 지어진 기운차림식당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세어져 나와 서로 돕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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