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열발전소 시추공, 묻어야 하나, 놔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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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열발전소 시추공, 묻어야 하나, 놔둬야 하나?
  • 취재기사 류지수
  • 승인 2019.03.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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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로 4km 길이...."지진 유발 주범" 폐기 여론 속 "보존" 여론도 / 류지수 기자
지열발전을 하고있는 지열발전소의 모습(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지난 20일, 정부는 2017년 포항에 발생한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기라고 결론짓고 지열발전을 영구 중단하고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는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2016년 9월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 지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역대 두 번째로 컸던 지진이다. 지진은 총 2만 7317건의 피해를 냈고 피해액은 약 551억 원에 이른다.

정부 연구단은 지난 20일에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단은 포항 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에서 땅속으로 물을 주입하며 촉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열발전은 4∼5km 지하에 시추공을 파서 물을 넣고 땅의 열로 이를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지열을 이용해서 발전을 하기 때문에 기상조건에 상관없이 발전할 수 있다. 화석연료 발전과는 달리 온실가스,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재생 에너지원과 달리 한 번 시설을 마련하면 24시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같은 날, 산업통산 자원부는 “지열발전사업은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원상복구는 시추공에 있는 물을 다시 회수하고 흙으로 매우는 방식이다.

이에 지질학계에서는 원상복구하지 말자는 입장을 보였다. 4km 시추공을 파기 위해 수년 동안 투자한 예산만 약 500억 원에 이르고, 섣부르게 물을 회수하게 되면 또 다른 지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열정 PX1과, PX2 두 곳에 수천 톤의 물이 남아 있고 두 곳의 수위 차도 600m 이상이다. 이 상태에서 성급하게 물을 빼내면 압력이 발생해 또 다른 지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는 “포항 지진을 통해 반지름 2km 면적의 단층들의 응력은 해소됐으나 그 너머에 있는 응력들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섣부르게 물을 빼다간 지진이 또 올 수 있다고 TBC 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로 포항 인근에서는 본진 이후 100여 차례의 여진이 있었고 총 3300차례의 지진이 관측됐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4km에 달하는 시추공은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덮어서 없애기보다는 지진관측소 건설도 거론된다. 현재의 지진관측소는 100~200m 깊이인데 시추공을 이용하면 보다 훨씬 정밀하게 지진을 관측하고 예측할 수 있다.

또, 이번 포항 지진이 발생한 단층이 지금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단층이었다. 이전까지는 곡강단층으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알고 있던 것과 다르게 곡강단층이 아닌 새로운 단층이었다. 그 새로운 단층에 응력이 쌓여있을지도 모른다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안전을 위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포항범시민대책기구는 “지열발전소를 즉시 완전히 폐쇄하고 원상복구해야 한다. 피해 지역에 추진하는 재건 수준의 특별도시 재생사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직접 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좀 더 놔두자는 의견이 많았다. “잘못 매우다가 또 지진 나면 그것대로 또 피해 보상한다고 돈이 든다. 차라리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과, “4대강사업이든 시추공사업이든 예산이 많이 들어간 사업이니 심사숙고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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