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페미니즘 논쟁은 여성친화적 영화계 조성으로 승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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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페미니즘 논쟁은 여성친화적 영화계 조성으로 승화돼야 한다
  • 부산시 금정구 고여진
  • 승인 2019.03.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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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문화올레길] 부산시 금정구 고여진

2018년 1월부터 한국에서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한국 여성들은 그동안 사회에서 묵살됐던 일들을 폭로하고 바로 잡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움직임은 지금까지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페미니즘 운동으로 바전하고 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페미니즘 운동은 예술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남자들이 주를 이루던 영화계에서 여자 감독과 여자 배우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3월 9일 개봉한 <캡틴 마블>은 최근 개봉된 영화 중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다. 바로 ‘페미니즘 영화’라는 이유 때문이다. <캡틴 마블>은 마블 시리즈의 최신작으로 기존의 남성 히어로가 주인공이 아니라 마블 최초로 여성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뿐만 아니라 감독과 작가까지 모두 여성이 중심이 되어 제작했으며 미국 개봉일은 여성의 날인 3월 8일로 맞추는 등 페미니즘 영화라는 인식을 강하게 보여줬다.

<캡틴 마블>의 주인공 역의 브리 라슨(사진: flicker, Gage Skidmore).

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이 알려지자, 국내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여성 히어로에 대한 생소함과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별점을 테러하는 것을 통해 반감을 표출했다. 심지어 일부 국내 남성들은 ‘페미 마블’ 이라고 외치며 <켑틴 마블> 불매 시위를 하자는 글도 올라왔다. 그러나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캡틴 마블>은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까지도 90%에 이르는 높은 예매율을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은 실제 영화 흥행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캡틴 마블>은 지나치게 페미니즘을 강조한 탓에 백래시 (backlash: 반발 심리)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현재 영화계를 비롯한 대중 예술 분야에서는 여성 캐릭터는 보조적인 역할로 남아야 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배우 김서형의 ‘씨네 21’ 에서 진행한 인터뷰가 화제다. 그는 “내가 여자니까 반드시 여성 중심의 영화를 해야 하나? 난 내가 안 해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를 비롯한 드라마나 연극 등 여성이라는 성별 때문에 제외되는 역할이 많아 작품의 참여 기회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김서형은 이러한 점을 꼬집으며 자신의 소신을 펼쳤다.

작년에 개봉된 <마녀>, <미쓰백>, 그리고 올해 상영된 <도어락>, <국가부도의 날>, <캡틴 마블>까지 대부분이 상당한 인기를 끌며 더 이상 한국 영화계는 알탕 영화(남성들이 주를 이루는 영화)들로 가득하지 않고 점차 바뀌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를 보았을 때 앞으로 영화계는 여성 영화의 제한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찾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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