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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님길 따라 봄나들이 소풍, 어때요?”

기사승인 2019.03.23  16: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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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위원 박시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이 얼마 전 지났다. 춘분은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로 경칩과 청명의 중간에 들어 있다. 예전에 농촌에서는 춘분을 앞뒤로 봄보리를 갈고, 담도 고치고, 들나물을 캐어먹었다고 한다. 

도시나 관광지에는 바야흐로 상춘객(賞春客)이 느는 시기다. 나도 아직 차가운 공기가 두 뺨을 스치는 것을 느끼며 지난주 매화 구경하러 부산 근교 원동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원동행 기차 안 사람들은 상기된 볼을 하고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매화를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철길 따라 다가오는 매화꽃은 아름다웠다.

원동에서 내려 보니 걷기에 좋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한결 봄나들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샘 사전에 산책로를 뜻하는 북한어는 ‘거님길’이라고 소개돼 있다. 우리말 샘 사전은 거님길의 용례로 북한의 작고한 작가 변희근의 <뜨거운 심장>이라는 소설 한 부분을 보여 준다. “윤옥이 때늦은 후회를 하며 곁길에서 큰거리 '거님길'에 나와 부지런히 걸음을 다그치는데 별안간 ‘윤옥아’ 하고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남북한 모두 처음에는 학교 소풍을 원족이라 했는데, 남한만 언제부터인지 원족이 사라지고 소풍이 그 자리를 대체한 듯하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그런데 산책로의 북한 표현인 ‘거님길’이 남한에서도 사용되는 곳에 꽤 있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와 성산구를 가로지르는 도심 속 길이 ‘창원 거님길’이다. 지난해 부산시 기장군은 시민과 지역 시인이 지은 시를 액자에 담아 ‘인문학 글판’을 만들어 군내 버스 정류장, 공원, 도서관 곳곳에 설치했다고 한다. 그중 한 장소의 이름이 ‘고촌 거님길 공원’이다. 2016년 7월 22일자 한 남한 신문의 관광 섹션에는 ‘지세포 해안경관 산책로, 거님길 각광 전망’이라는 제목도 보인다. 거님길은 북한의 산책로이기 이전에 산책로를 어감 좋게 잘 표현한 순한국어이기에 북한과 상관 없이 남한에서도 어세(語勢)를 키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지면 봄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남한의 기성세대들이 학교 다닐 때 익숙한 봄 소풍을 요즘 학교에서는 ‘현장학습’이라고 부른다. 북한의 학교에서는 우리의 소풍 또는 현장학습을 ‘원족’이라고 한다. 원족은 19세기 조선의 개화기 때 학교가 생기면서부터 사용된 말이라고 하며 국립어학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소풍의 동의어로 등재돼 있다. 그러니까 남북한 모두 처음에는 학교 소풍을 원족이라 했는데, 남한만 언제부터인지 원족이 사라지고 소풍이 그 자리를 대체한 듯하다. 아마도 원족(えんそく, 엔소쿠, 遠足)은 일본 사람들이 소풍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다 보니 남한 사람들이 사용을 꺼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얼어 붙은 남북 관계에도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편집위원 박시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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