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대에 서는 최초의 외국인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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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대에 서는 최초의 외국인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 취재기자 심헌용
  • 승인 2019.03.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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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1호 미국인 유학생 알리샤 갈로 씨, 뮤지컬 공부에 오늘도 구슬땀 / 심헌용 기자

“Let me pho~tograph you in this light / In case it is the last time~” 경성대학교 제2누리생활관 지하 2층 탁구장에선 매일 저녁 한 학생이 아델(Adele)의 <When We are Young>을 부르며 연기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내 최초 외국인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경성대학교 뮤지컬 학과 2학년 알리샤 갈로(23) 씨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난 알리샤는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기독교 목회자 루이 갈로(61), 전직 교사 리사 갈로(60)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녀는 18세까지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부모가 부산의 탈북자 대안학교인 장대현학교에 무급교사로 사역 활동을 결심하면서 2015년 2월 부산으로 오게 됐다.

지난 17일, 부경대 인근 카페에서 알리샤 갈로 씨가 기자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심헌용).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할 법도 했지만 알리샤는 그렇지 않았다. 미국에 있을 때부터 K-POP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영향으로 한국에 관심을 많이 가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엔 (K-POP의) 멜로디가 좋아서 노래만 듣다가 나중엔 한국을 알고 싶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통 K-POP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BTS, EXO와 같은 아이돌을 선호하는 데 비해 알리샤는 <양화대교>로 유명한 Zion T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꼽았다. 그녀는 “Zion T의 독특한 음색과 음악들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답했다.

부산으로 오고 난 뒤, 미국에선 노랫말로만 흥얼거리던 한국어가 필수가 되면서 알리샤는 한국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 루이 갈로 씨가 일하는 장대현 학교장이 고신대 한국어학당을 추천해 그곳에서 2015년 4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웠다. 지금은 기자와 인터뷰도 한국어로 능숙하게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알리샤 갈로 씨(오른쪽)와 고신대 한국어학당 친구들의 모습. 그녀는 이들과 매일 두 시간씩 그룹 스터디를 하며 한국어 실력을 늘려나갔다(사진: 알리샤 갈로 제공).

한국어를 배우면서 알리샤가 가장 힘들어한 부분은 높임말이었다. 미국에선 누구나 친구처럼 대화했기에 연장자를 높여 부르는 말은 그녀에겐 여전히 힘든 어법이었다. 대학 생활에서도 높임말 스트레스는 이어졌다. 선후배 간에도 쓰이는 말이 다른 것이다. 그녀는 “높임말이 선생님이나 어르신들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대학에서도 쓰여서 학기 초반에 적응하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알리샤가 전국의 많은 뮤지컬 학과 가운데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뮤지컬 학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뛰어난 배우들을 배출해낸 연극영화학부의 역사와 교수진을 꼽았다. 그녀는 “무엇보다 새로 출범하는 학과인 만큼 기대감도 컸고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유명한 학과가 있어 고민 없이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부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알리샤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학과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그녀 스스로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이러한 노력은 뮤지컬학과 동기인 최주혁(21) 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최 씨는 “알리샤 누나가 1학년 때보다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며 그녀의 적극성과 배우려는 의지를 치켜세웠다. 최 씨는 “알리샤 누나는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는 것에 고민이 많고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몸에 과부하가 걸릴 때까지 연습한다”며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다.

알리샤 갈로 씨(왼쪽 세번째 줄)가 뮤지컬학과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사진: 알리샤 갈로 제공).

하지만 최 씨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알리샤의 노력은 학과 생활에만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학교생활을 좀 더 재밌게 보내기 위해 입학 초기에 경성대학교 춤 동아리 ‘UCDC’에 들어갔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경성대학교 축제, 해운대 구남로 버스킹 행사에 참여해 그녀의 숨겨진 춤 실력을 뽐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처음엔 친구의 권유로 호기심에 참여한 동아리에서 한국 생활에서 말못할 고민들을 춤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알리샤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주변의 도움도 컸다. 그 중 그녀가 제일 고마워 한 사람은 김선영 전 연극영화학부 교수이다. 김 전 교수는 알리샤가 힘든 일이 있으면 찾아가 상담했던 분이기도 했다. 김 전 교수는 “학기 초에 알리샤가 학교생활 적응이 힘들어 울면서 찾아와 격려해줬던 이후로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 대견스러웠다”며 2학년 생활을 잘해나가고 있는 알리샤를 칭찬했다.

알리샤 갈로 씨(오른쪽)가 '뮤지컬 가창'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그녀는 인터뷰 때와 다르게 진지한 눈빛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었다(사진: 취재기자 심헌용).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 달리는 뮤지컬 <라이언킹>은 알리샤가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자 배우의 꿈을 가지게 해준 작품이다. 현장의 웅장한 무대와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며 받은 전율이 그녀를 경성대 뮤지컬학과로 이끌었다. 그녀는 “<라이언킹>이 아니었다면 내가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쉴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알리샤의 꿈은 한국 최초 외국인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목소리만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 휴 잭맨이나 이안 맥켈런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녀는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관객에 고스란히 전달하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뮤지컬 가창 수업에서 본 알리샤는 기자와 인터뷰할 때의 모습과 사뭇 달라보였다. 진지한 눈빛으로 교수가 말하는 모든 것을 메모하는 모습과 실습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몇 년 후 그녀가 꿈꾸는 관객과 소통하는 뮤지컬 배우가 되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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