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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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께
  • 칼럼니스트 정장수
  • 승인 2019.03.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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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정장수
칼럼니스트 정장수

아침 신문을 보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어제 국무회의에서 “세계 경제 전망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가 올해 들어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셨더군요.

또 “국가경제는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했고 경제심리지표들도 나아졌다”고 하시면서 몇 가지 경제지표와 통계자료를 인용하셨더군요. 

대통령과 제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나라 안에서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2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만 3000명이 증가해 작년 1월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고 했지만, 이는 노인 공공 근로사업을 조기에 실시한 일시적 효과에 불과합니다.

통상 3월에 실시하던 노인 일자리 사업을 2월로 앞당기면서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9만 7000명 늘었지만 3, 40대 취업자는 24만 명 이상 줄었고 체감 실업률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실업자가 지난 1월 15만 5000명으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월 이후 가장 많고,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60만 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라는 뉴스가 대통령께는 보고가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했다는 말씀도 하셨지요. 작년 12월보다 1월에 생산은 0.8%, 소비는 0.2%, 설비투자는 2.2% 늘었다는 걸 가지고 하신 말씀이라고는 차마 믿기 어렵지만, 그것 말고는 대통령의 말씀을 뒷받침할 만한 그 어떤 통계자료도 찾아볼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2.2% 늘었다지만, 1년 전에 비하면 16.6%나 급감했다는 통계는 보이지 않으셨던 모양입니다.

경제심리지표가 나아졌다는 말씀은 최악입니다. 지난 1월 OECD 추정 경기선행지수가 98.96으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올랐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싶으셨던 게지요. 대선이 있었던 2017년 4월 101.52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하다가 20개월 만에 0.09포인트 올랐으니 반가울 만도 하셨겠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심리지표가 무어 필요하겠습니까?

경기심리는 통계가 아니라 시장바닥에 있습니다. 전통시장을 한 바퀴만 제대로 둘러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투자한 권리금을 몽땅 날릴 판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온 식구가 매달려있는 소상공인들, 직원들 급여 맞추기도 빠듯해 은행 문턱이 닳도록 운전자금 대출에 목매달고 있는 중소기업인들과 한 시간만 제대로 얘기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경기심리지표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신다면 저도 수긍하겠습니다만, 단언컨대 저는 지난 2년간 이 나라 경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상황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야당과 정치적 반대파의 생트집으로만 생각하신다면 아직 40%를 넘는 대통령 지지층에게 우리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느냐고 한 번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 했듯이 백성들은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그것을 온전히 나라님의 책임으로 돌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굶어 죽어 가는데 나라님이 저 홀로 태평성대를 노래한다면 이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정부가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고 힘을 모으면 나아질 거라고 국민을 위로하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엉터리 통계자료 몇 개 들고 나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자찬하는 것은 잘 못 가도 한참 잘 못 간 것입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통일시대를 연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으시다면 먼저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부터 챙기십시오. 하루하루가 절벽이고 벼랑 끝인 국민에게 "평화가 경제다"라는 대통령의 말씀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뿐입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올인하는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매일같이 민생현장을 방문하고 매일같이 경제주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경제부처 관료들을 독려하십시오. 대통령의 일정이 곧 메시지입니다. 국민들에게 이 정부의 국정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경제라는 믿음을 주십시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지만 그래도 노력은 했던 나라님이라는 평가는 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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