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지적 대화를?...독서토론 '이색' 카톡방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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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지적 대화를?...독서토론 '이색' 카톡방 등장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5.09.1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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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놀라운 진화”...지역, 나이 초월한 참가자들, "놀랍고 즐겁다"

독서의 계절이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많다.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바쁘다. 일부에선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문제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여가시간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데 할애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생각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카카오톡으로 독서 토론하는 소위 ‘카톡독토’를 하는 사람들이다.

독서하고 학습하는 공동체 ‘숭례문학당’은 홈페이지(http://isangsang.kr)를 통해 카톡독토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8기를 모집 중이다. 이 모임에 참여한 이경신 씨는 두 아이를 키우며 1기부터 3기까지 활동했다. 그는 해당 홈페이지에서 “책을 읽고 나눌 사람이 있다는 기대감과 논제에 대해 얘기하며 나누는 행복감이 홀로 책을 읽는 시간까지 즐겁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읽고 쓰고 기록까지 한 번에 되는 온라인 독서 토론은 진리다”라고 덧붙였다.

▲ 사람들이 인터넷 카페, 블로그를 통해 네이버 밴드로 독서 토론할 모임을 만들고 있다(사진: ‘네이버 밴드 독서 토론’ 화면 캡처).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으로 독서 토론할 사람을 찾고 있다. 논술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부터 직장인, 육아와 집안일로 바쁜 주부들까지 SNS로 하는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실로 다양하다. 재작년 9월에 시작된 카톡독토 모임인 ‘울림회’에는 현재 20대부터 50대까지의 연령대가 참여 중이다. 울림회 대표 이민호(46) 씨는 이 모임에서 "각자의 삶 속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삶의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 울림회가 카카오톡으로 18회 선정 도서인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사진: 다음 블로그 화면 캡처).

SNS로 하는 독서 토론은 여러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오프라인 독서 토론 모임은 약속한 날짜에 정해진 장소에서 이뤄진다. SNS를 이용한 독서 토론은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 밤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카톡독토를 하는 울림회 대표 이 씨는 “모임 장소에 시간 맞춰 가야 하는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SNS로 하는 독서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국 각지,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울림회에는 캐나다 벤쿠버, 일본 도쿄에 거주 중인 회원들도 있다. 이민호 씨는 매월 1회 열리는 또다른 오프라인 모임에서 서울과 경기도 거주자가 아니면 참석이 어렵고, 해외 거주자는 뜻이 같은 한국인을 찾기가 어려워 모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여행, 출장을 가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만 켜면 독서 토론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SNS로 하는 독서 토론 모임에는 특별한 나이 제한, 신체 제한도 없다. 울림회에는 현재 50대 회원 3명이 있다. 이 씨는 50대 중반의 지인들로부터 나이가 들수록 모임에 참석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이 씨는 “카톡독토를 통해 젊은 사람은 인생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젊은 사람들과 그들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며 "청각장애를 가진 회원도 있는데 가장 열심히 한다”고 전했다.

카톡독토는 카카오톡으로 하는 일상적인 대화처럼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토론 참가자는 인상 깊었던 책의 일부나 발언할 내용을 미리 써 놓고, 그 내용을 복사해서 토론 대화방에 붙인다. 카톡독토에서 심도 깊은 대화가 필요한 논제에 대한 토론일수록 참가자는 글 한 자에도 신중을 기한다. 숭례문학당 운영자는 해당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가 토론 전에 논제에 대한 생각을 석 줄 이내로 정리하는 준비를 하며 “참가자는 글쓰기 연습을 하고 글로 남겨진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톡에서 독서 토론이 끝난 후, 사람들이 좋았던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사진: 네이버 블로그 화면 캡처).

SNS를 비롯한 온라인으로 하는 독서 토론에도 한계는 있다. 경성대 창의인재대학 교양교육부 김영희 교수에 따르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음성, 어투,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인 요소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온라인 독서 토론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언어적인 요소가 생략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SNS를 통한 독서 토론 모임에서 사람들은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공유한다. 이 즐거움을 말하는 책 <북톡카톡>은 두 저자가 카카오톡으로 독서 토론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출판사 ‘나무발전소’는 네이버 책 출판사 서평에서 “카카오톡이라는 스마트 시대의 가장 흔한 소통 도구를 통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든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놀랍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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